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각질
고급 레스토랑, 밀실. 둘째 사위.
둘째 사위 니기미, 이러다가 시체만 유산으로 받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도대체 대가리가 어디로 굴러갈지 도통 알 수가 없단 말이야, 내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워낙 규모가 방대해놓으니, 큰물에서 굴러먹는 놈을 당할 수가 있나. 마누라도 한통속인 거 아냐? 괜히 시시덕거리던데. 아이쿠, 뭐, 될 대로 되라지. 어차피, 사랑해서 결혼한 것도 아닌데. 그래야 서로 편치. 씨팔, 일류 대학 나와서 내 신세가 처량하군. 주눅 잔뜩 들어갖고, 마누라 의심만 키우고 있으니. 남들은 장관까지 바라볼 나이 아닌가. 하긴 뭐, 서울대 나와서 대통령 한다는 게, 군바리들 밑 닦아주는 거지. 걔들은 걔들 대로 니주구리 송판 삐빠빠룰라지, 뭐. 애고, 교양 있는 인생 다 어디 가고 욕만 느는구나. 이제 오는군. 제길, 시간 좀 지키지. 내 시간은 뭐 초당 몇 백 원밖에 안 된다 이건가.
‘어, 자넨 밖에 나가 대기해. 아, 웨이터. 음식은 얘기 끝나고 시킬게’라는 소리 나고, 서자 등장.
서자 어, 미안합니다. 중요한 일이 급히 생겨서.
둘째 사위 저희들 일 때문에?
서자 아니, 아니요. 그 일이야, 탈 날 게 없지. 내가 그리 허수룩해 보여요?
둘째 사위 아, 아니. 아닙니다.
서자 부인이 미인이시드만, 오늘은 같이 안 나오셨소?
둘째 사위 예. 오늘 약속이 있다고 저보다 먼저 나가던데요, 허허. 요즘 마누라가 상전 아닙니까?
서자 원 엄살은. 전혀 안 그래 보이시던데, 뭘.
둘째 사위 그래, 말씀하셨던 일은.
서자 아, 잘 됐어요, 말끔히. 이제 곧 정리가 될 거요.
둘째 사위 어떻게, 서류 절차가 복잡할 텐데요.
서자 어허, 다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둘째 사위 예. 그거야 여부 있겠습니까만, 혹시 제 인감 같은 거 필요하시지 않을까 해서요?
서자 허허. 내가 그리 못 미덥소? 지금이라도 없던 걸로 칠까?
둘째 사위 아니, 천만에요. 무슨 그런 말씀을.
서자 하긴, 회사 하나가 눈앞에서 왔다갔다하니까, 무리도 아니지. 하지만 걱정 마요. 당신한텐 전 재산이지만, 나한텐 새발에 피도 못되니까. 난 사실 좀 후회됩니다. 괜히 작은 거 다치다가 큰 거 날리는 거 아닌가 해서요. 그룹 전체가 왔다갔다하는 거 아니겠소, 나한텐?
둘째 사위 그럼요, 그럼요. 다 저희를 위해서 나서주시는 것 잘 압니다.
서자 저희가 아니고, 바로 당신이오. 난, 당신한테만 관심이 있지.
둘째 사위 예?
서자 내가 모를 줄 알구? 당신이 첫째 사위하구 같이 나눠 먹을 사람인가, 천만에, 내 눈은 못 속여.
둘째 사위 사장님, 그건.
서자 더 얘기해볼까? 당신은, 눈초리를 보니, 내가 내 형과 그룹을 사이좋게 갈라 먹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꿰뚫어 보고 있어, 안 그런가?
둘째 사위 도대체 무슨 말씀을.
서자 난, 서자니까, 돈 좀 있는 집안에, 그것도 딸만 있는 집안 둘째 사위가 돈 욕심이 나면 어떻게 변하는지를 내 심정으로 유추할 수 있지. 당신 눈을 보면 그게 다 들여다보여. 전부 우리만 못한 놈들이, 내시 같은 게, 핏줄을 타고났다고, 첫째 언니를 타고 앉았다고, 회사를 몽땅 물려받어, 그걸 그냥 놔둬? 안 되지, 볼수록 병신도 그런 배냇병신이 없는데. 내 말 틀려요?
둘째 사위 사장님. 그건 너무 단도직입적이라서.
서자 어차피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 그것만 말해봐, 그래요, 안 그래요?
