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어둠이 오고 그가 이름을 붙였다는 건 아무도 알지 못하는 빛이 오고, 조금 지나자 다시 어둠으로, 끝내는 두 개가 뒤죽박죽이 되어버리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고, 어둠에서 빛으로 빛에서 어둠으로 뒤바뀌고 또 뒤바뀌는 멍한 색감의 시간이 있기는 했으나, 두 개는 아슬아슬한 참에 서로 엇갈려 지나가기 때문에 실수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나무 위에서 투쟁이 거행되어 아비들이 죽고 알을 낳은 어미들도 그 뒤를 따르고 흙이 차가워지고 위쪽에 있던 생물들이 내려왔다. 나무들은 보란 듯이 잎을 떨어뜨렸다. 꽃이나 새싹이 나올 때보다 더 요란했다. 멸하여 흙이 되는 잎사귀와 마찬가지로 그의 몸뚱이도 어미처럼 이윽고는 흙이 되겠지만, 어미일지도 모르는 흙을 천천히 밀쳐내면서 뿔은 계속 자랐다.
어둠과 빛이 거듭되고 냉기의 고통이 오고 아득히 아래쪽에 뱀이 똬리를 틀고 다시 수없이 어둠과 빛이 오고 흙이 풀리고 뱀이 올라가고 벌레들도 껍질을 벗어던지고 위쪽으로 가고 투쟁했다. 그의 뿔은 금색의 부드러웠던 껍질이 지상의 공기를 접하면서 갈색이 되고 표면에 단단하게 힘이 넘쳤다.
어둠과 빛, 냉기와 따스함이 번갈아 지나가는 과정이 몇 번이고 거듭되던 끝에 열몇 번째인가의 흙이 따스해지는 시기가 돌아왔다. 이 무렵 그는 또 한 가지, 회상이라는 새로운 능력을 배웠다. 알 껍질을 벗어던지고 머뭇머뭇 나와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처음부터의 역할이었던 듯한 어미를 목격했을 때를, 본 적도 없는 오랜 옛날의 사건처럼 떠올리고 다른 장수풍뎅이가 아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에 어미는 단 한 마리로 단 하나의 알을 낳았던 것이라고 감지하고서, 울었다.
하지만 눈물의 양은 위쪽으로 자라서 가지와 잎이 무성하게 자란 뿔의 줄기에서 넘치는 수액과는 전혀 비교도 안 되었다. 이제 아비와 어미의 추한 투쟁의 장소는 그의 뿔이 큼직하게 자라 만들어진 한 그루의 나무인 것이다. 따뜻해질 때마다 뿔의 표면에서 거행되는 투쟁을 바라보고 있지 않으면 안 되었다. 뿔은 이쯤에서 가장 굵은 나무가 되고, 어둠과 빛 각자의 시간을 골라 벌레들이 항상 무리지어 몰려와 있었다. 그는 마치 고대로부터 이곳에서 벌레들에게 투쟁의 장소를 부여해온 것 같다고 느꼈지만, 위쪽에는 갈 수 없는 거라고 체념한 것도 아니었다. 뿔의 굵은 줄기는 뱀이 한 바퀴를 감아도 다 감지 못할 정도인 데 비해 몸뚱이는 시든 금빛 동체로부터 하얀 뿌리가 생겨나는 일도 없이 원래 그대로의 크기로 거목 같은 뿔을 떠받쳐야 하는 처지가 되어 이마에 엄청난 중량으로 짓누르고 있어서 자신의 일부라고는 해도 이토록 큼직한 것을 언제까지나 견딜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뚝 부러져서 뿔이 없어지게 된 뒤에는 위쪽 세계에 이번에야말로 나갈 수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상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투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니, 나무가 없어진 다음에나 위쪽에 나갈 수 있는 거니까 뿔이 없는, 즉 투쟁하지 않아도 무방한 수컷이 되는 것이다. 이건 꽤 괜찮을 것 같다. 어미인 줄 착각하고 덮쳐들려고 하는 아비는, 아차, 이건 아들이 아닌가 하고 퇴각할 것이고, 어미는, 어라, 너구나, 하고 반편이 같은 제 자식을 딱하게 여겨줄 것이고, 다른 벌레들도 이런 놈 따위 내가 알게 뭐야, 라는 식으로 서로 속닥속닥해서, 누군가가 되기는커녕 제대로 된 생물 취급도 받지 않고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뱀으로서는 뿔이 없는 편이 더 잡아먹기가 쉬울 테지만, 지금까지도 그냥 지나가버렸던 데다 몸을 좌우로 구불거리면서 나아가는 놈이고 보니 분명 배배 꼬여 있어서, 보석을 붙인 듯한 머리를 가까이 대고 입을 쩌억 벌리기 전에, 뿔은 없지만 부러진 흔적이 있잖아, 이런 이상한 벌레를 꿀꺽 삼켰다가 뱃속에서 느닷없이 뿔이 나기라도 했다가는 큰일이다, 하고 구불구불 도망쳐갈 것이다.
이 뿔이 사라져줄 때까지 대체 몇 번이나 냉기와 따뜻함이 지나가야 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아비와 같은 길이의 뿔로 위쪽에 가는 것보다는 터무니없이 커진 뿔이 언젠가 없어져야만 위쪽에 갈 수 있다는 게 지금은 현실적이다.
그는 이제야 겨우 깨달았다. 한참 이전에 자신은 유충이었지만 앞으로 몇백 번인가 냉기와 따뜻함을 무사히 건너가면 위쪽 세계에 나갈 수 있을 듯한 이 상태는 분명 번데기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라고.
* 다음 주부터 가와바타 야스나리 상 제35회 수상작인 「청각」이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