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이 말을 전함
나머지 이야기는 내일 하자
학교에서 봐
학교를 안 갔어
일단 전철을 탔고
시를 벗어났어
다들 학교도 안 가고 회사도 안 가고
뭐하는 걸까
나에게는 변명이 많았지
현장학습을 하러 가는 날이에요
집에 급한 일이 생겼어요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진 않았지만
전철은 달렸어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창밖으로 보이는 작은 건물들
강물에 반사되는 빛
기관사가 차내에 계신 분들께 알리는 소리
다들 대답을 하진 않았지만
나도 사람에게 할말은 없었어
왼쪽은 창문 오른쪽은 문
기억 속 교실은 하나같이
왼쪽은 창문 오른쪽은 문
너는 항상 왼쪽 창가
그 너머가 빛
머리가 큰 천사가 둥둥 떠 있고
미사일과 운석이 격돌하는 장면
그런 장면은 내 기억엔 없지만
왼쪽은 창문 오른쪽은 문
그러나 이런 기억은 있었다
교실 뒷문을 반쯤 연 채
창가에 앉은 너를 하염없이 쳐다만 보던 날
빛을 받은 너의 목덜미가 너무 하얘서 혼자 놀랐던
그것이 나의 처음이었고
당신의 시에는 현실이 없군요
현실에는 당신이 없는데요
창밖으로 보이는 것은 그냥 흰 빛뿐이지만
그 이상이 없다는 것은 이미 잘 알지만
왼쪽은 창문 오른쪽은 문
죽은 사람이나 왼쪽으로 걷는 거라고 누가 소리지르고 있었다
밝은 방
사실 나는 유령이 보인다 지금 네 옆에는 할머니의 유령이 서 있고 그 뒤로는 개의 유령이 떠다닌다
그렇게 말하면 너는 믿을까
사진사는 말한다 눈을 크게 뜨라고 하지만 나는 대답한다 이게 다 뜬 거예요
눈을 다 뜨면 너무 많은 것들이 보이니까
조금 전 놀이터에 묻고 온 새가 거실을 날아다니고, 유령이 등에 업힌 줄도 모르는 친구와 만나고, 그곳에는 놀이터가 없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저기 멀리서 인사하는 것이
사람인지 아닌지 알아보기란 항상 어렵고
때로 네가 내게 말을 거는 때도 있다 자기가 유령인 줄도 모르고
아직도 나를 사랑한다고 믿고 있다
너를 데리러 온 천사들이 공중을 선회한다 잠시 눈을 감으면 모든 것이 사라지겠지
(눈을 감은 분이 있어서 다시 찍을게요)
사진사는 말한다 눈을 크게 뜨라고 하지만 나는 대답했지 더는 뜰 수 없어요
죽은 새가
네 입속에서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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