둘째 사위 그렇습니다.
서자 역시 화끈하군.
둘째 딸 등장.
둘째 사위 아니 당신, 여기 웬일이야?
둘째 딸 왜요? 놀랐어요? 사장님, 제가 못 올 데를 왔나요?
서자 내가 불렀소. 앉으세요.
둘째 딸 고마워요. 더 정확하게 말씀하시죠. 이제까지 쭉 같이 있었다구.
서자 호오. 좀 쑥스럽구만. 역시 뒤통수치는 데는 못 당해.
둘째 사위 그럼 오늘 약속 있다는 게?
둘째 딸 그래요. 어차피 중소기업이 큰 회사하고 안 붙어먹으면 죽는다면서요, 당신이 안 그랬던가요? 나도 좀 붙어먹었죠. 뭐 잘못됐어요?
둘째 사위 아니, 이게? 뭐 이런 막돼먹은 여자가 있어?
둘째 딸 이거 왜 이래요, 좀 솔직해지면 안 돼요? 당신이 나한테 애정이 털끝만큼도 없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요? 이거 왜 이래. 재산이 탐나면 확실히 그 목표에 달라붙으라구. 괜히 흥분한 척하지 말구. 나도, 흥, 섹스 파트너가 있어야 할 거 아녜요.
둘째 사위 내가 바람을 피웠나?
둘째 딸 차라리 그랬더라면 당신을 인간처럼 봤을 거야. 당신은 남한테 애정을 줄 위인이 못 돼. 고아에다, 양아치 출신도 그러지 않겠다. 애정 결핍증이야, 당신은. 죽어도 남을 사랑하지는 못해. 애정을 가로채서 돈으로 만들고 차버리는 재주는 있을지 몰라도.
서자 당신 참 대단한 여자군. 미안하오. 난, 이렇게 노골적으로 얘기할 생각은 없었는데.
둘째 딸 저 사람은 저래도 끄떡없어요. 저 봐요. 눈 하나 깜짝 하나. 저런 위인이라구. 불쌍하긴 내가 더 불쌍하지.
둘째 사위 푸훗!
둘째 딸 왜 웃어요?
둘째 사위 우스우니까 웃지, 왜 웃겠어, 푸훗! 그래, 우리가 3류 영화에 나와 질질 짜는 순정파는 아니지. 그건 좀 촌스러워. 촌놈들이야, 푸훗! 맞아, 그것도 현대적으로 생각해야지. 당신이 좋아하는.
둘째 딸 당신, 당신 하지 말아요. 이젠 끝났어.
둘째 사위 어라? 그건 아까 당신 주장과 다른데? 섹스 파트너가 남편인가?
둘째 딸 그 파트너가 둘이면?
둘째 사위 창녀 같은 년!
둘째 딸 그 파트너가 당신 부하면?
둘째 사위 푸훗!
둘째 딸 대답해봐, 그 파트너가 그 천하고 힘 좋은 노동자라면?
둘째 사위 닥치지 못해!
둘째 딸 잘난 척하지 말어! 대답해봐.
둘째 사위 푸훗! 상하좌우로 걸레 돌린 거지, 뭐.
둘째 딸 이 개자식이!
서자 이거 막상막하인 집안이군. 엉겁결에 나까지 똥물 뒤집어썼으니. 자, 남편에게 묻겠소. 이 일로 우리 계획을 그만두겠소?
둘째 딸 천만에, 그럴 사람이 아니지.
서자 댁의 남편한테 묻는 거요. 어때요? 그만두겠소?
둘째 사위 아니, 계속할랍니다.
서자 됐고, 그럼 따님은.
둘째 딸 그걸 왜 물어요. 하지만 나는, 저 자식 파멸하는 건 꼭 볼 거야.
서자 그건 딴 얘기고.
둘째 딸 하겠어요.
서자 그러면, 예정보다 늦어져서 서둘러야겠는데, 오늘 계획을 말하겠소. 이제 형이 올 거요. 그리구, 당신 언니네도 불렀소. 아, 그건, 내가 미리 조치해뒀지.
둘째 사위 무슨 조치?
서자 당신 말마따나, 아랫물이 흐리면 윗물이라고 깨끗하겠어?
둘째 딸 언닌, 내 일을 아나요? 같은 처지라고 생각하면 귀찮은데?
서자 흐흐. 언니한테야 내가 아쉬울 게 없는데 그 얘길 해줬을 리 없지.
