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더로 무엇인가를 찍기 시작하더니, 전학생은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알아냈다. 우선, 전학생의 어머니는 밥이 뜸들기를 기다리면서 무엇인가를 중얼거렸다. 전학생이 몇 번이나 화면을 뒤로 돌려 보았지만 무슨 말인지는 알 수 없었다. “혹시, 너희 아버지가 너무 미워 주문을 외우는 거 아닐까?” 내 말에 전학생이 그 밥을 나도 같이 먹는데 그럴 리가 있겠어, 하고 대답했다. 버스 안의 풍경을 찍다 전학생은 버스정류장에서 종종 마주치는 대머리 아저씨가 소매치기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운전기사는 룸미러로 자주 승객들을 보았다. 캠코더로 녹화를 하는 전학생과도 눈이 서너 번 마주쳤다. “이 소매치기와 운전기사가 한패인 거 아닐까.” 전학생의 말에 의하면 둘이 형제처럼 닮았다고 했다. “게다가 차선을 바꿀 때도 깜빡이를 켜지 않아.” 나는 차선을 바꾸는 거랑 소매치기랑 무슨 상관이냐고 물으려다 말았다. 담임선생님은 선생님들 중에서 가장 늦게 학교에 왔다. 일주일에 다섯 번은 교무실까지 전력질주를 하는 모습이 찍혔다. 그리고 매일 코피를 쏟던, 그래도 반에서 한 번도 십등 안에 들어본 적이 없던 녀석은 우리의 농담처럼 정말 학교에서 살고 있었다. 전학생이 빈 교실을 몰래 촬영한 것은 아이들이 모두 사라진 교실에서 유령이 찍힐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빈 교실에서 유령이 찍히면 방송국에 팔 수도 있다고 전학생은 말했다. 다음날, 모처럼 일찍 등교를 한 전학생은 교실 구석에 숨겨둔 캠코더를 꺼내 녹화된 것을 살펴보았다. 코피를 쏟는 녀석은 다른 친구들과 같이 하교를 했다. 누군가 창문을 제대로 닫지 않았고 그래서 커튼이 바람에 펄럭였다. 삼십 분 정도 지나자 아무도 없는 빈 교실로 녀석이 다시 들어왔다. “뭐야 또 공부야?” 전학생이 중얼거렸다. 녀석은 공부를 하지 않고 창가의 자리에 앉아서 운동장만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다른 친구들의 자리를 돌아다니며 책상 서랍에 있는 노트와 책 들을 꺼내 읽어보기도 했다. 글씨가 하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워지자 녀석은 휴대폰을 꺼내 그 빛으로 책을 읽었다. 녀석이 휴대폰을 껐다. 녹화된 화면도 이내 깜깜해졌다. 어둠 속에서 소리만이 들렸다. 교실 문이 열렸다가 다시 닫히는 소리였다. “뭐야? 경비 아저씨인가?” 헛기침소리가 한 번 들린 후, 아주 오랫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두운 빈 교실에 혼자 앉아 있을 녀석을 상상해보았다. 어둠 속에서 책상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고, 희미하게나마 무엇인가가 움직이는 것도 보이는 듯했다. 녹화는 거기서 끝나 있었다. 배터리가 다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집에 버려둔 전기장판이 하나 있는데 녀석에게 가져다주면 어떨까, 하고 전학생에게 물어보았다. 전학생은 녀석이 학교에서 자는 걸 누구에게 들키면 그날로 학교를 그만둘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냥 모른 척하자.” 전학생이 말했다. 하지만 며칠 후 전학생은 학교로 침낭을 하나 가지고 왔다. 침낭은 컸고 그래서 사물함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담임선생님이 웬 침낭이야? 하고 물었다. “점심시간에 낮잠을 자려고요.” 전학생은 담임선생님에게 빈혈이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의사선생님이 꼭 낮잠을 자래요.” 그후로, 전학생은 정말 빈혈에 걸린 사람처럼 행동을 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지도 않았고 체육시간에 달리기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점심시간이면 오 분 만에 밥을 먹고는 교실 뒷자리에 침낭을 펴놓고 낮잠을 잤다. 