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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기적의도서관 |
지난 4월 25일, 춘천시에서 주목해 볼 포럼 행사가 있었다. 춘천시와 한국일보가 함께 ‘지방시대, 도서관에서 지역발전의 기회를 찾다’라는 주제로 「2024 춘천시 공공도서관 포럼」을 연 것이다. 이번 행사는 한국일보가 ‘우리의 미래, 지방에 답이 있다’미지답 포럼의 일환으로 열린 것이라고 한다. 춘천에서 도서관을 주제로 한 미지답 포럼을 연 이유는 현재 심각한 지역소멸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에서 지역 곳곳에 배치된 도서관을 활용해 지역의 힘을 키움으로써 지역소멸을 막고 주민들 삶의 질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 관점에서 이날 행사에서는 춘천 지역사회에서 공공도서관 순기능과 핵심 역할을 조명하고, ‘지방시대’에 발맞춘 도서관의 지역사회 기여 방안을 모색했는데, 이러한 내용은 단지 춘천시뿐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들도 함께 생각해 볼 과제와 내용이 아닐까 싶다. [전체 내용은 영상으로 공개되어 있으니 한 번 보시기 바란다. 영상보기]
지방시대, 공공도서관 혁신이 성공하려면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우선되어야
이날 포럼에서는 김홍렬 전주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가 ‘지역 공공도서관의 발전 방안 및 사례’를, 이철재 호서대 실내디자인학과 교수가 ‘지역 공공도서관 디자인 트렌드’에 대해 각각 주제발표를 하고 백창석 춘천시 부시장이 ‘춘천 독서문화의 랜드마크, 도서관’이란 주제로 춘천시의 도서관 상황과 정책을 소개했다. [발표 내용은 「한국일보」 2024.4.25. 기사 참조]
이날 두 발표자가 제시한 공공도서관 혁신 방향이나 내용은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다. 이미 여러 지역, 많은 도서관들과 사서들은 발표자들이 말한 “현대 도서관은 개인 취향까지 만족시키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든지 “디지털화가 도서관 혁신 키워드”라든지, “15분이면 닿는 도서관”이 되고자 다양한 혁신을 시도하고 의미 있는 성공 사례도 만들어 내고 있다. 근래 도서관들에 관한 보도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날 육동한 춘천시장이 환영사에서 언급한 인제군의 인제기적의도서관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 도서관이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 사례도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도서관과 사서들의 혁신이 실현가능하고 지속가능하도록 하는 기본적인 조건이 충분한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 예산의 상당 부분을 정부에 의존하는 현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 지원을 축소하면 지역은 직접적인 충격을 받게 된다. 그런데 올해 R&D 분야뿐 아니라 도서관과 같은 문화 부문도 예외 없이 정부 예산 지원이 축소되어 도서관 활동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상반기 동안 도서관의 핵심 동력인 책을 제대로 사지 못한다거나 주민들을 만나야 하는 각종 문화나 독서프로그램이 크게 줄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런 상황에서 공공도서관들이 공간이나 자료, 프로그램 혁신을 통해 지역에서 공동체를 구축하고 활력을 주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11일 드디어 출범한 대통령 소속 국가도서관위원회는 ‘제4차 도서관발전 종합계획; 2024~2028’의 성공적 실행을 위해서 지방시대 도서관의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도록 정부 차원에서의 실효적 지원 방안을 빠르게 마련해 집행해 주기를 바란다. 마침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4월 26일 출판계와의 만남 자리에서 올해 삭감된 출판 예산을 내년에는 원상복구하거나 더 늘리겠다고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겨레」 2024.4.26. 기사 참고] 그런데 올해를 어떻게든 견뎌내고 내년을 기대하기에는 당장의 사정이 만만치 않다. 그러니 출판 예산 은 물론 도서관 관련 예산도 중요하다. 올해 추경을 통해서라도 빠르게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국가도서관위원회가 적극 나서주시길 부탁드린다.
공공도서관 혁신을 이끌고 책임지는 사람은 사서다!
이번 포럼에서 지방시대 공공도서관이 지역 공동체를 살려내는 역할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좋은 방향과 방안들이 제안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실행하는 핵심은 무엇인가? 전문성과 책임성을 가지고 시민들과 함께 도서관 혁신을 기획하고 만들고 정착시키고, 다시 혁신을 만들어 내는 헌신을 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당신의 지역에, 도서관에 그런 사람이 있는가 찾아보시라.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사서다.
