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전시된 미술작품에는 작품을 소개하는 설명문이 붙어 있습니다. 이런 작품 설명문을 ‘작품 캡션caption’이라 부릅니다. (거의) 모든 작품에는 작품 캡션이 붙어 있습니다. ‘모든’이라고 적고 나서 피렌체의 피티 미술관Pitti Galleria과 파리 근교의 콩데 미술관Le Musée Condé에서 찍은 사진들을 훑어보다 보니 작품 캡션이 없는 작품들이 있더군요. 그래서 ‘모든’ 앞에 ‘(거의)’를 붙였습니다. 작품 캡션은 작품의 이름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이름표들이 박물관마다, 미술관마다 다 다르더군요. 다 다른 게 당연한 걸까요? 중· 고등학생들 이름표가 학교마다 다 다른 것처럼요. 그래도 박물관마다, 미술관마다 다 다른 작품 캡션을 보다 보니 ‘아니, 왜 작품 캡션이 박물관이나 미술관마다 다 다르지? 국제적으로 통일된 작품 캡션 양식이 없는 걸까? 없으면 지금이라도 만들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작품 캡션에 들어가는 정보는 작가 이름, 작품 제목, 제작연도, 작품 크기, 작품 재료와 기법물감 종류와 바탕 재질, 작품에 대한 간단한 설명 등으로 한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은 작품 캡션에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실을 수는 없으니까요. 전 세계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통용되는 국제 공인 작품 캡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여러분이 한 번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제가 세계의 여러 박물관과 미술관의 작품 캡션을 자료로 드릴 테니 초보 미술 감상자들에게 가장 유용할 작품 캡션을 한번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혹시 여러분이 만든 작품 캡션 양식이 전 세계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널리 통용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니까요.
먼저,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Jean-Auguste-Dominique Ingres, 1780~1867의 『오달리스크Grande Odalisque』1814입니다.
이 작품 캡션에는 작가 이름, 출생지, 출생연도, 사망 장소, 사망연도, 작품 제목, 작품 재료와 기법물감 종류와 바탕 재질, 제작연도 같은 작품에 대한 정보가 비교적 상세하게 적혀 있고 작품에 대한 설명이 프랑스어와 영어로 병기되어 있습니다. 상당히 친절한 작품 캡션이죠? 그렇다면 런던의 국립미술관 작품 캡션은 어떤 모습일까요? 티치아노 베첼리오Tiziano Vecellio, 1488/90~1576의 『바쿠스와 아리아드네Bacchus and Ariadne』1522–1523 작품 캡션입니다.
이곳의 작품 캡션에는 작가 이름 (출생연도, 사망연도)합쳐서 생몰生沒연도, 작품 제목, 제작연도, 작품에 대한 설명, 작품 재료와 기법이 적혀 있습니다. 루브르 박물관의 작품 캡션보다 전달하는 정보의 양이 조금 적습니다. 다음은 도쿄의 국립서양미술관에 있는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의 『수련Water Lilies』1916에 붙어 있는 작품 캡션입니다.
보통 자국 언어와 영어로 표기돼 있는 대부분의 작품 캡션과 달리 이 작품 캡션은 특이하게도 자국어인 일본어, 영어, 중국어, 한국어, 네 언어로 표기돼 있습니다. 국립서양미술관 옆에 있는 도쿄국립박물관의 작품 캡션 역시 똑같이 네 가지 언어로 표기돼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작품 정보가 들어 있긴 하지만 인접한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배려심이 돋보이는 작품 캡션이죠? 혹시 도쿄에 있는 모든 미술관의 작품 캡션이 네 언어로 되어 있는지 궁금해서 호쿠사이 미술관과 DIC 가와무라 미술관 사진을 확인해 보니 이 두 곳은 일본어와 영어, 두 언어로만 표기돼 있더군요. 위 작품 캡션을 보면 작가 이름 (생몰연도), 작품 제목, 제작연도, 작품 재료와 기법, 컬렉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변상벽1730~1775의 『고양이와 참새』18세기에 딸린 작품 캡션을 보시기 바랍니다.
이 작품 캡션에는 작품 제목, 작가생몰연도, 제작시기, 작품 재료와 기법이 명기돼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작품 캡션과 다른 미술관들의 작품 캡션을 한 번 비교해 보십시오. 국립중앙박물관의 작품 캡션에서는 특이하게도 작가의 이름보다 작품 제목이 먼저 표기돼 있습니다. 다른 미술관들과 표기 순서가 다르죠? 우리나라의 다른 미술관들도 마찬가지인지 확인하기 위해 국립현대미술관과 리움미술관의 작품 캡션을 살펴보니, 국립현대미술관 작품 캡션은 국립중앙박물관과 마찬가지로 작품 제목이 작가보다 먼저 소개돼 있는 반면, 리움미술관의 작품 캡션에는 작가가 먼저 소개돼 있더군요.
