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디지털 시대를 위한 디지털 화폐
(전략)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의 핵심 소프트웨어 수석 개발자로 임명한 사람은 다름 아닌 개빈 앤더슨Gavin Anderson이었으며 그는 항상 다음과 같이 말하고 다녔다.
“나는 항상 비트코인은 여전히 실험적 수준임을 강조했죠. 그리고 어떤 사람이 자신의 돈을 비트코인에 전부 투자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저는 조금 걱정이 됐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주류 비즈니스맨들 가운데서는 J. P. 모건의 최고경영자였던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이 비트코인을 최악의 가치 저장소라고 불렀으며 워렌 버핏Warren Buffet은 비트코인을 단순한 신기루 현상으로 취급하기도 했다.
실제 이런 반응들이 비정상적 반응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가 비트코인과 가상화폐에 대해 처음으로 느낀 감정과 같은 방식으로 반응했다. 몇몇은 과거의 본능적 직감으로 그것을 이해했지만 나머지 일부는 그렇지 않았다. 사실 이 책이 끝나기 전에 독자들은 일종의 퀴블러로스Kübler-Ross (퀴블러로스가 묘사한, 임박한 죽음에 대한 심리학적 반응) 단계를 거칠 것이라고 본다. 당신은 다음과 같은 단계로 가상화폐에 대해 인지하게 될 것 같다.
1단계: 무시. 부정하지는 않지만 무시한다. 이건 돈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가 여태껏 알고 있던 돈의 특성을 하나도 갖지 않는다. 무형이며, 정부가 발행한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금속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2단계: 회의론. 당신은 매일 신문을 읽을 것이며 실제 비트코인이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건에 대한 여러 기사들을 읽을 것이다. 그리고 페이스북의 소유권을 두고 마크 저커버그와 소송을 벌인 것으로 유명한 윙클보스Winklevoss 형제(현재는 비트코인 거래소인 제미니Gemini를 설립)와 같은 기업가들이 가상화폐 사업으로부터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마음속 깊이 생각하는 건 그렇지 않다. 그냥 수학 문제를 풀면 되는 거 아닌가? 컴퓨터가 알아서 비트코인을 만들어주는 걸까? 그리고 어떻게 채굴하는 걸까? 이러한 궁금증들이 풀리지 않았다. 즉, 아직까지는 ‘폰지 사기Ponzi Scheme’ 혹은 ‘파생상품’과 같은 단어들이 당신의 마음속에 자리할 것이다.
3단계: 호기심. 당신은 지금까지 가상화폐와 관련된 글을 계속 읽었다. 인터넷 개척자인 마크 앤더슨Mark Anderson(모바일 웹 브라우저 및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 개발자)과 같은 일견 분별력이 있을 것 같은 사람들조차 진정으로 가상화폐에 대해 열광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야단법석들일까? ‘좋아. 이건 디지털 머니이고, 실제로 실현 가능할 수도 있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어떤 차별성이 있으며 사람들은 왜 그것에 열중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떨쳐버릴 수 없다.
4단계: 결정화. 이것은 꽤 중요한 단계다. 전구가 반짝하거나, 무릎을 탁 치는 등의 비유를 빌릴 수 있겠다. 비록 암호화된 화폐라는 것을 받아들이기까지 여러 장애물들이 있었고 굉장히 회의적이었더라도, 현대 시대의 화폐를 사용하는 사람들일 언젠가는 디지털 통화를 중심으로 사용하게 되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는 믿음을 가지게 된다. 일부 사람들은 비트코인에 대한 어떤 소식이든 며칠 동안 잠도 못 자고 찾아냈다는 이야기를 나눈 경험도 있다. 이런 단 한 번의 디지털 문명의 급습이 한 개인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마음속 깊이 결정화된다.