둘째 사위 아니, 그런데 이 자식들이!
서자 나한테 하는 소리요, 그거?
둘째 사위 그렇다, 도대체 당신 어떻게 쑥밭을 만들어놓은 거야?
서자 일 안 하겠어?
둘째 사위 하겠어!
서자 이래서 내가 2인자들을 좋아한다니까. 이래서 1인자들은 얼굴 마담일 수밖에 없는거구. 좋아, 좋아.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둘째 딸 미리 조치해둔 것까지.
둘째 사위 니기미.
서자 아, 그래. 그러니까 그 병신들은 당신들이 알고 있는 만큼 모르는 거야. 남자 놈은 전혀 모르고, 그러니까.
둘째 딸 쎄게 나가도 된다, 이거지.
서자 헷소리 하지 말구, 나한테 다 맡겨놓으라 이거야. 걱정 접어둬. 난, 장남이라면 우선 증오부터 하고 보니까. 어차피, 국물은 당신들한테 더 많이 돌아가게 돼 있어. 계속 살든지 말든지 내가 알 바 아니고. 따님, 설마 저랑 결혼하실 생각은 아니실 테죠?
둘째 딸 천만에요. 사양하겠어요. 보기보단 그리 안 쎄시더군.
서자 허허. 그런 동물 같은 짓거리야 노동자들만 하겠나. 자꾸 말꼬리 달지 마. 이 판은 내가 짠 판이야. 한 치의 오차도 있을 수 없어. 오는군.
둘째 딸 언니예요?
서자 아니, 형이야. 어, 아버지도 오시네?
둘째 사위 (방백) 오차 없는 거 좋아하네.
적자, 재벌2 등장.
서자 아이구, 아버지 웬일이세요, 여기까지?
재벌2 글쎄, 얘가 자꾸 가자고 난리를 쳐서. 응? 그 집 따님하고 사위 양반 아닌가? 안녕하세요? 다정도 하셔라.
둘째 딸, 둘째 사위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재벌2 형님은 여직 그러신가?
둘째 딸 예. 아직 기척을 못 하셔요. 곧 다니실 만 해질 거라고 그러든데요.
재벌2 이잉, 사람이 죽을 때를 잘 골라야 하는데. 자식들이 고생이 많구먼.
둘째 사위 천만에요. 아직 정정하셔야 할 때 아닙니까?
재벌2 이잉, 그래, 그럼. 내 아들들도 날 그렇게 생각해줘야 할 텐데.
적자 아무래도 마음이 안 놓여서, 모셔왔다.
재벌2 (적자에게) 이눔아 동생하고만 만나기로 했데며?
적자 (재벌2에게) 예, 그랬는데.
서자 형은 그게 탈이야. 아, 이런 거야 아들들이 책임지고 처리해야지, 아버지가 직접 나설 일이 아니잖어. 혹시 잘못되면 얼마나 멋쩍으시겠어. 안 그래요, 아버지?
재벌2 응, 뭔 일인데?
적자 으응, 아버진 그 일 모르셔. 그래서 모셔온 것 아니냐.
재벌2 뭐 긴한 의논이 있는 모양이로구나?
둘째 사위 아니, 아닙니다. 그냥 평소에 잘 해주셔서, 저희가 저녁 대접 해드리느라구, 식사 좀 같이 하시죠.
재벌2 아냐, 아냐. 난 저녁 약속이 있어. 그래, 내 아들이 잘 해주긴 할 게야. 내가 누누이 이르니까.
둘째 딸 그 은혜 백골난망입니다, 회장님.
재벌2 호오. 자네가 한문자를 쓰니 좀 이상하군, 하하.
서자 형, 아무리 부자지간 사이가 좋지만, 오늘은 좀 과하셨어요.
재벌2 아니다, 늙은이가 눈치가 없이. 젊은 사람들 노는 데 끼면 좀 젊어질까 해서. 네 형 탓이 아니다.
서자 아버진 꼭 형만 두둔하세요.
재벌2 알았다, 알았어. 내가 너한테 또 무슨 소리를 들을라고.
적자 가시게요, 아버님?
재벌2 그럼 가야지, 회장이나 된 사람이 예서 눈칫밥 먹겠냐.
둘째 딸 아니, 계시다 식사하시고 가도 되는데.
둘째 사위 그러시죠, 회장님.
재벌2 괜찮아. 난 화기애애한 부부 데이트 훼방 놓고 싶지 않아.
