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주 선생님
질문이 워낙 심오하고 어려워서 쉬운 것만 골랐어요. 사실은 식은땀을 많이 흘리고 있습니다. “첫사랑이 지금의 아내인가요?” 전북여고 이현희 학생이고요.
사회자
전북여고는 사랑 얘기가 계속 되고 있습니다. (학생들: 웃음)
유용주 선생님
아까 말씀 드린 “선배님, 바다 보면서 술 한잔 해요.” 전주 성심여고 강선일 학생.
학생
지도교사신데 잠시 자리를 비웠습니다.
유용주 선생님
선생님이세요? 아이 그럼 안 뽑을 걸. (학생들: 웃음)
김제여고 임노리 학생은 “전과자라고 하셨는데 현 사회에서 전과자로 살아가시는 건 어떤 느낌입니까?” 저는 진짜로 전과자입니다.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부터 시작을 해서 상관상해, 상관폭행, 항공법위반, 무전취식. 성에 관련된 것만 빼놓고는 거의 다 해봤습니다. 18범 정도 됩니다. 자랑은 아니고요. 어쨌든 뽑고 나니까 연관이 있어요. 짤막하게 얘기를 하자면 저희 집사람 제 아내는 첫사랑이 당연히 아니죠. 제가 문학도 안 되고 인생도 안 되고 죽으러 내려갔을 때 만난 여자인데요. 제가 술집 지배인을 했었어요. 제가 한 육 개월 동안 밥을 안 먹고 술만 먹고 거의 죽기 직전에 자살을 감행한 상태에서 집사람을 만났거든요. 그때 당시 대학교 4학년이었습니다. 저하고 나이 차이가 상당히 많았고요. 그러다 보니까 결혼 승낙을 당연히 못 받았죠. 집사람은 충청도 출신이거든요. 그리고 장인 어른이 지방공무원이었어요. 소방관. 소위 말해서 똑바로 잘 자란 집안의 장녀였습니다. 그러니 반대가 얼마나 심했겠습니까? 직업도 없지, 전과도 많지. 우리 장모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절대로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하루 저녁 고민한 끝에 ‘애기를 만들자.’ 해서 바로 만들었습니다. 그게 지금 우리 한결이거든요. 한결이를 배서 갔습니다. 아이가 생겼으니 어쩌랴 했더니 우리 장모가 하는 말이 “선희야, 여자는 살다 보면 그럴 수 있어. 병원 가자.” 할 정도였어요. 까딱 잘못했으면 우리 한결이 세상에 못 나올 뻔 했습니다. 그래서 이 3개가 동시에 연관이 된 건데요. 여자가 됐든 남자가 됐든 사랑의 상대는 첫 번째보다는 마지막이 좋은 것 같죠? 그럴 것이 왜냐하면 많이 겪어봐야죠. 처음의 것을 선뜻 받아들이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많더라고요. 이건 비단 사랑뿐만이 아니고요. 그렇더라고요. (학생들: 웃음)
사회자
비하인드 스토리는 식사초대를 받은 학생팀과 함께 깊은 얘기를 나눠주시기 바랍니다. 학생들 나와주시죠. 감사합니다.
(...)
이것으로 저자와의 대화 120분이 마쳐졌습니다. 수고하신 친구들을 위해서 박수 한 번만 쳐주시겠습니다. 저희 사회자 친구들 소감 한마디씩만 듣고 마치겠습니다.
사회 신성원 학생
이런 대회에서 이렇게 많은 학생들 앞에서 사회를 보다 보니까 많이 긴장됐는데 많은 호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회 문연경 학생
처음 사회를 보는 거라 떨리고 긴장했는데 실수를 많이 한 것 같은데 귀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회자
네 감사합니다. 친구들 질문 잘 받아주셔서 작가님들 감사하고요. 이렇게 무더운 여름 보충수업도 빼먹으시고 와줘서 너무 고생하셨는데요. 정말 감사 드립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인사하고 마치겠습니다.
고영진 선생님
다시 한 번 작가선생님들께 박수 부탁 드립니다.
제가 조금 준비해 온 게 있는데 철학자 강신주 선생님께서 쓰신 책 중에 ‘철학이 필요한 시간’이란 책이 있는데 우리 대회의 취지와 맞을 것 같아서 읽어 드릴게요. 인문학캠프의 3대 원리라고 제가 짤막하게 써놨는데요.
