“나도 마음이 약한 아이였거든. 길에서 울고 있는 아이를 보면 발을 동동 구르면서 안절부절못하곤 했지.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할아버지는 염려가 되셨던 것 같아. 할아버지는 나뭇가지에서 감 하나를 따서는 내게 건네며 말씀하시곤 했지. 그 말을 너한테도 해 주고 싶어.”
김시현은 잠시 말을 멈추고 나를 응시했다.
“할아버지는, 내 손에 들고 있는 단 하나의 열매를 줘버리는 것만이 방법은 아니라고 하셨어. 나 자신에게도 시간을 주라고. 내가 큰 나무로 자라서 열매를 주렁주렁 맺을 수 있는 시간을 주라고. 그러고 나서 그 열매를 따 줘도 된다고. 그럼 열매를 따 주고도 나에게 열매가 남아 있을 거라고.”
“내가 나무로 자라날 시간?”
“응, 나무가 되어 열매를 맺을 시간.”
김시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나는 조용히 김시현이 들려준 말을 되새겨보았다. 샛노란 망고주스가 담겨 있는 유리잔을 만지작거리며, 망고나무를 본 적은 없지만 망고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를 머릿속에 그려보았다.(1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