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버스를 타고 신촌 거리를 지나고 있었다. 느릿느릿 걸어가는 노부부가 눈에 들어왔다. 젊은이들보다 확연히 느린 속도로 걷고 있었는데 두 분이 한 발 한 발 내딛는 걸음새가 꽤 묘하게 보였다.
난 유심히 지켜봤다. 키가 큰 할아버지는, 키가 작은 할머니가 두 걸음 정도 내딛는 모습을 확인한 뒤 찬찬히 한 걸음 내디뎠다. 다리를 저는 할머니를 위해 미묘한 타이밍으로 보조를 맞추는 듯했다.
노부부의 모습에 가슴 한쪽이 아릿해졌다. 별안간 나는 이런 생각에 휩싸였다. 상대보다 앞서 걸으며 손목을 끌어당기는 사랑도 가치가 있지만, 한 발 한 발 보조를 맞춰가며 뒤에서 따라가는 사랑이야말로 애틋하기 그지없다고. 아름답다고.
그래, 어떤 사랑은 한 발짝 뒤에서 상대를 염려한다. 사랑은 종종 뒤에서 걷는다.(229~23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