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성희
막 대하시기 바랍니다. (학생들: 웃음)
그런데 오늘 작가 선생님들 자리배치를 이렇게 한 이유가 뭘까요? 어느 순서로 앉은 걸까요? (학생들: 나이순!) 조심하세요. 상처받습니다. (학생들: 키순!) 키순이요? (학생들: 가나다순!) 가나다순이요? 맞습니다. 아까 오항녕 선생님께서 사주 봐주시기로 하셨잖아요. 맞춰주시는 두 분한테 사주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이 네 분의 공통점이 뭘까요? 세 가지! 맞춰보세요
(...)
학생
자신만의 철학이 있어요!
사회 이성희
있으신가요?
강수돌 선생님
네.
사회 이성희
있으신가요?
김선형 선생님
(갸웃) (학생들: 웃음)
사회 이성희
없으시네요. (학생들: 웃음) 또?
학생
박사학위를 취득하셨다.
사회 이성희
확인해 보겠습니다. 있으시고요. 있으시고요. 있으시고요. 있으시고요. 어느 학교 누구신가요?
학생
남학고등학교 한상수요.
사회 이성희
이따 사주 보러 와주시고요. 아까 갱년기 학생 손 들어보세요! (학생들: 웃음)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습니다. (학생들: 웃음) 저 친구에게 기회를 드리시겠죠?
오항녕 교수님
아니요. (학생들: 웃음)
사회 이성희
두 친구가 뽑힌 것 같고요. 다음 질문 가겠습니다.
역시 개인질문인데요. 강수돌 교수님께서는 투잡을 하셨습니다. 어떤 직업을 가지셨죠? (학생들: 이장님!) 이장님이시죠. 마을 이장님을 5년 동안 하셨는데요. 대단하시죠? 쓰신 책 중에 뭐가 있냐면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이란 책이 있습니다. 마을의 이장이란 어떤 일인가요?
강수돌 선생님
그 이전에, 투잡이 아니라 쓰리잡인데요. (학생들: 오오) 제가 아침에 일어나면 농부입니다. 농부. 아침에 풀 베고, 풀 베어서 닭장에 넣어주고요. 닭들이 좋아해요. (학생들: 웃음) 그러면 페트병 잘라서 만든 요강에 제가 밤새 누었던 오줌을 모은 걸 퇴비간에 뿌려주었다가 텃밭에 뿌려주고 그렇게 살아갑니다.
아까 이장의 의미에 대해 물으셨죠? 제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5년 동안 조치원 신안리 마을 이장을 했습니다. 그 당시에 제가 노무현 대통령께 ‘대통령 끝나고 나시면 마을 이장님을 하십쇼.’ 하고 건의를 했는데 안 됐죠. 그렇죠? 저도 상당히 가슴이 아프고요. 이장의 의미는 ‘우리가 역사적으로 잃어버린 직접민주주의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계기다.’ 그런 생각을 해서 우리 젊은 여러분들께서 대통령만 꿈꾸지 마시고 나중에 이장님도 좋고, 뭐라도 좋으니까 마을의 일꾼이 되어서 지역사회, 마을 공동체를 다시 살려내는 그런 일을 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합니다.
사회 이성희
진짜 대통령이 될 마음은 없나요?
강수돌 선생님
제가 좀 실수를 했던 것 같아요. 뭐냐면 이장 이상의 권력을 탐하지 않겠다고 책에 써버렸어요. (학생들: 웃음) 그래서 제가 출마하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책에 써놓고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하느냐고 총 들고 달려올 것 같아서요. 그 대신에 재야에서 바른 소리, 진리와 정의의 소리를 내면서 죽을 때까지 살려고 결심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사회 이성희
김선형 교수님은 한국의 헤세 학회를 맡고 계십니다. 독일에서 공부를 하고 오셨어요. 한 대목 부탁 드려도 될까요?
김선형 선생님
“Der Vogel k?mpft sich aus dem Ei. Das Ei ist die Welt. Wer geboren werden will, muß eine Welt zerst?ren. Der Vogel fliegt zu Gott. Der Gott heißt Abraxas. 새는 알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누구든 한 개의 세계를 부숴야 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데미안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죠? 그 구절입니다.
사회 이성희
다음은 서민 교수님이신데요. 서민 교수님은 ‘기생충의 변명’의 저자이기도 하고요. 딴지일보 기자이기도 합니다. 경향신문에 칼럼을 쓰는 칼럼리스트이기도 하십니다. 또 이제는 방송에 진출하셔서요. 컬투의 베란다쇼에도 출연하고 계십니다. 굉장히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시죠?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되신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서민 선생님
저는 방송에 대한 재능이 없어요. 너무 수줍게 태어나서 방송에서 처음에 불러서 한 번 보고 놀라서 ‘어? 왜 이런 사람이 방송에 안 나왔지?’ 하다가 2회, 3회 가면 ‘아, 역시 안 되겠구나.’ 하고 자르고 했는데 베란다쇼에서 컬투가 끝까지 가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그래서 끝까지 가고 있어요. (학생들: 웃음) 언제까지 갈 진 모르겠지만 저도 제 안에 방송에 대한 재능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학생들: 웃음) 처음엔 수줍음을 탔는데 사람들이 알아보고 그러니까 좋더라고요.
사회 이성희
다음에 혹시 무한도전에 나가실 의향도 있으신가요?
