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곡마단의 오누이꽃
여러 가지 꽃들이 만발하여서, 온 장안 사람이 꽃에 취할 때였습니다.
서울 명동 진고개 어귀에는, 며칠 전에 새로 온 곡마단의 재주가 서울 왔다 간 곡마단 중에 제일 재미있고 제일 신기하다 하여, 동물원 구경보다 더 많은 사람이 밤낮으로 그칠 사이 없이 밀려들어서 들어가지 못하고 도로 돌아가는 이가 더 많을 지경이었습니다.
이 곡마단의 주인(단장)은 일본 사람 내외이고, 재주 부리는 사람도 모두 일본 사람인데, 그중에 중국 사람 내외가 한 패 끼여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 곡마단은 일본과 중국으로 돌아다니면서 돈벌이를 하다가 조선에 와서 재주를 부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므로, 서울 사람들에게는 참말로 신기하고 재미있는 재주가 많이 있었습니다.
예쁜 여자가 해골로 변하여 춤을 추는 것도 재미있었고, 조그만 원숭이와 커다란 사자가 재주를 부리는 것도 모두 처음 보는 재미난 것이었습니다.
중국 여자가 접시 돌리는 것이며, 그 여자의 남편(중국 남자)이 웃통을 벗고 누워서 가슴 위에 큰 돌을 올려놓고 그 위에 일곱 사람을 올려 세우고도, 발끝으로 재주를 부리는 것은 참말로 신통한 구경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자나 중국 사람보다도 더 구경꾼의 마음을 끄는 것은, 말 등 위에서 재주를 부리는 열대여섯 살 먹은 소년과 가느다란 쇠줄 위에서 춤을 추는 열서너 살 되어 보이는 예쁜 소녀였습니다.
얼굴 곱고 몸 가벼운 소년이 시뻘건 불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말 등 위에서 가지가지 아슬아슬한 재주를 피우는 것이며, 예쁘고 귀여운 소녀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높다란 쇠줄 위에서 우산을 펴 들고 여러 가지 서양 춤을 추는 것은 참말로 구경꾼의 가슴을 졸이는 재주여서, 보는 사람마다 손에 땀을 쥐면서 아슬아슬해하였습니다.
그러나 맨 나중에 한 남매라도 해도 좋음직한 그 소년과 소녀가 함께 나와 까마득하게 높이 매달린 두 개의 그네 위에 올라가서, 원숭이같이 재주를 부리다가 공중을 후루룩 날아서 이 그네 저 그네로 옮겨 뛰는 재주야말로 수천 명 구경꾼의 가슴을 떨게 하는 귀신같은 재주였습니다.
까딱 잘못하면 그 높은 그네에서 떨어져 즉사하고야 말 것입니다. 그러니 그 높은 곳에서 그네를 놓고 공중으로 후루룩 날 때면, 부인네와 어린아이들은 차마 보지 못해
“악! 악!”
부르짖으며,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눈을 가렸습니다.
그러나 실수 없이 날렵하게 다른 쪽 그네로 옮겨 매달려서 새로운 재주를 부릴 때, 구경꾼들은 기뻐 날뛰면서
“으아!”
하는 함성과 손뼉치는 소리를 퍼부었습니다.
오누이 같은 예쁜 소년과 소녀의 재주!
소문은 가는 곳마다 퍼져서 아침부터 저녁때까지 구경꾼들이 밀물같이 몰려왔습니다.
2.
슬픈 신세
하루에도 몇천 명의 손님들에게 칭찬을 받고, 모든 사람들에게 귀여움을 받으며 떠받들리는 나이 어린 소년과 소녀. 손뼉치는 소리 속에서만 춤을 추는 소년과 소녀.
가는 곳마다 몇만 명의 구경꾼들이 자기네의 재주를 보려고 모여들건만, 그들의 마음은 더할 수 없이 슬펐습니다.
소년은 열여섯 살이었고 소녀는 열네 살이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에게는 부모도 없고, 친척도 없고, 고향도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누구이고 어머니는 누구인지, 자기의 고향은 어디인지, 그런 것을 도무지 알지 못하고 어릴 때부터 곡마단 단장 내외를 아저씨, 아주머니라고 불렀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피가 흐르게 두들겨 맞으면서 여러 가지 재주를 배워 온 신세였습니다.
소년과 소녀는 남들이 하는 말같이 친남매인지, 어디서 뿔뿔이 얻어다가 남매같이 길러진 몸인지 그것도 분명히 알지 못하는 가엾은 신세였습니다.
친오누이가 아니라도 좋다! 이 넓은 세상에 부모도 형제도 없는 몸이니, 우리 두 사람끼리라도 친오빠같이, 친누이같이 믿고 지내자고 밤마다 울면서 밤마다 맹세하면서 지낼 뿐이었습니다.
부모도 없고 고향조차 없으니, 두 아이는 어디를 가도 반가운 곳이 없었습니다. 조선에 오거나 중국에 가거나, 어디를 가든 어떤 사람을 보든 마음만 슬플 뿐이었습니다.
재주가 끝난 후 옷을 갈아입고 음악대 뒤에 숨어 앉아, 흩어져 나가는 구경꾼들 속에 자기와 같은 어린 소년 소녀가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재미있게 이야기하며 돌아가는 것을 볼 때마다 그들은 돌아서서 울지 않은 때가 없었습니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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