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예상
우리가 쾌적한 런던 교외에 있는 라라 머주어Lara Mazur와 파벨 머주어Pawel Mazur의 작은 아파트로 들어서자, 라라는 우리와 이 문제를 논의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고 소리 높여 말하며, 여섯 살 토마스Tomas의 디지털 미디어 이용에 대해 부부가 얼마나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털어놓기 시작했다. 브라질 출신의 대학 행정관인 라라의 머릿속에는 교육용 앱 조사하기, “자신감과 자립심을 키울 수 있도록” 검색하는 방법 가르치기 등 토마스가 온라인에서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들에 대한 아이디어가 가득했다. 폴란드 출신의 요리사인 파벨은 온라인의 위험성을 우려했고, 특히 토마스가 친구들을 통해 폭력적인 온라인 비디오게임을 접한 이후로 걱정이 더 많아졌다.
라라는 토마스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기를 바랐다.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이에게 말해주는 것이 제 역할이에요. (중략) 저는 정말 개방적이에요. 어쩌면 너무 개방적인 것일 수도 있죠.” 그녀는 ‘다른 엄마들’에게, 그리고 은연중에는 경계심을 보이는 파벨에게 비판적이었다. 가족용 노트북에 모든 사람의 비밀번호를 설정한 파벨은 주저하며 변호했다.
우리는 아이가 (중략)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인터넷 사용법을 가르쳐야 하지만, 동시에 안전해야 합니다. 통제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저 제가 통제할 수 없는 뭔가가 있을 때 살펴볼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토마스는 온라인으로든 오프라인으로든 축구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수줍어하며 말했다. 비디오게임도 좋아하고 이웃에 사는 아이들과 밖에서 노는 것도 좋아한다고 했다. 이 여섯 살 아이도 디지털 기술에 대한 엄마 아빠의 접근법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다. 아빠는 토마스가 좋아하는 게임인 〈피파FIFA〉를 “너무 많이 하면” 늘 못 하게 하지만, 엄마는 보통 “‘그래’라고 말한다”라는 것을 토마스도 알고 있었다.
부모는 디지털 기기와 경험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고 그것에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가? 왜 이 질문들이 가족 내에서, 정책 입안자들 사이에서, 언론에서 그토록 논쟁을 불러일으키는가? 이 책을 위한 현장 연구에서 만난 불안하거나, 열성적이거나, 방어적이거나, 지쳐 있던 부모들은 자신이 영감을 받거나 지지하는 ‘육아 철학’에 대해 말했다. 이러한 질문들에 사로잡혀 있는 부모가정에서 주양육자 역할을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가 있는 반면, 다른 더 큰 걱정거리가 있기 때문이든 아니면 디지털과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해 소용돌이치는 불안감을 어떻게든 피했기 때문이든 그런 것에 덜 신경 쓰는 듯한 부모도 있었다. 라라와 파벨처럼 엄마와 아빠의 걱정거리가 서로 다를 때가 많았고 사회계급과 민족성도 가정들을 구분 지었지만, 항상 예측 가능한 방식은 아니었다. 이 다양성은 가족의 삶에서 디지털 기술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대중과 정책 입안자의 추정을 복잡하게 하고 이의가 생겨나게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라라와 파벨의 의견 차이는 우리가 이 책 전반에 걸쳐 거듭 이야기할 핵심을 분명히 보여준다. 아이의 디지털 생활을 걱정하는 듯한 부모의 말이나 행동의 근저에는 가족의 삶과 아이의 미래에 대한 더 깊은 희망과 두려움이 존재한다. 우리는 부모, 아이, 교육자를 대상으로 4년간 수행한 연구 결과에 기반해, 디지털 기술을 다양하게 즐기는 한편 도전 과제들과 씨름하고 있는 가족들의 삶을 탐구한다. 그리고 부모들이 자신이 겪고 있는 엄청난 변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디지털 딜레마가 피뢰침처럼 가치관, 정체성, 책임에 대한 현대의 논쟁들을 모두 소환한다고 주장한다.
육아 활동은 일상에 불과해 보일지 모르지만, 점점 더 개별화되는 사회에서 부모의 역할parenthood은 강력하게 재조정되고 있다. 우리는 특히 가족들이 일상적인 실행practice을 통해 현재의 소망과 물질적인 제약 사이에서 길을 찾는다는 사실을 이 책 전반에 걸쳐 밝힐 것이다. ‘육아 문화 연구’라는 급성장하고 있는 분야를 소개하면서 엘리 리Ellie Lee, 얀 맥바라시Jan Macvarish, 제니 브리스토Jennie Bristow는 말한다.
한때 진부하고 비교적 중요하지 않은, 아이와 가족의 사적인 일상생활로 여겨지던 것밥 먹기, 잠자기, 놀기, 책 읽어주기이, 다음 세대와 사회 전체에 미치는 부모 활동의 영향에 관한 격렬한 논쟁의 주제가 되었다.
