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스토리』연재를 시작하며
연재를 해야 한다니 일단 ‘짜증’부터 난다. 모월 모일까지 뭔가를 꼭—이 ‘꼭’이 싫다— 해야 한다는 게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 일인가?
더군다나 글이란 게 자기 기분대로 나오고 들어가는 거라 기다린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닌데… 그 책임을 몽땅 내가 진다는 건 좀 억울한 일이기도 하다. 뭐 어떻게 되겠지! 약속된 일이니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계획을 잘 짜지 않는다. 계획해서 실천해본 적도 거의 없다. 계획은 뭔가 인생을 훔치는 짓 같기도 하고 가불해서 쓰는 돈 같기도 하다. 계획이 일을 순서대로 처리하는 방법이라면 무계획은 닥치는 대로 처리하는 방법일 것이다.
무계획은 내 자전거 가방 스타일이다. 내 자전거 가방에는 자전거 수리공구, 스페어타이어, 겉옷, 칫솔, 소금, 지갑, 현금, 차고 열쇠, 볼펜, 응급처치용 패치, 펌프, 비닐봉지, 휴대폰, 집 열쇠, 고글, 리딩 글래스, 마스크 그리고 자물쇠, 그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이 무계획한 가방 속에 어쩌면 모든 계획이 들어 있는지도 모른다.
나의 무계획이 이 연재를 어디로 끌고 갈지 나는 알 수 없다. 이웃집에서 어린애가 목 놓아 울고 있다. 울음 중간 중간에 뭐라고 떠들다가는 또 울고 하는데, 밥을 안 먹겠다느니 엄마 나가라느니 의사 표현이 확실하다. 왕왕 울어대는 애 울음소리 같은 글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렇게 속없고 그렇게 천진한….
김창완은
"위로받지 못하는 사람은 버려진 사람이다. 우리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곤 한다. 낯모르는 이가 잡아준 손길의 따뜻한 온기가 임종을 맞은 할머니의 맥박에 힘을 불어넣을지도 모르고 어느 노동자의 구멍난 장갑이 방황하는 청춘의 길잡이가 될지도 모른다. 희망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격려가 있어야 용기와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위로는 어떤 면에서는 선물을 닮았다. 우리에게 가장 큰 선물은 뭐니 뭐니 해도 내 자신이다. 자신이야말로 위로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지만 자신을 위로해줄 사람도 자기 자신뿐이다." (홈페이지에서)
1977년 록 밴드 ‘산울림’ 1집 〈아니 벌써〉로 데뷔한 뒤로 지금까지 가수와 배우, 방송 진행자로 활약하고 있다. 주요 음반으로 산울림 1집~13집을 비롯해 <개구장이> <산할아버지> <운동회> 등 동요집들이 있다. 2008년, 젊은 뮤지션들과 '김창완 밴드'를 결성하여 EP 앨범 <The Happiest>를 발표하였다. 현재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와 MBC TV <음악여행 라라라>의 진행을 맡고 있다.
"내가 정말로 쓰고 싶은 글은 판타지 소설"이라고 밝힌 그는, '인간 김창완'이 드러나지 않는 글, 상상력을 극대화한 이야기를 한 편씩 써나갔다. 다양한 활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영감이 떠오를 때면 바닥에 엎드려(그는 글을 쓸 때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다) 종이에 이야기를 풀어내며,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사람에 대해 전지적 입장에서 쓰는, 가르치려는 글은 싫다"고 말하는 작가 김창완. 그가 이제 <김창완의 환상스토리>를 통해 "문학으로 자신의 존재를 없애는" 작업을 열어 보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