이번에는 하버드 대학교 미술관Havard Art Museums에 있는 모네의 『아르장퇴유의 빨간 배Red Boats, Argenteuil』1875에 붙어 있는 작품 캡션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앞에 보여드린 작품 캡션들과 다른 점을 발견하셨나요? 맞습니다. 종이나 아크릴판으로 만들어진 일반적인 작품 캡션이 아니죠? 특이하게도 작품 설명이 벽 위에 적혀 있답니다. 이 작품 캡션을 보고 걱정이 되더군요. 미술관에서는 전시 작품의 배열이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는데 작품의 전시 위치가 달라지면 작품 캡션을 다시 벽에 적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할 테니까요. 종이나 아크릴로 된 작품 캡션은 떼서 다른 곳으로 옮기면 됩니다. 런던의 국립미술관 벽에는 작품을 옮기면서 생긴 못 자국들이 무수히 많이 남아 있습니다. 메워지지 않은 채 숭숭 뚫려 있는 구멍들을 보면 세계적인 미술관의 자연스러운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됩니다. 위에 있는 루브르 박물관의 『오달리스크』 작품 캡션 옆에도 못 자국 하나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다음에 하버드 미술관을 방문하게 되면 작품을 옮길 때 작품 캡션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꼭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은 더 이상 단순화할 수 없을 정도로 세상에서 가장 간단한 작품 캡션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간단한 작품 캡션들 중 하나’라고 한정하지 않고 자신 있게 ‘세상에서 가장 간단한’이라는 수식어를 쓴 이유가 있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면 그 이유를 아실 거예요. 로마의 도리아 팜필리 미술관Galleria Doria Pamphilj에 있는 조반니 벨리니Giovanni Bellini, 1430?∼1516의 『그리스도의 할례Circincisione』입니다.
조반니 벨리니, 『그리스도의 할례』. 패널에 유화, 74.5 × 111.4 cm. 도리아 팜필리 미술관, 로마. |
도리아 팜필리 미술관 작품 캡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Circoncisione_-_Giovanni_Bellini_(Galleria_Pamphilj,_Roma).jpg#/media/File:Circoncisione_-_Giovanni_Bellini_(Galleria_Pamphilj,_Roma 제공 |
그림의 액자 하단에 있는 ‘Bellini 519’가 작품 캡션입니다. (이름 없이 성만 달랑 있는) 작가 이름과 (작품 분류 번호가 분명한) 숫자만 적힌 작은 명패를 액자 하단에 붙여 놓은 것이 전부입니다. 이 미술관에 있는 모든 작품에 이렇게 작품 캡션이 붙어 있습니다. 제가 다녀온 곳 중에서 도리아 팜필리 미술관과 동일하게 작품 캡션을 액자 하단에 부착한 미술관으로는 모스크바의 트레티야코프The State Tretyakov Gallery, Russian: Государственная Третьяковская Галерея 미술관과 런던의 월리스 컬렉션Wallace Collection, 피렌체의 피티 미술관, 파리 근교의 콩데 미술관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 미술관들의 작품 캡션에는 도리아 팜필리 미술관의 작품 캡션보다 더 많은 정보가 적혀 있습니다.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의 작품 캡션에는 작가 이름, 생몰연도, 제목, 제작연도가 러시아어와 영어로 병기돼 있고, 피티 미술관의 작품 캡션에는 작가 이름, 생몰연도, 작품 제목, 세 가지가 이탈리아어로 표기돼 있는데 조각이 화려하거나 둥근 톤도 형태의 액자에는 작품 캡션이 생략되기도 합니다. 월리스 컬렉션의 작품 캡션에는 작품 제목, 작가 이름, 생몰연도가 표기돼 있습니다. 콩데 미술관의 작품 캡션에는 작가 이름, 작품 제목, 생몰연도, 작품 제목이 표기돼 있고요. 뮌헨의 알테 피나코테크Alte Pinakothek와 밀라노의 브레라 미술관Pinacoteca di Brera에서도 일부 작품의 경우 액자 하단에 작품 캡션이 부착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액자 하단에 간단한 작품 캡션을 부착하는 이유는 도리아 팜필리 미술관, 월리스 컬렉션, 피티 미술관, 콩데 미술관의 경우에는 한정된 전시 공간과 연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소장 작품은 방대한 반면 전시 공간은 협소하기 때문이죠. 작품 캡션을 따로 부착하는 경우 가뜩이나 부족한 공간이 더 부족할 수 있으니까요. 아니면 작품의 전시 방법 때문에 이런 캡션이 생겨났을 수 있습니다. 작품 사이에 공간을 두지 않고 벽면 전체에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의도된 작품 전시 스타일이고, 이렇게 작품을 전시하려면 작품 캡션을 액자에 부착할 수밖에 없는 거죠. 