비경쟁토론을 통해서 인문학적인 배움의 태도를 얻는 것을 넘어서 일상생활 속에서 인문학적인 삶의 태도를 실천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생활한다. 따라서 1박 2일의 일정 동안에 어떤 규칙을 따르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서 어떻게 생활하는 게 인간다운가를 고민하면서 먹고, 자고, 씻고, 놀고 모든 행동을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기본 대전제라고 생각합니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타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는가 라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철학자 강신주의 말은 우리에게 정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인용해보면.
“사실 사르트르의 이야기는 매우 간단하다. 사랑에 빠진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자신이 사랑하고 있는 타자가 자유롭게 나를 선택해주는 상황일 것이다. 내가 사랑하면 상대방이 무조건 나를 사랑하게 되는 경우는 별로 즐겁지 않고 그것보다 상대방이 자유롭게 나를 선택해주는 게 훨씬 큰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나를 절대적으로 선택해주기를 바라는 불가능한 소망에는 상대방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자유를 가지고 있다는 불길한 직감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우리는 누군가에게 사랑 받고 싶어하지만 그 사랑은 상대방의 절대적 자유에서 나와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대방의 자유를 인정하는 그 순간에 우리는 사랑하지만 그 사람을 자유롭게 놓아주고 지켜봐야 되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 상황은 분명 고통스러운 상황일 겁니다. 하지만 타인의 자유를 긍정할 수 있는 그 고통, 이것을 충분히 감내해주는 것. 저는 이게 인간답게 사랑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오늘 생활하는 중에서 타인의 자유를 얼마나 잘 감내해줄 수 있는가, 그럼으로써 그 사람에게 얼마나 사랑 받을 수 있는가. 그것을 시험하는 곳이 여기라고 생각합니다. 좀 마음에 안 들고 어려운 것들이 있겠지만 그 상황 속에서 주체적으로 인간답게 살기를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 여기서는 토론방식의 취지만 간략하게 말씀을 드릴게요. 이것도 역시 강신주씨의 책에서 끌어왔는데 이런 얘기를 해 드리고 싶어요.
“우선 책이란 속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자라고 생각하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찾아 보든가 혹은 썩고 타락한 사람들이라면 어휘들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그 다음에 읽는 책은 전번 상자에 담긴 상자, 혹은 그것을 담는 상자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석을 달고, 해석하고, 설명을 요구하고, 결국 책에 대한 책을 쓰게 되고, 같은 식으로 끝없이 반복하는 것이다. “
‘대담’이라고 하는 질 들뢰즈가 쓴 책 중 일부입니다. 아마도 이런 독서는 대개 우리가 논물 쓸 때 하는 공부라든지 의무적으로 읽는 책읽기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질 들뢰즈는 또 다른 책 읽는 방식을 이야기했어요. “책을 읽는 또 다른 방식은 책을 어휘나 하나의 기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기계가 어떻게 작동하는가?’ 하는 것만이 문제가 된다. 만일 작용이 없으면, 감응이 없으면, 그럼 다른 책을 집어 들면 된다. 바로 이것이 강렬한 독서이다. 무엇인가 발생하든가 아니면 아니든가, 그뿐이다. 아무런 설명할 것도, 이해할 것도, 해석할 것도 없다.”
책을 읽는다는 게 저자와 만나지만 저자에게서 무언가를 배운다는 겸양의 자세도 물론 좋겠지만, 저자와 만나서 여러분과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강렬한 독서를 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글을 써보았는데요.
우리는 단순히 책만 읽으려고 이 자리에 모이지 않았다. 책을 매개로, 책을 넘어서, 책의 저자와 책을 읽은 많은 타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중 어떤 목소리는 여러분에게 어떠한 작용과 감흥을 줄 수 있는지를 찾아보고, 이제 자신의 삶과 공명하는 목소리를 찾으러 떠나는 여행에 우리는 들어온 것이다.
그래서 독서와 관련해서 타인들과 함께 어울리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꼭 워크북 참조하시고 전달사항 잘 숙지하시면, 충분히 즐거운 독서여행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마치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