둘째 딸 별 말씀을요.
재벌2 근데 이 방 좀 썰렁하네?
첫째 딸과 첫째 사위 등장.
첫째 딸 어머, 회장님?
서자 (방백) 젠장할, 막 밀어닥치네, 이거. 사전 조정이구 뭐고 시간이 없구만. 에라, 썅. 밀어붙이는 거지 뭐. 어차피 막가는 판에.
재벌2 난 가요, 재미들 많이 보세요. 비서, 비서!
재벌2, 적자 퇴장.
첫째 사위 이게 어찌 된 일이오?
서자 글쎄, 형이란 게 멍청해놔서.
첫째 사위 뭐요?
서자 아니 형님한테 그런 게 아니고.
적자 등장.
서자 아니, 형은 왜 그리 주변머리가 없어?
적자 미안하다. 자꾸 곁에 두시려고 해서.
서자 눈물겹소, 아주.
적자 말 막하지 말어.
둘째 딸 언니, 오랜만이우? 어떻게 지내? 재미 좋다며?
첫째 딸 으응? 응, 재미는 뭐. 내 남편이 그렇게 재미있는 사람이니?
둘째 딸 뭐, 집에 전화 걸어도 없든데.
첫째 딸 응, 볼 일이 있어서.
첫째 사위 당신 요즘도 그렇게 잘 나다니나?
둘째 사위 자자, 일 얘기 합시다. 노닥거리려고 나온 거 아니니까.
둘째 딸 어디 가겄어?
둘째 사위 당신, 나보다 더한 사람이 왜 비비꽈?
첫째 사위 오늘 왜들 이래, 뭐 의논이 잘 안 됐나?
서자 안 되긴요. 손발이 착착 맞아 떨어지고 있습니다.
적자 그래, 어떻게 합의를 봤어?
서자 인사불성이니까, 그 안에 처리해야죠. 인감이야 있고, 필요하다면 대신 작성해서 지장을 받아도.
적자 다 그렇게 합의한 거요? 사람이 너무 많은데.
서자 그래도 다 있어야 할 사람들이에요. 확답을 해야 하니까. 그렇죠, 첫째 따님? 첫째 따님이 제일로 머뭇거리셨는데.
첫째 딸 예. 그렇게 해요.
첫째 사위 도대체,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어. 하루아침에 저렇게 태도가 바뀌니.
첫째 딸 저야 항상, 결국은 당신 말에 따르잖아요.
첫째 사위 그건 그래.
서자 동양식 여필종부형 부부 관계가 서양에서도 붐이라지 않습니까, 하하.
적자 역시 그 집안은 우리 부부하고 비슷한 데가 많아요, 제 자랑 같지만, 허허. 그리구, 셋째 딸은?
서자 그놈은 정 뭐하면 잡아 가두면 돼요. 노동자들을 조종하구 있으니까.
적자 그걸 네가 어떻게 알어?
서자 나만 아는 게 아니죠. 여기 계신 분들 다 아는 사실 아닙니까. 따님들은 다 아시죠?
첫째 딸, 둘째 딸 예.
첫째 사위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어?
첫째 딸 에, 셋째한테 들었어요. 으응, 지가 자랑삼아 얘기하더라구요. 병신 같은 게, 지 남편 징역 살리는 짓인 줄 모르고.
첫째 사위 사실이야? 그거 사실 아니면 큰일 난다구.
적자 그래, 확실히 해야 해. 집안 식구 잡아 처넣는 게 그리 간단한 일이 아냐.
서자 뭐, 거기까지 가겠우, 만일의 경우 그럴 수도 있다는 거지.
첫째 사위 나두, 그것까지는 원치 않소. 이 사람도.
서자 그래요?
첫째 딸 아뇨, 그, 그럴 수도 있겠죠, 뭐. 마, 만일의 경우에요.
첫째 사위 당신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같은데?
첫째 딸 아, 아니에요. 무슨 소릴.
서자 자, 그럼, 합의한 겁니다? 뿌락치 두 놈한테는 곧바로 파업 중단하게 하고. 아, 참. 형, 그 친구들 큰 회사로 보내준다고 약속했는데?
적자 그 회장 회사로 보내, 난 그런 친구들 못 받아들인다.
서자 글쎄, 그래서, 형이 좀 소개를.
적자 그런 친구들을 소개했다가 무슨 낭패를 당하게?
