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지역 국공립도서관 사서 4명 → 1명 이상 완화”?
5월 21일 「부산일보」 기사 제목이다. 이게 무슨 소리지? 언제 이렇게 도서관 사서 인력 배치 기준이 바뀐 거지?
같은 날 법제처는 민생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 32개 법령에 있는 여러 법적 기준을 완화하는 시행령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27일 정부가 발표한 ‘한시적 규제유예 추진방안’에 따른 조치라는 것이다.
우선 궁금했다.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려면 입법예고 조치를 한다. 그런데 이번 법 시행령 개정에 관해서는 언제 입법예고가 있었을까? 나도 들은 바 없고, 주변 도서관계 사람들도 ‘입법예고’ 게시판에서 겨우 찾았다. 4월 26일부터 5월 9일까지 예고기간을 가진 “한시적 규제 이런 법 개정이 추진된다는 걸 알지 못한 것 같은데. 그래서 확인해 봤다. 법제처 홈페이지 유예 등 민생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33개 법령의 일부개정에 관한 대통령령안 입법예고”(공고번호 제2024-84호)다.
개정하려는 이유는 이렇다고 밝히고 있다. “투자·창업을 촉진하고, 기업의 경영 부담을 완화하며, 중소상공인과 서민의 부담을 경감하는 등 민생 분야의 행정규제를 일정기간 유예하거나 선제적으로 행정규제를 완화함으로써 민생경제 활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등 33개의 대통령령을 일괄 정비하려는 것임.”
요약하면 민생 분야 행정 규제를 일정 기간 유예하거나 선제적으로 완화해 민생경제 활력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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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법제처 일괄개정안 ‘조문별 제·개정이유서’ 가운데 ‘도서관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이유(오른쪽) 일괄 개정에 따른 ‘도서관법 시행령’ 개정 내용(2024.5.28. 시행) |
도서관이 민생 분야에 포함된다니 그건 좋다
도서관 관련 사항이 민생경제 활력과 관계가 있나? 우선 그게 궁금하다. 그리고 입법예고에서 33개 시행령 중 중요하다고 꺼내 설명한 내용 중에는 도서관 관련 사항은 없다. 같이 나열된 33개 법률 중 상당수는 민생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국·공립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에 두는 사서의 수’가 민생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 건가? 물론 시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도서관 서비스이기에 민생의 일환이라고 한다는 것은 적극 동의할 수 있다. 오히려 민생이라고 한다면 좋다. 도서관 관련 사항을 민생 챙기듯 신속하게 잘 챙겨주시면 좋겠다.
(14) 도서관법 시행령(별표 2 제1호)
○ (현행) 국공립 공공도서관(어린이·장애인·노인·다문화가족도서관 포함)은 사서 4명 이상, 국공립 작은도서관은 사서 1명 이상을 갖추어야 등록 가능
○ (개선) 인구감소지역에서는 공공도서관은 사서 1명 이상, 작은도서관은 2개 도서관에 사서 1명 이상을 두면 등록 가능하도록 요건 완화
○ (기대 효과) 인구감소지역 공공도서관 및 작은도서관의 등록율 향상
국공립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에 일정 이상의 사서4명 이상과 1명 이상를 갖추어야 등록이 가능한데, 인구감소지역 경우에는 이 등록요건을 완화해서 인구감소지역 도서관의 등록률을 향상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즉 개정 이유는 새로운 「도서관법」에 따라 올해 말까지 국공립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은 법이 정한 등록요건을 갖추어 등록해야 하는데 인구감소지역에서는 그 기준을 갖추기가 어려운 사정이 있으니 이를 완화해서 등록율을 향상시키고자 한다는 말이다. 정말 그런가? 그래야 하는 것이었을까? 「도서관법 시행령」이 규정한 등록요건은 민간, 즉 사립 공공도서관이나 작은도서관에 관한 것이 아니라 정부나 지자체 등 공공부문에 의회가 부과한 공적 의무다. 그런데 왜 그걸 민생과 관련한 규제로 규정하고 다른 법률과 묶어 이렇게 개정함으로써 스스로의 책무를 완화하려는 것일까? 누가 이렇게 생각하고 처리한 것인지, 그 이유를 더 듣고 싶다.
일단 이번 일괄 개정에 따라 실제 2024년 5월 28일자로 「도서관법 시행령」 제28조제2항 관련한 [별표 2]는 개정된 내용을 반영했다. 그에 따라 2024년 6월 1일부터 2026년 5월 31일까지 등록을 신청하는 인구감소지역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은 완화된 기준을 적용받게 될 것이다.
