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는 IT기업인가, 택시회사인가? ‘공유경제’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된 플랫폼 자본주의의 기만과 글로벌 자본주의에 내재한 부패의 근원을 파헤치고, 추악한 금권정치와 심각한 불평등을 근절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한다.
서문
이 책은 개인이나 기업의 부패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다룬다. 그것은 자본주의의 이상으로 여겨졌던 자유시장의 유례없는 부패, 즉 경제가 어떻게 유산자불로소득자들에게 점점 이익을 안겨주는 반면에, 노동을 통해 얻는 소득은 점점 나락으로 떨어뜨리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어떤 이들은 아주 오랫동안 남을 속일 줄 아는 사람들이 늘 부자로 잘 살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근본적으로 부패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자본주의를 철저하게 신봉하는 많은 사람도 그 사실을 마지못해 인정한다. 언론에서는 날마다 경제 범죄에 대한 소식을 전한다. 부패를 저질렀지만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은 유명한 사기꾼들도 많이 있다. 러시아 기업가들 사이에 떠도는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처음에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지 절대 묻지 마라.”
그러나 그것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니다. 이 책의 목적은 자본주의 지지자들이 주장하는 것이 어떻게 본디 목적과 전혀 다른 체제 구축으로 뒤바뀌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자본주의 지지자들은 ‘자유시장’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주장하면서 수많은 경제정책이 자유시장을 점점 확대하고 있다고 믿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는 시장이 생긴 이래로 가장 자유롭지 않은 시장체제 아래 있다. 자본주의의 지도자들이 예상하던 것과 정반대라고 주장할 정도로 시장의 부패는 매우 심각하다.
특허를 받으면 그와 관련된 경쟁이 전면 금지되고 20년 동안 특허로 발생하는 수입을 독점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는 마당에, 어떻게 정치인들은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 나와 버젓이 우리가 자유시장체제 아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저작권법을 통해 저작권자가 사망한 후 70년 동안 저작권 수입이 보장되는데 그들은 어떻게 그것을 자유시장이라고 우길 수 있을까? 그들은 특정 개인이나 기업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고, 우리 모두의 소유인 공유지를 특정 개인이나 기업에 헐값으로 매각하면서,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노동으로 돈을 버는 우버Uber, 스마트폰 앱으로 차량과 승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나 태스크래빗TaskRabbit, 간단한 심부름을 대신해주는 단기 아르바이트 같은 서비스가 마치 자유롭게 경쟁하는 노동중개업인 척하지만 사실은 독점사업인 상황에서 어떻게 자유시장이 존재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하지만 각국 정부는 이런 자유시장을 부정하는 현상들을 막으려고 하기는커녕, 오히려 그것들을 허용하고 부추기는 법률을 만들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바로 이것이다.
(중략)
1장은 세계적 맥락에서 1945년 이후 합리적으로 잘 작동했던 여러 제도와 사회정책들이 어떻게 쇠퇴하고 해체되었는지 그 과정을 되돌아본다. 그 시기는 전혀 황금시대가 아니었다. 단순히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그전보다 더 나았을 뿐이었다.
2장은 대부분의 사회에서 불로소득자들동산과 같은 보유 재산에서 발생하는 소득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대다수 민중의 희생을 대가로 잘살고 있는 글로벌 시장체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세심하게 만들어진 제도적 구성을 면밀하게 살핀다. 제네바·워싱턴 DC·런던 같은 곳의 국제적 관료들이 자본주의 체제를 그렇게 자유롭지 않게 만들고, 부호와 지배 계급들이 얻는 이득을 어마어마하게 부풀린 규칙들을 고안해냈다.
3장은 세상에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는 당대의 비밀 한 가지를 다룬다. 그것은 부호와 지배 계급, 그들 소유의 기업과 같은 불로소득자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흘러들어가는, 은밀하게 구축된 보조금 체계다. 그들의 지배 아래 있는 사람들은 적정 세율보다 더 높은 세금을 내고, 정당하게 받아야 할 수당보다 더 적은 돈을 받고, 질적으로 더 낮은 공공서비스를 받음으로써 불로소득자들이 누리는 혜택에 대한 대가를 대신 지불한다. 불로소득자들은 그들이 부당하게 축적한 부의 많은 부분을 다양한 조세피난처로 이동시켰다. 2016년 봄에 누설된 파나마 페이퍼Panama Papers,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입수한 파나마 최대 법률회사 모색 폰세카가 보유한 20만 개가 넘는 역외회사의 금융과 고객 정보가 담긴 1,150만 건의 비밀문서는 그러한 사실을 매우 포괄적으로 보여주었다. 최소한 72명의 전·현직 국가나 정부 수반왕자, 족장, 대통령, 총리들과 함께 전 세계 부호 다수의 추잡한 비밀이 폭로되었다. 그런 조세피난처들은 우연히도 여러 해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어떤 사업이 지속되는 경우도 없었다. 그곳들은 부자들에게 보조금을 주는, 그들이 직접 벌지도 않고 받을 자격도 없는 지원금을 주는 수단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4장은 글로벌 경제의 상반되는 측면을 보여주는 수많은 부채 형태의 확산에 대해 면밀히 검토한다. 한때 그러한 부채는 어쩌면 경제가 더 윤택해지고 사람들이 더 부유해지면 당연히 사라지리라고 기대했던 것이었을지 모른다. 빚 때문에 겁에 질려 잠 못 이루는 채무자들에게 그것이 어떤 위안이 될지는 모르지만, 현실을 자본주의 체제가 수많은 사람을 곤경에 빠뜨리는, 체제가 만들어낸 빚에 의존할 정도로 심각한 부패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것은 결코 부수적이거나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5장은 또 다른 충격적인 현실, 즉 수천 년 동안 키워온 공공영역과 역사적 공유지들이 민영화되고 상업화되는 방식을 돌아본다. 이것은 우리 모두를 위협하는 생태계의 위기를 가속화하고, 귀중한 공동체의 삶의 요소들을 불로소득자들에게 넘겨주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막아야 한다.
6장은 이전에 낸 책들에서 다루었던 주제로 되돌아간다. 취업자든 실직자든 직업적 정체성 없이 경제적으로 벼랑 끝에 내몰리고 권리도 빼앗긴 채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노동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프레카리아트precariat’의 증가 문제를 다시 살펴본다. 이 책에서는 노동과 직업이 어떻게 실리콘 혁명과 새로운 노동관계의 성장으로 바뀌고 있는지에 관해 초점을 맞춘다. 정치인과 노동조합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거의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7장은 자유시장 체계의 부패가 어떻게 민주주의 부패 또는 약화와 함께 진행되는지를 검토한다. 늘 우리 뒤에서 맴도는 질문은 아주 단호하다. 오늘날 우리는 정말 민주주의 아래 살고 있는가?
끝으로 8장은 모두에게 가장 중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불로소득 자본주의가 보여주는 부패는 정상적인 민주적 수단으로 극복될 수 있을까?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민주주의 규칙에 따라 행동해야 하나?
요컨대 이 책은 불로소득 자본주의의 출현과 그 안에 근본적으로 내재된 부패에 대해 살펴본다.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사례가 영국 것이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불로소득자들이 활개 치고 시민권보다 재산권을 우위에 두는 세계적 구조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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