서민 선생님
베란다쇼 하나만으로도 벅차가지고요. 잘리고 나면 뭔가가 좀 될 것 같아요. (학생들: 웃음) 9월까지만 하기로 했었는데 연장된다고 그래서 저는 의리가 있어가지고 출연은 못 할 것 같아요. (학생들: 웃음) 열심히 컬투쇼 하고 있습니다.
사회 이성희
의리가 있으셔서 출연은 안 하신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은 오항녕 교수님이신데요. 요즘 되게 바쁘실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이 없어졌다고 국가기록원에서 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오항녕 교수님이 이전에 무슨 일을 하셨냐면 우리나라 국가기록원 팀장이시고요. (학생들: 오오) 국가기록관리위원회 지도를 하십니다. (학생들: 오오) 요즘 되게 바빠지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여쭤보겠는데요. 그런데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자체가 사라질 수 있는 건가요?
오항녕 선생님
다들 재미있는 질문하는데 왜 저만… (학생들: 웃음)
사회 이성희
다시 하겠습니다. 교수님이 이런 책을 썼습니다. ‘기록한다는 것’. 교수님은 일기를 쓰시나요?
오항녕 선생님
아까 그 얘기 답변하겠습니다.
사회 이성희
죄송합니다. (학생들: 웃음)
오항녕 선생님
서민 교수님만 TV에 나가는 게 아니고요. (학생들: 웃음) 자료 때문에 MBN에서 20분 정도 그 내용을 가지고 인터뷰를 한 게 있습니다. MBN에 들어가 보시면 다시보기로 보실 수 있어요. (학생들: 웃음) 이상한 데서 웃으시네요.
정확히 이름을 댈 수는 없습니다만 있을 겁니다. 그 시스템이 노무현 대통령 때 청와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이지원이라고 하는 곳을 거치게 되어 있어요. 그 시스템이 작동이 되면 그 때 있었던 일을 다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을 하고 있고요. 지금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논의의 출발 자체가 불순했던 데 이유가 있지만. 이런 문제는 전문가들이 결합을 해서 풀어야 되는데 우리나라는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어나가거든요. 정치적이라는 것은 불균형한 거고 사리사욕에 의해 풀어나가는 거고 성숙하지 못한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기요? 씁니다. (학생들: 웃음) 가끔 주기, 혹은 월기가 되기도 하는데 (학생들: 웃음) 제가 일기를 내 컴퓨터에만 저장을 했다가 3년치 기록을 잃어버렸습니다. 제가 보통 1년 단위로 파일을 떼서 보관을 하는데 3년치가 1000페이지가 넘었어요.
사회 이성희
일기가 1000페이지가 넘었어요? 대단하시네요.
오항녕 선생님
3년치니까요. 왜냐면 친구들한테 메일이 오고 그런 것도 다 따다 붙이거든요. 인제 아시겠지요? (학생들: 웃음) 그걸 잃어버리고 나서 3달 동안 일기를 쓸 수가 없었어요. 쓸 수가 없는 거예요. 마음이 아파서. (학생들: 애도)
사회 이성희
지금 거의 방청객 수준이에요 여러분. (학생들: 웃음)
오항녕 선생님
지금 웃음이 나요? 생각을 해보세요. 3년이 없어졌어요. (학생들: 애도) 고마워요. 위로해줘서.
사회 이성희
이제 공통질문인데요. 고등학교 시절이 있으셨죠? 없으셨나요? (학생들: 웃음) 학창시절에 별명이 있었다면 어떤 별명이 있었는지요? 교수님부터.
강수돌 선생님
제 이름이 독특하죠? 초등학교 때는 물돌이였어요. 고등학교 때는 돌삐. 돌을 경상도에서는 돌삐라고 해요. 굉장히 귀요미! (학생들: 웃음)
사회 이성희
귀요미 좋습니다. 김선형 선생님은 무슨 별명이 있었나요?
김선형 선생님
저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어릴 때 굉장히 평범하고 얌전한 학생이었어서 솔직히 별명이 없었는데 대학교 들어가니까 제 인상이 각지고 날카롭단 생각이 들었는지 동아리 선배가 “아, 너 게슈타포 해라!” 게슈타포가 뭔지 아세요? 독일 비밀 경찰인데요. 아마 그 선배가 아는 유일한 독일어가 게슈타포뿐이었나 봐요. 잠깐 거론이 됐습니다. (학생들: 웃음)
서민 교수님
예, 제 별명은 (학생: 기생충!) 아닙니다. (학생들: 웃음) 어릴 때부터 항상 눈에 관련된 별명이 많았고요. 와이셔츠 단추 구멍이라든지. 그러다 음악 선생님이 왕눈이란 별명을 붙이시고 음악시간마다 제 눈을 찢어줬어요. 지금도 원망스러운 선생님이신데 어릴 때 투정을 많이 하곤 했었죠. 지금 성공하고 나서는 (학생들: 웃음) 벌레선생 그렇게 불립니다. 고맙습니다.
오항녕 선생님
오씨가 별명이 많이 붙어요. 여러분이 예상하실 별명들을 많이 지어줬어요. 그런데 그 중에 제게는 슬픈 별명이 있었어요. (학생들: 애도) 저는 반성하고 있는데 저를 왕벌이라고 그랬어요. 왜 그랬냐면 하도 동생을 때려가지고. 제가 밖에 나가서 놀다가 들어오면 “왕벌이다!” 하면서 동생이 숨곤 했었어요. 나중에 철 들고 동생한테 잘 해주고 있습니다. 여러분들 동생 때리지 마세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