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모임을 조직해라
“덴마크에는 작은 모임이 아주 많아. 헬싱외릐 같은 작은 도시 하나에도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조직이 있지.”
지난 시간에 “어떻게 해서 당신들은 이런 나라를 만들 수 있었나요”라는 학생들의 눈물 어린 질문을 받고 며칠간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던 거트루드 선생님이 가져온 대답이다.
선생님은 우리가 여행 중 방문할 지역의 홈페이지를 보여 주었다. 덴마크 자치구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그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모임에 대한 안내, 모임에 나온 시민들이 낸 아이디어와 토론을 거쳐 합의한 결정이 기록된 회의록을 볼 수 있다. 덴마크 사람들은 각종 모임에 활발하게 참여하며, 이들의 다양한 의견은 느리지만 투명한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쳐서 해당 지역의 정책에 반영된다. 선생님은 거듭해서 이렇게 강조했다.
“함께 살기 위해서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해야만 해.”
19세기 중후반 덴마크에서는 시민사회가 태동하면서 협동조합과 노동조합 운동이 함께 발전했다. 호이스콜레를 비롯한 민중교육 운동도 이때의 일이다.
“우리는 싸움꾼이야. 뭔가 불공평한 게 있다며 가만히 있지 않아. 우리는 끊임없이 조직을 만들고 싸웠어. 아주 초기부터 매우 강력한 노조가 있었지. 1891년부터 연금 제도가 있었으니까.
모두가 스스로를 조직한다. 이게 바로 민주주의의 기반이야. 사실 아주 피곤한 일이지. 조직을 만들어 뭔가를 할 때 언제, 어디서, 어떻게, 몇 명이 모여서 뭘 할지 결정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잖아. 모임을 언제 공지할 것인가부터 논의해야 하니 얼마나 지난한 일이겠어. 그 모든 과정을 다 밟아 나가는 게 민주주의야. 그렇게 탄탄한 시민사회가 만들어지는 거지. 아주 작은 마을에서도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그 과정을 기록하고, 결정이 되면 거기에 따르지.”
옆에서 듣고 있던 소렌 선생님이 거들었다.
“민주주의와 복지 제도가 그냥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재교육하는 일이 중요해. 우리가 신경 써서 지키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이거든. 요즘 자라나는 덴마크 아이들은 복지 제도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아. 우리가 스스로를 조직하고 싸워 왔다는 걸 교육해야만 해. 지금도 여전히 싸우고 있지. 그 옛날 농부들이 힘을 얻기 위해 스스로를 조직했다면 그다음에는 노동자들이, 여성들이 나섰고, 지금은 이민자들이 권리를 찾기 위해 싸우고 있어.”
선생님은 말한다. 이 모든 것들은 그냥 이루어지지 않았다.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면 작은 모임이라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조직하고, 싸워라.
― 정혜선, 『나의 덴마크 선생님』, 민음사2022, 228~23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