액자에 작품 캡션을 붙이는 이유가 미술관의 전시 공간 부족 때문인지, 전시 방법 때문인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의 경우에는 전시 공간이 부족해서 작품 캡션을 액자 하단에 부착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미술관 규모가 상당할 뿐만 아니라 위에 언급한 다른 미술관들처럼 빽빽하게 작품을 전시하지도 않았거든요. 다른 러시아 국립미술관들은 어떤지 비교해보기 위해 사진 파일을 뒤져보니, 푸슈킨 미술관이나 현대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트레티야코프 신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예르미타시, 러시아미술관 모두 작품 주변에 따로 캡션을 만들어 부착했더군요. 흥미로운 점은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의 이콘화 전시실에는 작품 캡션이 따로 붙어 있다는 겁니다. 나중에 패널화를 다룰 때 이콘화에 대해 다시 말씀드리겠지만, 이콘화에는 액자가 없습니다. 이콘화는 나무 패널에 단차를 둠으로써 그림 부분과 테두리를 구분하기 때문에, 이콘화 테두리에 작품 캡션을 다는 것은 작품을 침범하는 것이죠. 반면, 다른 그림들의 경우에는 액자에 작품 캡션을 부착하더라도 작품을 훼손하는 것은 아닙니다.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에서 작품 캡션을 액자 하단에 부착한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미술관 여섯 곳의 작품 캡션을 소개해 드렸는데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정말로 박물관마다, 미술관마다 작품 캡션이 다 다르죠? 세계의 유수한 미술관들이 각자 다른 작품 캡션 양식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아직은 공인된 국제 작품 캡션 양식이 없는 것 같아요. 설사 그런 양식이 있다 해도 잘 지켜지지 않거나 둘 중 하나겠죠. 다만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작품 캡션에 들어가는 작품 정보로 작가 이름, 작품 제목, 제작연도, 재료, 크기 등이 있다는 겁니다. 이 정보 중 어느 것을 작품 캡션에 포함시킬 것인지는 미술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기본적인 작품 정보 외에 작품에 대한 설명을 첨부할 것인지의 문제도 전적으로 미술관의 재량이고요.
작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또 다른 경우로는 작품 인용이 있습니다. 작품 캡션과 마찬가지로 작품 인용도 일정한 양식을 따라야 합니다. 해외에서는 “작가명, 작품명, 재료, 크기높이 × 너비 단위, 제작연도, 소장처 등 기타.”로, 국내에서는 “작가명, 〈작품명〉, 제작연도. 재료, 크기높이 × 너비 단위. 소장처 등 기타.”로 표기하는 것이 회화 작품의 일반적인 인용 양식이라고 합니다. 그림의 크기를 표시할 때는 높이를 먼저 표기해야 한다고 하네요. 해외 기준과 국내 기준은 순서도 다르고, 괄호 사용 여부, 콤마, 마침표 구두점 사용 방식도 다릅니다. 국적은 기타 항목에 넣으며 생몰 연도를 포함할 경우에는 이름 뒤에 괄호로 묶는다고 합니다. 위 기준에 맞춰 작품 인용을 하면 “홍길동한국, 1820~1900, 〈허수아비〉, 1850년경. 나무, 풀, 철사, 높이 90cm. 민속박물관 소장.”이 될 겁니다. 저도 미술 작품 사진을 글에 인용할 때는 이 인용 양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위 여섯 개의 작품 캡션 중 어떤 캡션이 가장 마음에 드셨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루브르 박물관의 작품 캡션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작가 이름 다음에 태어나고 사망한 장소를 알려주는 게 좋거든요. 장소 대신 국적을 알려주는 작품 캡션도 간혹 있기는 합니다.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는 스위스 라쇼드퐁La Chaux-de-Fonds에서 태어나 프랑스의 로크브륀 카프 마르탱Roquebrune-Cap-Martin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국적을 프랑스인으로 표기하면 스위스인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거죠. 국적을 바꾸는 귀화제도가 없었던 시절, 엘 그레코El Greco, 1541년 10월 1일~1614년 4월 7일는 그리스 크레타섬 태생이었지만 스페인의 톨레도Toledo에서 활동하다 사망했고, 한스 홀바인Hans Holbein, 1497~1543은 독일의 아우크스부르크Augsbrug에서 태어나 런던에서 활동하다 사망했습니다. 출생 장소와 사망 장소가 작품 캡션에 명기돼 있으면 작가의 이력을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어서 저는 개인적으로 출생 장소와 사망 장소를 알려주는 작품 캡션이 좋습니다. 루브르 박물관의 작품 캡션에 도쿄 국립서양미술관의 작품 캡션처럼 우리말 안내를 첨가하고, 작품 크기를 표기하면 제가 원하는 작품 캡션에 상당히 가까워질 것 같아요. 간혹 정확한 크기를 확인하고 싶은 작품들이 있는데 크기를 알려주는 작품 캡션이 흔치 않거든요.
