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니쯔끼
(소냐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그녀에게) 얘야, 난 너무나 괴로워! 오, 내가 얼마나 괴로운지, 네가 안다면!
소냐
어떻게 해요, 살아아죠! (사이) 바냐 삼촌, 우리 살아요. 길고 긴 수많은 낮과 기나긴 밤들을 살아가요. 운명이 우리에게 준 시련을 끈기 있게 참고, 지금이나 나이를 먹은 후나 쉬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하다가, 우리 시간이 다가오면 기꺼이 죽음을 맞아 무덤 속에서 우리의 괴로움, 슬픔,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어 나랑 삼촌, 사랑스런 바냐 삼촌, 우리는 밝고 아름답고 멋진 삶을 보게 될 거고, 우리는 기뻐하며 지금 우리의 불행을 감동과 미소로 회상하면서 쉬게 될 거에요. 난 믿어요, 삼촌, 열심히, 진심으로 믿고 있어요……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그의 손에 머리를 기댄 채, 지친 목소리로) 우리는 쉬게 될 거예요!
쩰레긴, 조용히 기타를 친다.
소냐
우리는 쉬게 될 거예요! 천사의 소리를 듣고, 금강석으로 된 하늘 전체를 바라보며 지상의 모든 악과 우리의 모든 고통이 전세계를 채우고 있는 연민 속에 파묻혀 우리 인생이 고요하고 포근하고, 애무처럼 달콤하게 되는 걸 볼 거예요. 난 믿어요, 믿어요…… (그의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아준다) 불쌍한, 불쌍한 바냐 삼촌, 울고 계시군요…… (눈물을 글썽이며) 삼촌은 평생 기쁨을 모르고 사셨지만, 기다려요, 바냐 삼촌, 기다려요…… 우리는 쉬게 될 거예요!
야경꾼의 딱딱이 소리.
쩰레긴은 조용히 기타를 치고, 마리야 바실리예브나는 팜플렛의 여백에 뭔가 쓰고 있고, 양말을 뜬다.
소냐
우리는 쉬게 될 거예요!
천천히 막이 내린다.
―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바냐 아저씨」 『체호프 희곡 전집 3』, 연극과인간2022 200~20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