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는 보수적인 여자였다. “애 아빠 직업 때문에 화려한 건 할 수 없어”라고 말했다. 손톱에 묻은 때를 제거하고 베이스코트를 바르고 매니큐어를 칠하면 그걸로 케어는 끝이었다. 그러고 나면 여자는 다시 또 아이들의 교육에 미친 평범한 이민자로 돌아가 채 손톱에 바른 매니큐어가 어느 정도 마르기도 전에 휴대폰을 꺼내 들고 집에 있는 아이들에게 전화를 걸어대기 시작했다.
나도 나이가 든 걸까. 일을 하고 나면 무조건, 뭐든 뱃속으로 밀어 넣어야 했다. 허기지고 배고프고 눈앞에 아무것도 안 보이는 건 돈 키호테 영감이나 나나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샵 뒤쪽의 후미진 코너로 들어가 차갑고 커다란 샌드위치를 먹으며 투덜거렸다. “얘네들은 어떻게 샌드위치를 이렇게 크게 만들까? 이게 사람 입에 들어갈 사이즈라고 생각하고 만드는 거니, 진짜 무식해.”
우리는 입을 있는 대로 크게 찢어 무식하게 커다란 치즈와 햄이 들어간 샌드위치를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 “난 생리 중일 때는 이런 거 말고 정말 뜨끈한 국물을 먹고 싶어. 왜 그런 거 있잖아 우거지국 그런 거.” N이 투덜거리자 사장님은 먹던 샌드위치를 구겨진 종이 봉지 위에 소리 나게 떨어뜨렸다. “지금 너 폐경기를 막 지난 내 앞에서 생리한다고 자랑하니? 난 생리 안 한 지 오래돼서 그런 말 들으면 피가 솟구친다. 아흐!” 그리고 다시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하는 사장님. 이런 순간에 조종순이라는 그녀의 본명이 떠오르면 더 이상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너 왜 웃어?” 사장이 나한테 소리쳤다. “아, 죄송합니다 사장님.”
N이 뒷정리를 하고 화장을 고치는 사이 나는 커피를 마시며 우리의 돈 키호테 영감탱이가 겪는 일들을 또 읽기 시작했다. 말도 안 되게 웃기는 그의 기사 서품식 장면. 객줏집 손님들은 주인 남자가 이미 말해주어 그가 미친 사람이라는 걸 다 알고 있었다. 세상 사람들이 다 미친 사람들이라고 알고 있는데 자기 혼자 진지해서는 미치기로 말하자면 거의 자기랑 같은 수준인 객줏집 주인에게 부탁한다.
“청컨대 부디 소인에게 내일 당장 기사 서품식을 베풀어주십시오. 오늘 밤 바로 귀하의 성 예배당에서 밤새 무기를 지키며 예를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객줏집 손님들과 말도 안 되는 몸싸움이 일어난다. 돈 키호테가 하는 꼴을 보고는 “이런 재수 없는 기사 서품식을 빨리 끝내버려야겠다고”고 생각하는 객줏집 주인. 돈 키호테는 열정에 불타 무릎을 꿇은 채 객줏집 주인이 “무슨 경건한 기도문을 뇌까리듯이 한참 장부책을 읽다가 중간쯤 손을 들어 목덜미를 내리치”는 걸 맞고는 환희에 들뜬다. 장부책을 경전 삼아 읽고 치르는 기사 서품식이라니.
그리고 돈 키호테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세상을 구하러 떠난다. 사랑하는 말 로시난테를 타고는 객줏집 주인에게 “은혜에 감사하다는 말과 여러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며 머리 숙여 인사하고 당장 길을 떠난다. 그리고 여기서 이 소설의 저자가 끼어들어 한마디 한다. “(그가 지껄인) 그 많은 말을 누가 다 여기 일일이 이야기할 수 있으랴.”
나는 정말 궁금했다. 돈 키호테는 무슨 말들을 지껄인 걸까. 아마 그의 여신 둘네시아인지, 돌네시아인지 하는 여자 얘기만 했거나 나중에 돈이 생기면 은혜를 갚겠다는 말을 한 건 아니었을까. 맞아 그랬겠지. 혼자서 중얼거리면 우리의 현명하신 네일샵 사장님께서 나한테 한마디 하면서 고용주로서의 권위를 내세우셨다. “리무버 새 걸로 갈았니? 야 너 미쳤니 혼자 중얼거리고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