도서관 등록제는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이번 개정을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국·공립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이 올해 말까지 등록해야 하는 소위 공공도서관작은도서관 포함 등록제 때문이다. 2022년 12월 8일 새 「도서관법」이 시행되면서 새로 생긴 등록제이지만 곧바로 시행하지 않고 2년의 유예기간을 두었다. 정부나 지자체는 지난 2년 동안 과연 도서관을 등록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던 것일까? 그럼에도 사정이 너무 어렵다고 판단했기에 이렇게 관련 법적 기준을 완화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사전에 관련 부문, 즉 도서관계나 시민들에게 그동안 어떤 노력을 해 왔는지, 기존 법적 기준을 적용하면 어느 정도의 도서관이 기준에 도달하지 못해 등록하지 못하는 사정이 생기는 것인지 등등을 솔직히 공개하고, 그래서 이렇게 해서라도 시민들에게 보다 나은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 양해해 달라, 향후 법적 기준에 맞출 수 있도록 이런 방안을 마련해서 이렇게 노력하겠다 등등을 설명해 주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우선 이번 법률 개정으로 정말 인구감소지역에 있는 공립국공립이라고 하지만 현재 국립 공공도서관은 없으니까 그냥 공립, 즉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설립의 경우만을 생각해도 될 것이다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에서 어느 정도의 등록률 향상이 가능할까? 아니면 이렇게 하면 그 지역에 있는 대상 도서관은 모두 등록이 가능해지는 것일까? 궁금하다.
왜 인구감소지역 공공도서관만을 대상으로 요건을 완화한 것인가?
등록요건 완화는 모든 대상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이 아니라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약칭: 지방분권균형발전법에 따른 인구감소지역에 있는 도서관만을 대상으로 한다.
인구감소지역은 「지방분권균형발전법」 제2조용어 12호에서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 소멸이 우려되는 시특별시는 제외하고 광역시, 특별자치시 및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10조제2항에 따른 행정시는 포함한다·군·구를 대상으로 출생률, 65세 이상 고령인구, 14세 이하 유소년인구 또는 생산가능인구의 수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을 말한다.” 이에 따라 동법 제3조에서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하는 내용이 규정되어 있다. “광역시, 특별자치시 및 시·군·구 중에서 65세 이상 고령인구, 14세 이하 유소년인구 또는 생산가능인구의 수, 인구감소율, 출생률, 인구감소의 지속성, 인구의 이동 추이 및 재정여건 등을 고려하여 지방시대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행정안전부장관이 지정·고시하는 지역을 말한다.” 이같은 법 규정에 따라 2021년 10월 최초향후 5년 단위로 지정 예정로 89개 시·군·구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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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 89개 지자체 현황. 더해서 관심지역 18개도 같이 공개하고 있다. |
2022년 말 기준 통계를 기준으로 보면 전체 17개 광역자치단체에 속한 229개 지자체에는 모두 1,208개 공립 공공도서관이 있다. (작은도서관 경우는 분석하지 않았다.) 이들 중 89개 인구감소지역38.9%에 있는 공립 공공도서관은 224개관18.5%이다. 224개 공립 공공도서관 중에 법 개정 이전 요건, 즉 사서직원일단 정규직 경우만이 4명 이상이 되지 못하는 도서관은 153개관으로 68.3%에 이른다.
2022년 말 기준 통계를 기준으로 한 것이니, 2024년 지금은 사정이 다소 나아졌으리라 기대하더라도, 직원 채용이 쉽지 않은 공립 공공도서관 사전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도서관이 올해 안에 등록을 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 이번 법률 개정으로 1명 이상만 두면 등록이 가능해 질 것이기 때문에 대다수 도서관은 등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요건을 완화한 것이라 짐작해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이렇게 등록 요건 완화에도 불구하고 사서직 직원이 1명이 되지 않는 도서관 17개관7.6%이나 있다.
등록 요건 완화에 대한 몇 가지 궁금함
우선 사서직원이 1명이 되지 않는 도서관에서 그동안 사서를 추가로 채용하지 않았다면, 이번에 등록이 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사서직원을 채용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만일 그러지 못했다면, 그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대책은 무엇일까? 아니면 2026년 5월 31일까지 요건 완화의 효력이 유지되니까, 올해는 등록을 하지 못하더라도 다시 2년의 시간을 두고 사서직원 채용을 하는 노력을 할 것인지 모르겠다. 꼭 그러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은 등록요건 완화 기간을 2년으로 한정한 것은 역시 등록제 시행 유예 기간을 2년좀 더 정확하게 생각하면 1년 반 정도 더 연장하는 효과를 기대한 것일까?