지금 주목받고 있는 도서관 혁신을 만든 지역의 도서관에는 그런 사서들이 있다. 앞서 언급한 인제기적의도서관에도, 의정부시와 전주시 등의 도서관 정책에도 모두 열정과 전문성을 갖춘 사서들이 있고, 그들이 도서관을 책임지고 이끌어 가도록 한 권한 부여와 지원이 있다. 그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올해 12월 초까지 공립 공공도서관들은 「도서관법」에 따라 일정 수 이상의 사서와 자료 등을 갖추어 등록을 해야 한다. 그동안 공공기관은 좋은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공적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법적 기준을 이런저런 이유로 지키지 않은 채, 급격하게 도서관 수를 늘려 왔다. 그러나 이제는 공공서비스일수록 더 높은 수준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 가장 중요한 사회적 문제인 경제적, 사회적 격차를 극복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차등 없이 지식과 정보자원을 이용하고, 멋지고 쾌적한 공간과 시설을 이용함으로써 한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고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사회적 조건과 분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출발은 도서관을 찾는 시민을 환대하면서 각자의 필요에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성과 권한을 가진 사서직 관장과 전문사서들을 충분히 배치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순환보직이 아니라 오래 자신의 일을 통해 시민들을 만날 수 있도록 사서직제 개편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행정체계나 인사제도의 혁신이 있어야 각 지역에서 도서관들이 새로운 지방시대를 여는 시민들의 힘을 키우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미래를 향한 도서관은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
공동체 논의가 활발하길 기대
춘천시에서 공공도서관 관련 포럼이 열린 것처럼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 공공도서관의 미래와 그로써 촉발하고자 하는 지역의 풍요로운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나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럴 때 가장 우선해야 할 논의는 과연 지역 안에서 도서관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치열한 논의와 협의다. 최근 의왕시도 도서관에서 ‘찾아가는 시장실’을 ‘의왕시 도서관 발전을 위한 시민 대토론회’와 함께 열어 시의 도서관 중장기 발전계획 방향과 함께 구체적인 정책 논의를 진행한 바도 있다. [「중부일보」 2024.4.25. 기사 참고] 고양시나 가평군, 달성군 등은 도서관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지역주민과 도서관 관련한 대화와 논의의 자리가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지역주민과 함께 만들어 가야 할 도서관의 미래, 지역과 주민의 미래를 함께 상상할 수 있는 기회는 소중하다. 최근 정부와 국가도서관위원회의 ‘도서관발전 종합계획’ 수립과 추진에 따라 각 지자체도 그에 따라 지역의 도서관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각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도 광역도서관위원회를 구성해서 운영하고 있을 테니, 광역대표도서관과 함께 광역 단위의 종합계획 수립해 추진하는 것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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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연구관리시스템(PRISM)에 등재된 2023년도 한 해 도서관 관련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도서관 관련 정책 연구 목록. 도서관 중장기 계획 수립과 관련한 연구도 다수 보인다. |
도서관은 카멜레온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지역과 시민이 원하는 모든 것을 도서관이라는 공간과 활동 안에 담아낼 수 있다. 전통적으로 해온 교육이나 독서와 관련한 것은 물론이고 미술이나 음악 활동과 결합할 수도 있고, 새로운 창조의 공간이 되기도 하고, 사회적이거나 지역의 문제를 풀어가는 공론장 역할을 할 수 있다. 그 어느 것도 가능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느 것도 쉽게 할 수 없기도 하다. 행정이나 지역, 시민들의 요구가 워낙 다양하고 구체적이기도 해서 그 모든 것을 담아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끊임없이 도서관이 시대와 지역의 현실과 미래에 맞춰 움직일 것인가, 그것도 지금을 넘어 미래의 시각에서 오늘의 활동을 조직해 내야 한다. 모든 것을 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하기에는 모든 것이 부족한 현실, 그러기에 필요한 것은 지역의 다양한 현실을 충분히 고려해서 도서관만의 역할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것을 위한 지역 내 공론화 작업이 필요하다. 이때 춘천시 포럼에서 토론에 참여했던 김풍기 강원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의 지적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김 교수는 ‘시대적 요구에 맞춘 공간과 역할의 재구성도 중요하지만, 독서와 사색의 공간인 도서관 본연의 역할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2024.4.25. 기사 참고] 복합문화공간이어도 결국은 도서관만이 할 수 있는 것을 뼈대로 삼아야 한다.
지역에서 도서관에 대한 이해와 정책 논의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고민해 보면 좋겠다. 도서관들이 이미 다양한 문화나 독서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도서관에 대한 배움과 논의를 위한 프로그램도 필요하지 않을까? 마침 구로기적의도서관이 최근 ‘도서관의 날’4/12 기념으로 마련한 “「책맹인류」 상영회 및 강연/대담 ‘책맹의 시대, 나는 왜 읽지 않는가’”와 같이, 도서관과 시대를 읽어보는 프로그램들이 더 자주 있기를 기대한다.
도서관 활동 재원 확보를 위한
다각적 노력이 필요
정책은 결국 필요한 재원 확보가 관건이다. 앞서 정부의 관련 예산 확보의 필요성과 함께 지역과 시민들과 함께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 모색도 필요하다.
지난해 말2023.11.6. 행정안전부가 2024년도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지역별 배분 금액을 결정했다고 한다. 도서관 사업도 포함되었을까 궁금하다. 대한민국 문화도시 사업의 경우에도 도서관을 주요 영역으로 삼는 기획도 가능할 것이다. 고향사랑 기부제 등을 활용한 재원 확보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지역 내에서 도서관 후원조직을 만드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국공립 도서관은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제5조제2항 각호 외의 부분 본문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기탁되는 금품을 접수할 수 있다.” 「도서관법」 제47조(금전 등의 기부)
도서관에 대한 투자도 명확하게 지역과 시민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다.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 조사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투자 금액의 3배 이상 경제적 가치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2010.2.11. 보도자료 참고] 한국도서관협회도 2021년 ‘공공도서관 및 사서의 가치평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5개 도서관을 대상으로 경제성 지표를 분석한 결과 “5개 관의 예산인건비 등 제외 대비 수익률은 평균 2.23배를 기록함. 사서 인건비의 부가가치율은 평균 8.63배로 매우 높게 나타났으며, 이는 충분한 수의 사서 확보가 개별 도서관의 수익률 향상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결과”18쪽를 얻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제 경제성 관점에서도 도서관에 대한 인식을 바꿀 때가 되었다. 물론 도서관들도 더 적극적으로 활동 재원 확보를 위해 다각적이고 적극적 활동을 하길 기대한다.
★「한국독서교육신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