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참꽃
임도순 공검 2학년
학교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에 가니 나뭇군들이 우리 집 마당으로 지나갑니다. 나뭇군이 지나가는데 언듯 보니 나뭇군 지개에 활짝 핀 참꽃진달래꽃이 꽂혔습니다. 그래서 나는 “벌써 참꽃이 피었네” 하고 말하니 내 동생이 방에서 울다가 갑자기 나옵니다. 내 동생이 나오더니 참꽃이 나뭇군 지개에 꽂혀 있으니까 막 돌라 합니다. 그래 노인 한 분이 지개를 내루더니 “아가야, 참꽃 빼 가지고 가거라” 하셨습니다. 나하고 내 동생 젖먹이하고 나뭇군한테 가서 내가 활짝 핀 참꽃 두 송이를 빼 주니 그 나뭇군이 “야야, 아기 참꽃 더 빼 주어라” 하셨습니다. 그래 나는 세 송이를 빼 주었습니다. 그래 나뭇군이 있다가 “너는 왜 그래 빼 주나?” 하면서 지개에 꽂은 참꽃을 다 빼 주면서 “나는 집에 가도 어린아이들도 없다” 하셨습니다. 그래 나뭇군은 그만 집에 가셨습니다. 나는 그 할아버지가 우리 할아버지만침 고마웠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우는 아이를 달래서 그럽니다. (1959. 2. 27.)
할미꽃
권명분 공검 2학년
어제 학교에서 돌아와서 점심을 먹고 나물을 뜯으러 가니까 우리 큰엄마 무덤 앞에 할미꽃이 예쁘게 피어 있습니다. 그걸 보다가 내비 두고내버려 두고 딴 데 가서 나물을 뜯어 가지고 와서 집에 갖다 놓고 다시 우리 큰엄마 무덤 앞에 가서 할미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니까 하얀 털이 보얗게 묻어 있습니다. 그것을 우리 아기가 꺾을라 하길레 내가 못 꺾구로꺾게 하니까 웁니다. 그 할미꽃이 하도 사랑스러워서 안 꺾고 집에 돌아와서 아기를 달래 놓고 놀로를 갔습니다. 놀로를 갔다가 집에 돌아오니까 우리 아기가 업어 달라고 합니다. 나는 또 우리 아기를 업고 우리 큰엄마 무덤 앞에 가서 아기를 달개 가지고달래 가지고 집에 왔습니다. (1959. 2. 27.)
나물 캐기
이동자 공검 2학년
어제저녁때 나물 캐러 가서 밭둑에서 나물을 캐고 있는데 난데없는 꿩 한 마리가 포르르 하고 깊은 산속으로 날아 들어갔습니다. 나물 바구니를 옆에 차고 논둑으로 지나서 밭둑에서 나물을 뜯어 나가는데 손바닥만 한 나생이가 있어서 뜯고 나니 조그마한 구디시가 새파랗게 돋아나서 있습니다. 내가 그 구디시는 뜯도 안 하고 큰 것만 뜯고 나생이도 큰 것만 뜯었습니다. 그래 뜯다가 보니까 한 바가지가 되어서 또 동생 나물을 뜯어 주었습니다. 그래 또 밭에 가서 벌그닥지를 뜯고 또 영잎 진 것도 뜯고 나니 동생 바가지에도 한 바가지가 되어서 집으로 올라 하니 또 나생이가 있어서 그것을 뜯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기뻤습니다. (1959. 2. 27.)
*나생이, 구디시, 벌그닥지: 모두 봄에 나는 나물 이름.
*영잎: 시들어 마른 겉잎.
나물 뜯기
김진순 공검 2학년
나물 뜯으러 가니 노랑 꽃 빨강 꽃이 피어서 퍽 기뻤습니다. 하매벌써 봄이 왔구나 하고 봄 노래를 힘차게 부르며 나물을 뜯으니까 재미가 나서 나물을 뜯다가 보니 해가 졌습니다. 나물도 뜯지 못하고 할미꽃만 꺾어 가지고 한 대래끼 채워 가지고 집에 돌아와서 다듬다가 할미꽃이 나오니까 내 동생들은 “아이구 할미 나오셨다”고 말하며 좋다고 하면서 서로 더 많이 할라고 싸움니다. 나는 “그걸 갖고 싸우나?” 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나는 할미꽃으로 할아버지 사깟삿갓 쓰고 가는 것과 할머니 물 버지기 이고 가는 것과 아이들 손목 잡고 모자 쓰고 학교에 가는 것과 모두 다 장난감을 만들어 놓고 보니 참 기뻤습니다. 봄은 참 즐거운 봄이라고 해서 좋아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1959. 3.)
*대래끼: 다래끼. 아가리가 좁고 바닥이 넓은 바구니.
*버지기: 둥글넓적하고 아가리가 넓게 벌어진 질그릇.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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