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을 겪을 때 나는 인지능력이 단계적으로 무너져가는 과정을 과학자의 눈으로 추적했다. 나는 내가 우주와 하나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이후로 나는 인간이 어떻게 ‘신비한’ 혹은 ‘초자연적인’ 경험을 하는지를 뇌의 해부학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혹시라도 넘어질까봐 뇌 스스로 맨 아래 서로 반대되는 근육들을 세밀하게 조정하고 있는 몸속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다니 신기했다. 신체의 이런 자동 반응은 어떤 지적인 능력으로 파악한 게 아니었다. 뇌와 몸에 있는 50조 개에 달하는 세포들이 내 신체를 그 모습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호흡을 맞춰 일사불란하게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순간적으로 터득한 것이었다. 인간의 몸이 얼마나 오묘하게 설계되었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나는 관절 하나하나의 각도를 계산하고 또 계산하는 신경계의 자율 기능을 경외에 차서 바라보았다.
이날 아침 전까지만 해도 손상을 인식하는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인식이 바뀌고 나니 신체나 정서의 손상을 인식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나 자신을 주위로부터 분리된 개체로 여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경 외상을 입었는데도 극히 평온한 감각이 스며들면서 차분한 기분이 찾아왔다.
주위의 모든 것과 이렇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더 이상 정상적인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오싹했다. 우리 모두 서로의 일부이며 우리 안에 흐르는 생명 에너지에 우주의 힘이 들어있다는 한 차원 높은 인식을 얻었는데, 어떻게 내가 인류를 구성하는 단 하나의 개체란 말인가? 그동안 나는 외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지각과 우리와 세상의 관계가 신경 회로의 산물이라는 것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더없이 홀가분해졌다. 내가 살아온 시간 동안 나는 내 상상이 만들어낸 산물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