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8, 9일, 김해에서는 '제5회 김해 청소년 인문학읽기 전국대회'가 열렸습니다. 전국 44개 학교에서 모여든 176명의 학생들이 강수돌, 김선형, 서민, 오항녕 작가와 함께 '성숙한 삶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즐겁고, 의미 있던 그 시간을 아래에 풀어냈습니다.
사회 이성희
지금은 네 분을 한 자리에 모시고 여러분들과 편한 얘기, 즐거운 얘기, 가벼운 얘기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조금 전 질문 적어주셨죠? 그 질문 중에서요. 무거운 얘기, 진지한 얘기는 다 뺐습니다. 저녁시간에 하도록 하고요. 오늘 이 자리는 최대한 가볍게, 가볍게 가려고 합니다. 무겁게 갈까요? (학생들: 아니요!) 사진은 마음껏 찍으셔도 되고요. 단, 나중에 포토타임이 있으니까 그때 찍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 이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토크쇼가 굉장히 많죠? (학생동: 네!) 어떤 토크쇼들이 있나요? (학생들: 웃음) 지금 강수돌 교수님께서 몸개그를 하고 계십니다. (학생들: 웃음) 어떤 토크쇼가 있나요? (학생들: 힐링캠프요!) 또 뭐가 있죠? 강호동의? (학생들: 무릎팍도사!) 그리고 컬투의? (학생들: 베란다쇼!!) 베란다쇼도 있겠죠? 베란다쇼 본 친구 있나요?
안 들려요? 마이크가 왜 그러죠? 이렇게 들어야 하나요? (락커포즈) (학생들: 웃음) 이렇게 들고 하겠습니다. (학생들: 웃음) (강수돌 선생님 락커포즈) (학생들: 웃음)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이경규나 강호동이 부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경규의 힐링캠프와 강호동의 무릎팍도사에는 이 네 분들을 함께 모실 수 없습니다. 이 네 분이 여러분을 위해 먼 거리를 와주셨습니다. 힘찬 박수로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학생들: 박수)
오늘 한 시간 반 동안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텐데요. 먼저 간단한 인사 말씀 먼저 나누겠습니다.
강수돌 선생님
예, 안녕하세요. 이렇게 많은 학생들을 토론회에서 뵈니까 가슴이 두근! 두근! (학생들: 웃음) 합니다. 오늘, 내일 다같이 즐거운 인문학대회 만들어봅시다.
사회 이성희
강수돌 교수님 고향이 어딘지 아세요? 억양이 특이하지 않으세요? 어디요? 필리핀이요? (학생: 마산!) 어유, 뒷조사하셨나 봐요? 네, 마산출신이시고요. 마산여고 친구들 있나요? 선생님 고향이 마산여고 바로 옆이라고 합니다. 사모님이 혹시 마산여고 출신?
강수돌 선생님
아닙니다. (학생들: 웃음)
김선형 선생님
예, 안녕하세요. 저는 경남대학교에 재직하고 있는 김선형입니다. 포스트잇 보니까 헤세가 왔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얘기가 있던데요. (학생들: 웃음) 헤세가 죽은 지 50년이 지나서 제가 대신 왔습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사회 이성희
여러분 경남대학교가 어디에 있는지 혹시 아세요? 네 마산에 있습니다. 다들 마산과 연고가 있으시죠. 서민 교수님도 혹시 마산과 연고가 있으신가요?
서민 선생님
김해랑은 인연이 있습니다.
사회 이성희
어떻게요?
서민 선생님
김해 김씨 여자랑 사귄 적이 있습니다. (학생들: 웃음)
사회 이성희
김해 김씨이신 분 손들어 보세요! 남자는 내리시고요. 눈치도 없이! (학생들: 웃음) 인사 말씀 부탁 드리겠습니다.
서민 선생님
저는 단국대에서 기생충학을 맡고 있는 서민이라고 합니다. 예, 포스트잇 보니까 잘생겼다고 하신 분이 세 분, 네 분 계시던데 감사합니다. (하트모양 포스트잇을 들어보인다.) (학생들: 웃음)
사회 이성희
혹시 오항녕 교수님은 이쪽 지역과 관련이 있으신가요?
오항녕 선생님
아무것도 없어요. (학생들: 웃음)
사회 이성희
인사말씀 부탁 드리겠습니다.