전학생은 내게 코피를 흘리는 녀석이 자기 침낭을 몰래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쁜 녀석. 내 걸 몰래 쓰다니.” 전학생은 만둣가게 앞에서 코를 벌름거리면서 말했다. “내가 종잇조각을 끼워놓았는데 아침에 보니까 종이가 바닥에 떨어져 있더라고.” 나도 과자 한 봉지를 책상 위에다 놓고 왔는데 다음날 학교에 가보니 없어졌더라고 투덜댔다. “녀석이 훔쳐간 거야.” 우리는 버스정류장에 쪼그리고 앉아서 침을 뱉었다. 나오지도 않는 침을 억지로 만들어가면서. “그런데 말이야, 왜 열여덟 살짜리 남자애들은 길거리에 침을 뱉을까?” 전학생이 물었다. “몰라. 니 캠코더로 밝혀봐. 왜 그런지.” 나는 말했다. 스무 살이 넘으면 나아지겠지, 하고 전학생이 중얼거렸다. 전학생은 그 말을 좋아했는데, 그것은 전학생의 아버지가 자주 쓰는 말이기도 했다. 전학생의 아버지는 이십대 때 서른 살이 되면 나아지겠지,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하지만 삼십대가 되자 나아진 것이 하나도 없었고 그래서 마흔 살이 넘으면 나아지겠지, 하고 말을 바꾸었다. 지금 전학생의 아버지는 쉰 살이 넘으면 나아지겠지, 하는 말을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했다. 나는 전학생에게 이번주 일요일에 우리 집에 놀러 올래? 하고 말했다.
나는 집에 버려둔 전기장판이 하나 있는데 녀석에게 가져다주면 어떨까, 하고 전학생에게 물어보았다. 전학생은 녀석이 학교에서 자는 걸 누구에게 들키면 그날로 학교를 그만둘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냥 모른 척하자.” 전학생이 말했다. 하지만 며칠 후 전학생은 학교로 침낭을 하나 가지고 왔다. 침낭은 컸고 그래서 사물함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담임선생님이 웬 침낭이야? 하고 물었다. “점심시간에 낮잠을 자려고요.” 전학생은 담임선생님에게 빈혈이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의사선생님이 꼭 낮잠을 자래요.” 그후로, 전학생은 정말 빈혈에 걸린 사람처럼 행동을 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지도 않았고 체육시간에 달리기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점심시간이면 오 분 만에 밥을 먹고는 교실 뒷자리에 침낭을 펴놓고 낮잠을 잤다. 전학생은 내게 코피를 흘리는 녀석이 자기 침낭을 몰래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쁜 녀석. 내 걸 몰래 쓰다니.” 전학생은 만둣가게 앞에서 코를 벌름거리면서 말했다. “내가 종잇조각을 끼워놓았는데 아침에 보니까 종이가 바닥에 떨어져 있더라고.” 나도 과자 한 봉지를 책상 위에다 놓고 왔는데 다음날 학교에 가보니 없어졌더라고 투덜댔다. “녀석이 훔쳐간 거야.” 우리는 버스정류장에 쪼그리고 앉아서 침을 뱉었다. 나오지도 않는 침을 억지로 만들어가면서. “그런데 말이야, 왜 열여덟 살짜리 남자애들은 길거리에 침을 뱉을까?” 전학생이 물었다. “몰라. 니 캠코더로 밝혀봐. 왜 그런지.” 나는 말했다. 스무 살이 넘으면 나아지겠지, 하고 전학생이 중얼거렸다. 전학생은 그 말을 좋아했는데, 그것은 전학생의 아버지가 자주 쓰는 말이기도 했다. 전학생의 아버지는 이십대 때 서른 살이 되면 나아지겠지,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하지만 삼십대가 되자 나아진 것이 하나도 없었고 그래서 마흔 살이 넘으면 나아지겠지, 하고 말을 바꾸었다. 지금 전학생의 아버지는 쉰 살이 넘으면 나아지겠지, 하는 말을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했다. 나는 전학생에게 이번주 일요일에 우리 집에 놀러 올래? 하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