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3월 18일
봄
조용한 아침이고 보니 완전한 봄이구나.
산에는 얼룩 눈이 여기저기 쌓여 있는데 들과 냇가에는
버들강아지가 봉실봉실 피어 있고 동백꽃도 몽오리를
바름바름 내밀며 밝은 햇살을 먼저 받으려고 재촉하네.
동쪽 하늘에는 밝은 해가 솟아오르고 내 마음은 일하기만 바쁘구나.
봄이 오니 제일 먼저 투둑새가 우는구나.
좀 더 늦어지며는 또 제비새끼가 저 공중으로 날아오겠지.
1999년 3월 22일 맑음
풀과 꽃은 때를 놓칠까 서둘고
오늘은 망태 세 개 매고 삼태기 두 개 매고 밭에 풀 좀 매고
어찌나 춥든지 얼른 들어왔지.
앞마당 끝에 해당화 꽃나무는 봄을 재촉하는 이때
잎이 뾔족뾔족하게 파랗게 나면서 빛을 띄운다.
각색 풀잎도 때를 찾아 피우기 바쁘다.
사람은 춥다지만 풀과 꽃은 때를 놓칠까 바쁘게 서둔다.
2013년 3월 14일
개구리 먹는 기 입이너
개구리가 울었다고 밀양집 할멈이 와서 얘기했다.
나는 아직 못 들었다. 논에 물이 없으니 개구리가 없다.
그 전에 공수전 갑북이 할멈 살았을 땐 개구리를 구워서
다리를 들고 몸에 좋다고 이거 먹어보라 해서 내가 그기
입이냐고 개구리를 먹는 기 입이너 하고 내밀어 쐈는데,
그 할멈재이도 오래 못 살고 죽었다.
1988년 3월 15일
남경화
양력 1월 14일 장에 남경화를 한 그루 사다 심었다.
그것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파란 잎이 파릇파릇 싹이 트더니
3월 12일 되니 빨간 예쁜 꽃몽오리가 피어난다.
처음에는 두 송이 피드니 3일 만에 또 다섯 송이가 되고
4일 만에 열두 송이가 되는구나. 흐뭇한 마음 간절하다.
1988년 3월 11일
걱정
유수와도 같은 세월은 참으로 빠르기도 하구나.
구정을 기드리든 때가 어젠 것 같더니 벌써 십삼 일이 되었구나.
또 보름 명절이 곧 다가오겠지.
그리도 기다리든 구정에는 큰아들도 온다고 하고
막내 녀석도 온다니 맘속 깊이 반갑고 고맙고 기뻤지.
이번에는 많은 이야기도 나누고 여러 가지 의논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지려고 큰 기대를 걸었더니
막상 대하고보니 그것이 아니다.
큰아들은 오자마자 아버지 산소에 갔다가 와서는
수동집에 잠깐 갔다가 온다더니 그길로 바로 친구 찾아 가서는
밤중에도 아니 오고 새벽 네 신지 와서 밥도 먹은 둥 마는 둥 하고
다시 또 가고 계속 이박 삼일 동안 그렇게 지내다가 가는구나.
제가 웬만하면 일 년 만에 엄마를 만났으면 그래도 무슨 의논
한마디쯤 있을 줄 알았는데 나는 나대로 섭섭했다.
이제는 뭣을 더 바라리. 육십칠 년 동안 무엇 하나
쌓아온 것 없고 남은 것은 얼굴 주름살과 슬픔밖에 없다.
거기다가 큰딸 하나 의지하고 그럭저럭 지냈더니
사위도 왠지 건강치 못하고 몸에 병까지 드니 가슴이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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