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몸에서는 모든 것에 대가가 있기에
나는 거지였다. 무릎 꿇고
나는 엿보았다: 열쇠 구멍 너머, 샤워
속의 남자 대신,
그를 관통하는 비를. 지구본처럼
둥근 어깨에 기타 줄이 튕긴다.
그는 노래 부르고 있었다, 그래서
아직도 기억한다. 그의 목소리―
나를 속속들이 채웠다, 온몸의
뼈가 되어. 내 이름조차
내 안에서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그는 노래 부르고 있었다. 그게 내 기억의 전부다.
몸에서는 모든 것에 대가가 있기에
난 살아 있었다. 몰랐다
그보다 나은 삶의 이유가 있었는지.
그날 아침, 아버지는 동작을 멈췄고
―장대비 속 정지된 검은 수망아지―
문 뒤에서 초조한
내 숨소리에 귀 기울였다. 몰랐다,
노래 속으로 들어가는 대가가―나오는 길을
잃는 것이라고는.
그래서 들어갔고, 그래서 내 모든 것을 잃었다.
두 눈을
부릅뜬 채.
텔레마코스
여느 착한 아들처럼 아버지를
물에서 끌어내, 머리카락을 쥔 채
흰 모래사장 위로 질질 끌자 그의 주먹이
홈을 파고 파도가 밀려와 지운다. 왜냐면 도시가
더 이상 우리가 떠난 해변에
있지 않으니. 왜냐면 폭탄 맞은
성당은 이제 나무들의
성당이니. 나는 아버지 옆에 무릎 꿇어
내가 어디까지 가라앉을지 지켜본다.
날 알아보겠어요, 아빠? 하지만 답이 없다. 답은
바닷물이 가득 고인, 등에 박힌
총알 구멍. 너무도 가만히 계셔서
그 누구의 아버지일 수도 있겠다, 어느
초록 유리병이 손길 한 번 닿은 적
없이 일 년을 담은 채 어린 소년의
발밑에서 발견되듯이. 그의
귀를 만져본다. 부질없다. 그를
뒤집어 누인다. 마주하기 위해. 그의
바다처럼 검은 눈 속의 성당을. 얼굴은
내 것이 아니다―다만 내 모든
애인들에게 자기 전에 입맞춤할 때 쓸 얼굴이다.
아버지의 입술을 내 입술로
봉인하고 익사의 작업에
충실히 뛰어들 때.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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