5단계: 수용. 가상화폐라는 것을 이해하기가 쉽지만은 않지만 큰 틀에서는 이해하려고 한다. 결국 비트코인이 더 이상 지속적으로 성장하지 않거나 혹은 비트코인을 대체할 만한 다른 가상화폐의 인기가 없어지더라도, 우리는 거래비용이 저렴하며 중개인이 없어도 되고 은행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전에는 누리지 못했던 금융 혜택들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기술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거대한 실험의 성공을 회의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때때로 비트코인은 보안 침해 문제 등의 스캔들로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리고 근대 은행 중심의 지배적 금융 시스템에서 야기되는 것보다는 크지 않지만 여러 이미지 관련 문제를 불러왔다. 비트코인이 테러리스트들의 주된 테러 자금으로 사용되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비트코인 고유의 이미지가 입게 될 타격을 상상해보라. 이런 위협에 대한 대중의 불안은 규제 기관의 과도한 대응을 유도하고, 이제 막 초기 단계인 비트코인 기술을 옭아매게 만들 수도 있다. 이러한 법적 대응, 즉 비트코인이 통화 및 지불 시스템을 통제하는 정부의 역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는 것을 정부 관계자들이 감지하는 순간, 비트코인의 역할이 굉장히 제한적으로 바뀌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초기 법적 규제에 대한 노력이 워싱턴, 뉴욕, 런던, 브뤼셀, 베이징 및 기타 여러 금융 및 정치 자본 기구들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만약 가상화폐가 공공 영역의 규제 속에 편입되었다고 여겨지게 된다면 이러한 노력들은 대중의 가상화폐 사용을 촉진하는 촉매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규제 기구들의 관료들이 금융거래에 있어 개인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기존 독점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고, 금융 시스템의 불필요한 비용 및 낭비를 줄일 수 있는 이런 신기술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의 능력을 얕볼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 사이에 떠오르는 다른 기술들은 더 나은 기술 경쟁력을 제공하기 위해 진화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중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모바일 스마트폰 기반의 유비쿼터스 애플리케이션의 도움으로 비트코인의 최대 약점인 높은 가격 변동성에 대한 위험 없이 위안화로 결제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되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비트코인을 지불 수단으로 사용하도록 만드는 이점이 사라지는 셈이다. 새롭게 떠오르는 비트코인 등에 위협을 받고 있는 현행의 결제 시스템은 스스로 서비스를 개선할 것이며, 거래 비용을 낮추고, 비트코인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할 것이다.
이 모든 것들에 있어서 예측 불가능한 가장 큰 와일드카드는 바로 사람이다. 가상화폐의 급속한 발전은 부분적으로는 역사적 기발함에서 기인했다. 2008년 금융위기는 비트코인이 수십억 명의 사람들을 좌절하게 만들고, 스스로 붕괴될 수도 있는 기존 금융 시스템의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최근 몇 년간 가상화폐를 중심으로 한 대항문화가 생겨났고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세계금융시장의 아픈 결점들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오늘날 비트코인 자체를 이야기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금융위기 등의 일련의 사건들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질 때쯤 디지털 통화를 도입하려는 움직임 또한 희미해질까?
누구도 이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확신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가상화폐에 대해 섣불리 예측을 하지 않겠지만 대신 가상화폐의 전망을 생각해보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독자 여러분들은 가상화폐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괜찮다. 왜냐하면 저자인 우리 둘마저도 그랬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1990년대부터 자본시장의 기사거리를 뉴스 등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시작했다. 우리는 닷컴 열풍과 그것의 거품을 목격했으며, 주택 가격 상승의 거품과 그것의 몰락을 보기도 했다. 또한 금융위기, 글로벌 불황, 유로 위기, 리먼브라더스와 LTCM의 파산, 키프로스 사태 등을 목격했다. 우리는 세상이 향후에 급격히 바뀔 것이라고 확신하는 신기술 분야의 많은 전문가들을 기술적 관점에서 인터뷰했다. 아마 상당수의 독자 여러분은 이미 여러 이야기를 들었을 수도 있고 본능적으로 이 가상화폐에 대해 회의적일지도 모른다.
우리 두 사람도 비트코인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귀를 의심했다. 정부가 보증하지 않는 화폐라니?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어! (실제 우리의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이 점이 가장 풀기 힘든 난제였다. 이전까지의 우리의 경험을 쉽게 무시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우리의 이러한 호기심은 비트코인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한 원동력이 되었고,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과 의견을 교환했다. 그리하여 조금 더 발전된 글을 쓸 수 있었다. 결국 비트코인의 잠재력은 우리에게 분명해졌고 가상화폐의 세계와 우리의 여정을 이 책에 실을 수 있었다. 우리의 호기심을 확장하게 된 것이다.
비록 지금은 비트코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가상화폐가 세상의 어떤 부분에서 큰 퍼즐의 한 조각으로 잘 들어맞을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다. 실리콘밸리의 하이테크 허브에서부터 베이징의 거리에 이르기까지 아주 방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며 실제로 우리는 유타 주의 산, 아프가니스탄의 학교, 케냐의 스타트업 등의 이야기까지 풀어나갈 것이다. 가상화폐의 세계는 벤처 캐피털의 수익, 고등학교 중퇴, 아나키스트, 학생, 유토피안, 학생, 인도주의자, 해커 및 파파존스 피자까지 뻗어 있다. 그리고 이것은 금융위기와 새로운 공유 경제, 예전 캘리포니아에서의 골드러시 현상과 맥락을 같이한다. 이 모든 것들이 완전히 끝나기 전, 새로운 하이테크 세계와 오래된 옛 기술 사이의 역사적 전투를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 비트코인의 세계로 빠질 준비가 되었는가?
(본문 중 일부)
★ 저작권법에 의해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