두 번째 궁금함은 2026년 5월 31일 이후 등록하는 경우에는 인구감소지역에 있는 도서관이라도 다시 현행 요건, 즉 4명 이상의 사서직원을 두어야 하는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앞으로 2년 동안 이들 89개 인구감소지역에서 과연 몇 곳의 공공도서관이 새로 건립될 것인가? 지금 건립을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2년 안에 개관을 하기는 어렵겠지만, 지금 현재 건립 중이라면 2026년 5월 안에 개관을 해서 등록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경우에는 이번 등록요건 완화의 대상이 될 수 있을 텐데, 현재 이들 인구감소지역에 건립이 진행 중인 공공도서관은 또 몇 곳이나 되는지 궁금하다.
세 번째 궁금함은, 그런데 지역의 어려운 사정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인구감소지역이라고 해서 사서직원 1명 정도로 도서관을 운영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등록제를 도입한 것은 공공에서 제공하는 도서관서비스의 수준을 일정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하기 위함이 아닌가? 그렇다면 아무리 인구감소지역이라고 해도 사서 한 명이 도서관을 제대로 운영하기는 불가능하다. 현재 정부는 인구감소지역에 대해서는 더욱 특별한 관심과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해서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목적 사업을 발굴해서 지원한다. 그렇다면 시민들에게 더 나은 문화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공공도서관에 사서 등 인력을 추가로 확보해서 더 나은 도서관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제25조(문화기반의 확충)에서는 인구감소지역에서는 단독주택에도 작은도서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고제1항,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인구감소지역에 문화·관광·체육시설을 설치하거나 인구감소지역 밖의 지역에 설치된 시설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이전하려는 자에게는 필요한 행정적·재정적인 지원을 할 수 있고제3항, 인구감소지역에 거주하는 자에 대한 문화 향유 기회 확보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순회 문화공연·전시 등을 통하여 문화 향유 기회를 직접 제공하거나 문화 향유를 촉진하기 위하여 소요되는 비용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고제4항,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인구감소지역에서의 문화·예술·관광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지방자치단체나 관련 사업의 시행자에게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제5항 하고 있다. 그런데 왜 굳이 공공도서관에 대해서는 애써 서비스 수준 향상에 필요한 인력 확충의 근거가 되는 등록요건을 도리어 완화한 것일까, 다시 또 궁금하다.
네 번째는 인구감소지역에 있는 공공도서관 중에도 사서직원이 4명 이상, 심지어 16명이 있는 공공도서관도 있다. 대부분 해당 지방자치단체보다는 광역 차원의 교육청이 운영하는 공공도서관인 경우이다. 그렇다면 이들 교육청 소속 공공도서관은 비록 현재 인구감소지역에 위치해 있다고 하더라도 이번 등록요건 완화의 대상이 되는 것일까? 아니면 광역자치단체 소속이므로 해당 지역에 속하지 않는 것이라고 봐야 하는 것일까? 역시 궁금하다.
다시 공립 공공도서관 등록제의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
다시 한번 왜 법률로 공립 공공도서관이나 작은도서관에 등록의 의무를 부과한 것인지를 그 의미를 생각해 보길 바란다. 「도서관법」은 “도서관 지식정보에 관한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등을 정하고 도서관의 운영과 서비스, 사회적 역할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가 및 사회의 문화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 등록제는 이러한 법 제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과제다. 그렇기에 법에서 규정한 것을 규제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시민들에게 제공해야 할 공적 서비스인 공공도서관을 제대로 만들고 잘 운영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이다. 국민들에게는 모든 것을 법에 정한 대로 하라고, 그러지 않을 경우 벌칙까지 부과하는 정부나 지자체가 정작 자신들에게 부과된 법적 책무는 가벼이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도 자신들이 만든 법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를 살피고, 의도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한다면 그 이유를 파악하고 원인을 해소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문화국가로 발전해야 한다. 그 기반은 지식과 정보를 차별 없이 풍부하게 활용하면서 창의와 창조, 배려와 포용, 융합과 공존의 삶을 경험하고 성장하는 힘을 기르는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이 단단히 밑받침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도서관을 제대로 만들고 운영하는 것은 우리나라 미래의 기반을 단단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믿는다. 시민들이 그런 도서관 문화를 원한다고 확신한다. 그러니 새로 시작하는 제22대 국회에서는 「도서관법」이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를 더욱 꼼꼼하게 살펴보고 확실하게 실현되도록 부여된 권한, 즉 정확한 행정감시와 과감한 예산지원을 기대하고 부탁한다.
★「한국독서교육신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