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많이 힘드니?” 이삭이 물었다.
선자가 노아를 돌아보았다. 선자는 지금껏 노아에게 그런 것을 물어볼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노아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공부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노아가 좋아하는 우등생들은 모두 일본인이었는데 그들은 노아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심지어는 노아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노아는 자기가 조선인이 아닌 보통 사람이었다면 학교에 가는 걸 좋아할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아버지나 다른 사람에게 할 수는 없었다. 노아는 평범한 일본인이 절대 될 수 없었으니까.
(…)
이삭이 노아의 손을 잡았다.
“넌 아주 용감한 아이야. 나보다 훨씬 더 용감하지. 너를 한 인간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간다는 건 아주 용감한 일이야.”
노아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손으로 코를 문질러 닦았다.
“얘야, 사랑하는 아들아, 넌 내 축복이야.” 이삭이 아들의 손을 놓아주면서 말했다.
― 이민진, 『파친코 1』, 문학사상2018, 298~29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