가족, 건강, 돈, 교육, 사회적 관계 등은 한때 전통적 권력에 의해 좌우되었지만, 개인이 새로운 기회와 위험에 대한 권한과 부담을 모두 가지게 되면서 더욱 첨예한 선택의 문제가 되고 있다. 동시에 개인의 선택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므로 정치인, 교육자, 정책 입안자는 육아가 계속 그들의 영향권에서 멀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관리하기 위해 무던히 애쓰고 있다. 요컨대 육아라는 개념은 한편으로는 아이 또는 아이들에 대한 개인적 돌봄의 형태를 포함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실행을 포함하며 그것이 육아를 정치적으로 만든다. 따라서 우리는 일상적인 부모의 행동과 ‘육아’최근에야 일상적인 담론에서 많이 쓰이게 된 용어라는 논쟁적인 개념을 분석적으로 구별한다. ‘육아’라는 용어는 부모가 하는 일이라는 의미 이상으로 후기 근대의 부모에게 주어지는 일련의 힘든 ‘과업’을 가리키는 말, 심지어 그 과업을 구성해내기 위한 말로서 많이 쓰이게 되었다. 이는 ‘부모에게’ 도덕적 책무를 완전히 부과하여, 부모 스스로가 항상 ‘좋은 육아’의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지 자문하게 한다.
가족의 일상적인 경험에 기반하여 현장 연구를 수행했지만 우리의 관심사는 더 폭넓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이 행복을 구성하는지, 희망하는 ‘좋은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긴급한 딜레마를 사회가 탐구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육아’ 논쟁이 중요한 수단이 되었는지를 아우른다. 우리는 육아를 이 장에서 나중에 논의할 후기 근대성 이론 및 위험사회 이론과 관련시킨다. 스티비 잭슨Stevi Jackson과 수 스콧Sue Scott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부모는 세상이 예측하기 어렵고 안전하지 않을 때 자녀에게 더 많이 투자한다.” 이 투자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어린이가 미래’이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최적화하기 위해 설계된 사회의 불안한 계산은 종종 아이들과 자녀 육아에 주목한다.
그래서 부모가 책임을 지는 방식이 모든 사람의 관심사가 된다. 부모가 자녀의 디지털 기술 이용을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해 대중이 판단하려 드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디어 학자로서 우리는 현대 생활의 딜레마를 구체화하는 것이 디지털 전환이라는 데 강한 호기심을 느낀다. 그리고 그러한 결과가 나타나는 데 매우 중요한 (불확실성과 복잡성, 자녀 육아를 야기하는) 디지털 혁신의 결합이 특히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듯하다. 다른 사람들의 서로 모순된 조언은 불안감을 더한다. 대중매체의 헤드라인은 디지털 스킬을 배우거나 따라갈 수 있도록 최신 기기를 사라고 부모들을 끊임없이 부추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온라인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면밀히 감시하고, 게임이나 소셜 미디어처럼 ‘머리를 쓰지 않는’ 활동을 하며 보내는 시간을 제한하라고도 꾸준히 권한다. 기술혁신이 현 시대를 정의하는 유일한 변화는 아니지만, 우리는 연구 과정에서 그것이 어떻게 주체성agency, 가치관, 전통의 상실에 근본적인 불안감을 유발하는지 여러 번 되풀이해 관찰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야기를 나눴던 부모들에게 그들이 어떻게 양육되었는지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고 자녀가 부모가 되어 있을 미래를 떠올려보도록 요청했다. 다수는 자신과 자녀의 어린 시절 사이에 가장 뚜렷하게 차이 나는 유일한 요소가 디지털 기술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래서 디지털 기술이 부모들의 관심과 걱정을 불러일으킨다. 기술변화가 정말 우리 시대의 최고 우선 과제 또는 유일한 우선 과제라거나 모든 부모가 정말 이것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이 책 전반에서 우리는 디지털에 그런 관심을 가짐으로써 무슨 문제가 발생하는지, 따라서 어떤 다른 문제, 어쩌면 더 심각한 문제가 가려질 수 있는지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통제력을 유지하려는 파벨의 희망은 우리가 현장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듣는 말이었다. 디지털 기회에 대한 라라의 낙관론도 마찬가지였다. 라라는 기대감을 드러내며 말했다. “큰 정책이 진행되고 있는데, 모든 엄마들이 신경 쓰고 있죠. 정책대로라면 아이들은 이번 학기에 코딩하는 법을 배울 거예요.” “[엄마들이] 걱정하는 건가요, 아니면 기대하는 건가요?”라고 묻자 라라가 이번엔 남편 생각에 동의하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약간 얼떨떨해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고 아시다시피 우리가 정부의 정책과 정보기술 수업을 피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길로 가야 하죠. 그러니 어떤 체계나 도구를 가지고 있는 편이 더 좋을 거예요.
코딩을 가르치겠다는 학교의 새로운 계획은 라라를 운명론적으로 만들었다.
새로운 것들이 많이 생기겠지만 저는 속도가 걱정돼요. 부모가 따라갈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모르겠어요. 그냥 잘되길 바랄 뿐이에요.
파벨은 디지털에 대한 새로운 부담을 떠안는 것으로 대처하려 애썼다.
제가 그 꼭대기에 있어야 해요. 그래야 아이를 풀어주기 전에 걔가 컴퓨터로 뭘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죠. (중략) [그래서] 제가 코딩을 배워야겠습니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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