그런데 작가 이름 외에는 아무 정보도 없는 도리아 팜필리 미술관의 작품 캡션을 선택하신 분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몇 년 전, LA에 사는 선배가 잠시 귀국했을 때 선배의 지인인 유명 화가와 식사를 함께한 적이 있습니다. LA 카운티 미술관LACMA 앞으로 이사했다는 선배의 말에 제가 그랬죠.
“와, LACMA가 집 앞에 있다니 정말 부럽네요. 시간 날 때마다 미술관에 들러서 작품들을 죽 훑어보세요. 보다가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작품 캡션에 적힌 작가 이름과 작품 제목을 한 번 읽어 보고요.”
화가 지인이 곧바로 말씀하시더군요.
“작품 캡션을 뭐 하러 봐요? 작가의 이름이나 그림 제목을 알아야 할 필요가 어디 있어요? 그냥 작품만 보면 되는 거지.”
물론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아무런 편견 없이, 유명 화가의 그림이건 덜 유명한 화가의 그림이건 상관없이, 그냥 그림만 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작품 캡션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 화가 지인에게는 도리아 팜필리 미술관의 작품 캡션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 같은 초보 미술 감상자에게는 작품 캡션을 보면서 그림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미술 전공자들은 오랜 학습 과정 중에 의식적으로건,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건, 좋아하는 스타일이나 미적 취향을 확립해 놓았기 때문에 “그냥” 작품만 봐도 되겠지만 미술 초보들의 경우에는 작품 캡션을 보면서 작품 제목도 알고, 작가의 이름도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니까요.
미술 감상자로서는 그야말로 “빈 서판clean slate” 상태로 지식 청정지대였던 왕초보 시절, LA의 게티 미술관J. Paul Getty Museum에서 스카이 블루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그림을 봤습니다. 프랑수아 부셰François Boucher, 1703-1770의 『파도 위의 비너스Venus on the Waves』1769였죠. 그런데 얼마 후 헌팅턴 라이브러리The Huntington Library, Art Museum, and Botanical Gardens에 있는 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스카이 블루가 예쁜 그림을 또 한 점 만났습니다. 부셰의 『비너스와 큐피드Venus and Cupid』1769였습니다. 그 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비너스의 몸치장The Toilette of Venus』1751을 본 후 제가 부셰의 그림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화가의 이름을 확인하지 않고 작품을 “그냥” 보기만 했다면 제가 좋아하는 화가가 누구인지 알아낼 수 없었을 겁니다. 여러 미술관을 다니면서 저는 부셰의 뒤를 이어 같은 방식으로 장 바티스트 시메옹 샤르댕Jean Baptiste Siméon Chardin, 1699~1779, 장 바티스트 카미유 코로Jean Baptiste Camille Corot, 1796~1875, 앙드레 드랭André Derain, 1880~1954, 안드레아 델 사르토Andrea del Sarto, 1486~1530 같은 여러 화가들을 제 최애 화가들 리스트에 올릴 수 있었습니다.
프랑수아 부셰, 『파도 위의 비너스』, 1769. 캔버스에 유화, 265.7 × 76.5 cm. 게티미술관, LA. 게티미술관 제공. |
프랑수아 부셰, 『비너스와 큐피드』, 1769. 캔버스에 유화, 71.1 × 59.4 cm. 헌팅턴 라이브러리 미술관, LA. https://flic.kr/p/HX757u 제공. |
프랑수아 부셰, 『비너스의 몸치장』, 1751. 캔버스에 유화, 108.3 × 85.1 cm.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뉴욕. |
아서 P. 시마무라Arthur P. Shmamura는 『예술 경험하기Experiencing Art』2013에서 “예술에 대해 더 많이 알면 알수록 더 많이 즐길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저 같은 초보 미술 감상자들은 작품 캡션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미술관에 있는 모든 작품의 캡션을 다 읽어볼 수는 없죠. 그렇게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하는 경우, 작품 캡션을 보고 누구의, 어떤 작품인지 살펴보고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읽어본다면 미술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조금씩 확장시켜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미술 초보들에게 가장 유용할 것 같은 작품 캡션은 만들어 보셨나요? 혼자 보기 아깝다는 생각이 드시면 제게 공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