서자 낭패? 아하! 그래, 맞아.
적자 너 또, 무슨 생각을 하는 게야?
서자 딴 데로? 아, 그래! 역시 형은 가끔씩 머리가 팩팩 돌아간단 말이야.
적자 무슨 짓을 꾸미려는 거야 너, 또?
서자 아냐, 아냐. 그 자들을 써먹을 데가 생각났어.
적자 한심한 놈. 넌, 어떻게 머리가 그런 쪽으로만 잘 돌아가냐.
서자 내가 누구 아들이유? 아차, 이거 또 번데기 앞에 주름잡았네.
적자 쓸데없는 소리. 내가 언제 널 괄시하드냐? 자, 그럼 원만한 합의를 본 것 같으니까, 전 가보겠습니다.
첫째 딸 식사래두 하시고.
서자 아니, 가보세요. 우리끼리 마무리를 해야 하니까.
적자 그래, 그러지. 갑니다. 제가 언제 한 번 저녁 식사에 초대하죠.
적자 퇴장.
서자 쳇. 궂은일은 다 나만 시키고, 챙겨 먹긴 지가 다 챙겨 먹으면서, 뭐. 한심한 놈, 넌 어떻게 머리가 그런 쪽으로만 잘 돌아가냐? 웃기고 있네. 자격도 용기도 나만 못한 게 말이야.
첫째 사위 어험.
서자 왜, 그쪽도 서열 1위라고 꼬우신가?
첫째 사위 아니, 이 사람이?
서자 그래도 이제 일은 벌어졌네, 내 원하는 대로. 핫하하.
첫째 사위 난 가겠소.
서자 핫하하. 누가 말려? 바이, 바이.
첫째 딸 여보. 좀 있다가…
첫째 사위 가자구, 당신 도대체 요즘 뭘 하구 돌아다니는 거야? 영 사람이 딴판 됐어. 똑바로 말 못해?
서자 말 못하지, 그걸 어떻게 말하겠어.
첫째 딸 여보, 좀 있다 가요.
첫째 사위 당신, 이리 못 나와? 좋아, 나 혼자 간다.
첫째 사위 퇴장.
서자 왜, 가 보시지?
첫째 딸 제발.
둘째 딸 언니, 칵 말해버려, 까짓 거.
첫째 딸 으응? 너도 알고 있니? 챙피해서 이를 어째, 새까맣게 어린놈과. 니 형부한텐 제발 비밀로 해줘, 응? 아니면 살인난다. 정말, 응?
둘째 사위 뭐 살인까지야 날라구요.
둘째 딸 당신하구 형부는 생긴 게 달라. 돈 욕심은 같지만.
서자 자, 결론을 냅시다. 두 공원, 그놈들을 먼 데로 보내겠어. 우리 회사 뿌락치로 하지 말고, 딴 회사로 보내자구. 파업 선동을 해도 우리한테 손해날 게 없잖아? 그 정도로 써먹었으면 된 거야, 더 붙들고 늘어졌다간 되레 내 멱살 잡히지.
둘째 딸 그 친구 회장 분 회사에 보내지 그래요?
첫째 딸 너는 으쩜 그리 독하니? 눈 하나 깜짝을 안 하구 척척 장단을 맞추는구나. 어떻게 한 배에서 나왔는데.
둘째 딸 끼 있는 건 똑같잖우.
첫째 딸 너는 으쩜, 그렇게. 흐흑. 난, 이제 끝장이야.
서자 아냐, 거긴 안 돼. 나도 내 깜냥은 알거든. 그걸 먹으려다간 내가 작살나지, 거긴 정말 튼튼한 데야. 나도 거기 비하면 아직 촌놈에 불과해. 왜놈들도 견학을 온다니까. 무엇보다, 친척들 암투 따위가 없어. 그게 있어야 비집고 들어갈 텐데. 후계자들도 아주 완벽하게 키워놨고. 울산으로 보내. 거긴 큰 만큼 허술하거든. 당신이 책임지고 주선해. 내가 나섰다가 혹시 잘못되면 완전 죽 쒀서 개주는 꼴일 테니까.
둘째 사위 내가 잘못되면?
서자 그걸 몰라서 묻는 거야?
둘째 딸 마침내, 밑까지 닦게 생기셨군.
둘째 사위 넌, 반드시, 내 손에 죽을 거야.
둘째 딸 그게, 행복할지도 모르지.
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