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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후 우리의 미래
영화 〈이디오크러시〉
“21세기, 인류를 위협하는 포식자가 없는 상황에서 진화의 과정 중 똑똑함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극장 개봉을 하지 않아 어둠의 경로로 본 영화 〈이디오크러시〉Idiocracy, 2006는 이렇게 시작된다. 심지어 똑똑한 사람은 멸종 위기에 처하는데, 다음과 같은 이유다.
A씨 부부IQ 138 당장은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아요. 적당한 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죠.
B씨 부부IQ 84 “제길! 또 임신했잖아! 안 그래도 아이가 많은데!”
그렇게 10여 년이 지났을 때 A씨는 여전히 애가 없지만, B씨는 수없이 많은 자손을 거느린다.
그때 군에서는 군인들을 동면시키는 실험을 시작한다. 너무 오랫동안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탓에 전투 경험을 가진 군인들이 점점 없어지니, 경험자들을 미래로 보내 군대를 이끌게 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동면이 잘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동면기를 테스트할 대상이 필요하기에, 바우어라는 군인과 매춘에 종사하는 여성이 첫 대상으로 선정된다. 바우어가 선택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모든 면에 있어서 놀라울 정도로 평범하죠. 그래서 뽑히게 된 겁니다.”
원래 1년간 동면 될 예정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난다. 극비로 진행된 이 실험을 담당한 군인이 비리 혐의로 구속된 것이다. 실험에 대해 아는 이가 없었던 탓에 시설은 그대로 방치됐고, 그렇게 5백 년의 시간이 흐른다. 인류는 당연히 더 멍청해졌으며, 인구는 엄청나게 증가했다. 바우어가 깨어난 것은 인류가 만든 쓰레기 산이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일종의 산사태가 일어난 까닭이다.
깨어난 바우어는 황당했다. 서기 2505년의 인류는 섹스, 코미디, 폭력물에만 몰두할 뿐, 다른 곳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심지어 가장 흥행한 영화 〈엉덩이〉는 90분 내내 벗은 엉덩이만 보여 주는데, 그걸 보고 사람들은 상영 시간 내내 웃는다. 쓰레기더미가 넘쳐나는 거리를 헤매던 바우어는 손목에 바코드가 없다는 이유로 법정에 끌려가고, 판사와 검사, 변호사가 모두 바보들로 채워진 우스꽝스러운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다. 감옥에 가기 전 바우어는 지능 지수IQ 테스트를 받는다. 그걸 알아야 수감 기간 중 교도소에서 어떤 일을 할지 정해진다나. 그런데 문제가 아주 황당하다.
1번: 만약 당신이 2갤런이 들어 있는 물통을 가지고 있고, 또 5갤런이 들어 있는 물통을 가지고 있다면 몇 개의 물통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바우어는 이게 정말 문제인가, 반신반의하면서 “두 개”라고 답한다. 난리가 났다. 그때서야 바우어는 사람들이 다 바보라는 걸 직감한다. 영화 제목인 ‘이디오크러시’는 바보idiot에 의한 통치를 의미한다.
교도소에 입소할 때 바우어는 어떻게 하면 빠져나갈지 머리를 쓴다. 그리 오래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사람들을 분류하는 간수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면 됐다.
“저 오늘 출소하기로 돼 있는데요?”
간수는 바우어의 따귀를 때린 뒤 이렇게 말한다.
“줄을 잘못 섰잖아, 멍청아!”
그러면서 간수는 문을 담당하는 간수에게 “그 멍청한 놈 내보내 줘.”라고 지시한다. 영화에는 이런 장면들이 숱하게 나온다. 오래전에 만들어진 타임머신을 타려던 바우어는 경찰에 붙잡히는데, 끌려간 곳은 감옥이 아니라 백악관이었다. 그의 뛰어난 지능 지수가 정부 고위층의 주목을 받았던 것이다.
“넌 역사상 가장 높은 아이큐를 받았어. 그래서 우리가 널 내무부장관에 임명한 거야.”
대통령은 그 시대 현안이었던 식량 부족 사태를 바우어에게 해결하도록 지시한다.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고 난감해하던 바우어는 금방 해법을 찾아낸다. 그 시대엔 브라운도Brawndo라는, 게토레이 비슷한 음료 회사가 나라 전체를 장악해 버리고, 화장실을 제외하곤 모든 곳에 물 대신 자기네 음료만을 쓰도록 만든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곡물에도 브라운도를 주게 된 것이다. 브라운도가 자랑하는 전해질이란 것은 사실 소금이었으니, 곡물이 자랄 수가 없었다. 바우어는 곡물에 물을 주게 하려고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포복절도할 대화가 이어진다.
장관1 니가 말하는 것은 곡물에 브라운도 대신 물을 주라는 거네?
바우어 바로 그거지
장관2 하지만 식물들이 원하는 것은 브라운도야.
장관3 전해질이 첨가된 것.
바우어 브라운도를 주면 식물들이 자라지 않잖아.
장관1 난 화장실에서 자라는 식물을 본 적이 없어.
바우어 그냥 한번 시도해 보자고. 물을 주면 식물들이 자랄 거야.
장관2 하지만 식물들이 원하는 것은 브라운도야.
장관3 전해질이 첨가됐잖아.
바우어 니들, 전해질이 뭔지나 알고 이러는 거야?
장관1 알아. 브라운도를 만들 때 쓰는 거잖아.
바우어 그래, 그런데 브라운도를 만들 때 왜 전해질을 쓰는 거지?
장관2 브라운도에는 전해질이 들어 있으니까.
설득은 실패했고, 바우어는 머리를 쓰기로 한다. 자신이 식물들과 대화를 해 봤더니 식물들이 물을 원하더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자 사람들은 금방 수긍하고 물을 주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태는 다시 이상한 방향으로 흐른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브라운도에서 일하는 시대에서 곡물에 브라운도 대신 물을 주다 보니 브라운도의 주가가 떨어지고, 대규모 실업 사태가 벌어져 버린 것이다. 게다가 곡물이 자라기까진 시간이 걸렸으니 사람들이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다시 법정에 선 바우어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형을 받는다. 그는 자신을 면회 온 매춘녀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거든, 사람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해주세요.”
영화가 다 그렇듯 바우어는 매춘녀의 도움으로 사형 집행 순간에 극적으로 구출되고, 때마침 자라 준 곡물 덕분에 오히려 영웅이 된다. 결국 그는 대통령이 돼 폐허로 치닫던 세상을 구하게 된다. 참고로 그 사람들이 타임머신이라고 불렀던 기계는 인류의 역사를 탐험하는 놀이기구였으니, 어차피 과거로 갈 방법은 없었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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