오항녕 선생님
‘조선의 힘’을 썼는데 이 삼복더위에는 임금도 공부를 쉬었어요. (학생들: 웃음) 이게 뭐 하는 겁니까? 제가 사주를 보는데요. 역사학자가 무슨 사주를 보느냐 그러는데 저는 사주팔자를 공부하다가 때려쳤습니다. 사주팔자가 안 좋은 사람도 인생이 핍니다. 지금 이 자리에 앉아 계신 여러분들은 원하는 인생을 만들어가고 계신 거예요. 자신의 미래가 불안해서 사주팔자를 보려는 사람 있으면 그 복채를 나한테 가져오세요. (학생들: 웃음) 반갑습니다. 내일까지 보람 있는 시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 이성희
혹시 이 친구들 중에서 몇 명 뽑아서 혹시 사주팔자를 봐주실 수 있나요? (학생들: 우와) 오늘 교수님께서 학생들의 질문을 몇 개 선정하실 건데요. 질문이 뽑힌 친구들은 오늘 밤 특별히 오항녕 교수님께서 사주팔자를 봐주시겠습니다. 원하시면 궁합도 가능합니다. (학생들: 웃음) 혼자 오시면 안되고 같이 오셔야 합니다.
자, 오늘 이 대회가 ‘성숙한 삶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인데요. 먼저 어려운 질문 드리겠습니다. 선생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성숙한 삶이란 혹시 무엇인지 말씀 부탁 드리겠습니다.
강수돌 선생님
어려운 질문에 왜 제가 먼저?
사회 이성희
공통질문입니다. (학생들: 웃음)
강수돌 선생님
이번 행사 타이틀 참 멋있는 거 같죠? (학생들: 네!) 성숙한 삶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사실 여기 김해대학에 모이신 분들 문 열고 길거리에 나가보면 성숙한 삶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 것 같아요. 그렇죠? (학생들: 네!)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 99퍼센트는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인문학대회가 참 소중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우리 백범 김구 선생님이 말씀하셨듯이 ‘아름다운 나라, 아름다운 사회’가 성숙한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회가 아름다운 사회냐 하면 문화수준이 높은 사회, 그래서 제가 볼 적에 자기 자신의 행복만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불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를 다방면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인 사회가 아름다운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여기에 모인 우리 청소년 여러분들이 바로 그런 일꾼들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김선형 선생님
저는 성숙한 삶을 별로 성공적으로 살지 못 했던 거 같거든요. 제가 5년 전에 헤르멘 헤세 ‘데미안’에 대해서 논문을 썼습니다. 그런데 사실 중학교 때 저는 데미안을 읽은 적이 전혀 없거든요. 그래서 데미안을 읽으면서 그 전에 읽었다면 제가 더 성숙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여기 와서 학생들 보면서 저는 여러분들이 너무 부럽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고등학생일 때 데미안에 대해 쉽게 설명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더 성숙된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쉰이 넘어서 ‘성숙된 삶이 무엇인가?’ 생각한다는 건 ‘아, 이게 성숙된 삶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거거든요. 여러분들이 굉장히 부럽고, 이런 걸 준비하는 선생님들이 고맙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 이성희
네, 감사합니다. 서민 교수님?
서민 선생님
전공이 전공이니만큼 기생충을 가지고 얘기하겠습니다. (학생들: 웃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생충을 싫어합니다. 혐오하고 그러는데 왜 싫어하냐고 물어보면 징그럽다고 얘기를 합니다. 하지만 막상 기생충 때문에 괴로움을 당한 적이 있냐고 하면 다 없다고 그러거든요. 사실 기생충은 나쁜 애들이 아닙니다. (학생들: 웃음) 인체에 살고 있던 애들인데요. 정말 성숙한 삶이란 우리 장이 8미터쯤 되거든요. 기생충은 커 봤자 20~30cm밖에 안돼요. 기꺼이 기생충 한 마리를 위해서 우리 몸의 일부를 내주는 자세, 더불어 사는 자세를 행하는 삶이 성숙한 삶인 것 같습니다. (학생들: 웃음)
사회 이성희
감사합니다.
오항녕 선생님
옆에서 자꾸 기생충 얘기하시니까 저도 키워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전혀 그러고 싶은 생각이 지금 없어요. (학생들: 웃음) 이집트 파피루스 종이에도 쓰여있는 말이래요.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없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그 말은 조선왕조실록에서도 많이 나옵니다. 대개 요즘 젊은 것들 버릇없다는 소리가 나오는 사회는 미성숙한 사회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젊은 사람들한테 요즘 젊은 것들이 버릇없다는 소리를 안 하고 사는 삶이 좋겠다…… 왜 또 엄숙해져요? (학생들: 웃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