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의 사육 상급편 "책벌레 사육자의 사육"
이것은 책벌레를 사육하는 사람을 더 늘리려는 행동이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이 키우는 책벌레의 수를 합하면 책벌레의 개체 수도 증가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프로젝트는 세계 각지에서 행해지고 있다. 당신도 꼭 벌레를 멸종 위기에서 구하기 위하여 이런 행동을 시작하길 바란다.
"사육자의 사육"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순서는 이렇다. 우선 지금 마음에 드는 책을, 즉 당신이 키우고 있는 책벌레가 살고 있는 책 몇 권을 집이나 직장, 혹은 학교에서 모두의 눈에 띄는 곳에 놓는다. 당신이 좋아하는 책에는 당신의 체질에 맞는 책벌레가 살고 있을 것이므로 이제 그것을 키우면서 길들이는 즐거움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면 된다.
사육자의 증식은 텔레비전의 전원을 끄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책벌레는 텔레비전 화면에서 나오는 어떤 전파를 극단적으로 싫어하여 이 전파가 길게 노출되면 사멸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시선을 화면이 앗아가면서 벌레의 활동이 약해지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텔레비전의 전원을 끈 다음엔 가족이나 친구를 책 앞으로 모은다 그리고 책벌레가 서식할 것 같은 책을 모두 한 권씩 읽기 시작한다. 그것만으로도 좋다. 이 작업을 매일 한 시간에서 두 시간 반드시 계속한다.
처음에는 끈기가 필요하고 사육에 열정이 생기지 않아 책을 던저버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참을성을 가지고 성실하게 계속 해야 한다.
한 달 정도 지나 책벌레가 증식하면 처음에는 다소 고통스럽기도 했던 독서가 쾌적하고 기분 좋은 것으로 바뀌는 것을 느끼면서 몇몇이 잠재적인 사육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텔레비전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보다 몇 배나 큰, 확실하고 아름다운 정보가 단시간에 머릿속으로 밀려드는 기쁨을 모두가 느끼기 시작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각자가 키우고 있는 책벌레는 활발하게 증식을 시작하여 지속적으로 새로운 책을 읽고 싶다는 욕구가 생길 것이다. 그 후에는 마음대로 책을 사고 다 읽은 책 중에서 특별하게 감동적이었던 책을 다른 친구나 지인에게 소개하게 된다. 이것은 다시 책벌레 사육자의 증식을 돕는다.
이렇게 전 세계는 책벌레 사육자로 가득 차게 된다.
"고마워…."
당신이 독서에 몰두하고 있을 때 작은 목소리가 들려오면서 책벌레가 당신을 향하여 작은 손을 흔드는 것을 발견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책벌레는 책을 사랑하는 당신을 사랑한다.
- 스티븐 영,『책벌레 이야기』,퍼플카우, 2012,147~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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