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는 항상 뒤를 돌아보며 앞으로 걸어나가는가?” 아니면 “자네가 보는 것은 항상 자네 등 뒤에 있는 것인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네의 여행은 항상 과거 속에서 진행되는 것인가?”
마르코 폴로가 자신이 찾고 있는 것이 항상 자기 앞에 있는 무엇인가였다는 것을 설명하려면 혹은 설명한다고 상상하거나 설명하는 게 상상이 되거나 혹은 스스로에게 성공적으로 설명할 수 있으려면, 이 모든 것이 다 해당되어야 했다. 그리고 이것이 비록 과거의 문제라 해도 그 과거는 그가 여행을 해 나가는 동안 서서히 변해 왔다. 여행자의 과거는 그가 지나온 여정에 따라 바뀌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하루가 지날 때마다 하루가 덧붙여지는 가까운 과거가 아니라 아주 먼 과거를 이야기하고 있다. 매번 새로운 도시에 도착할 때마다 여행자는 그가 더 이상 가질 수 없었던 자신의 과거를 다시 발견하게 된다. 더 이상 그 자신이 아닌 혹은 더 이상 소유할 수 없는 것의 이질감이, 낯설고 소유해 보지 못한 장소의 입구에서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마르코가 어떤 도시로 들어간다. 그는 광장에서 자신의 것일 수도 있었을 삶을, 혹은 그런 한순간을 살고 있는 누군가를 만난다. 그가 아주 오래전 시간 속에서 멈춰 섰더라면 혹은 갈림길에서 선택했던 쪽의 정반대 길을 선택해 오랫동안 떠돌아다니다가 그 광장의 그 남자의 자리로 돌아와 있었더라면, 지금은 마르코 자신이 그 남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실제 과거든 아니면 관념상의 과거든, 이제 마르코는 자신의 과거에서 배제되어 있다.
― 40~41쪽, 『보이지 않는 도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