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올가미에 걸려들면 사람 자체가 달라지는 것 같다. 월스트리트 금융계에 입성한 엘리트들은 학창 시절 성적이 훨씬 뛰어났다는 것 외에는 대다수 미국인들과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애초에 이들에게는 인간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발명을 하거나, 새로운 산업을 건설하거나, 극빈층이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돕겠다는 꿈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그 꿈을 보류한 채, 믿기지 않을 만큼 많은 보수를 손에 넣기 위해 믿기지 않을 만큼 장시간 노동을 감수했다. 하지만 바로 이 과정에서 이들의 도덕성은 무너졌다. 결국 이들은 꿈을 보류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내던져 버렸다.
비단 금융기관만이 아니라 기업들 역시 대중의 원성을 살 만한 행위들을 다양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담배 회사들은 매출을 늘리기 위해 은밀히 담배의 중독성을 높여갔다. 이들은 담배의 위험성을 입증할 ‘과학적 근거’가 없다면서 무수한 반박 자료를 제시했다. 엑손Exxon도 마찬가지지다. 미국 국립과학원을 비롯한 연구소들이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는데도, 엑손은 지구 온난화의 근거가 없다는 인식을 퍼뜨리는 일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었다. 금융 부문의 비리 때문에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을 때 일어난 영국 BP 정유사의 원유 유출 사고 역시 기업의 무분별한 이윤 추구 관행을 확인시킨 사례였다. BP 정유사가 안전 확보를 게을리하여 일어난 원유 유출 사고 때문에 엄청난 환경오염이 발생했고 어업과 관광에 종사하던 멕시코 만의 주민 수천 명이 생계를 위협받았다.
시장이 대다수 국민의 생활수준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제대로 이행했다면, 우리는 기업들이 저지른 모든 죄악과 불의, 환경 훼손 행위, 빈곤층 착취를 묵인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장 자본주의는 공언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오히려 우리 사회에 엉뚱한 비용을 떠안겼다. 시장 자본주의는 불평등, 환경오염, 실업을 낳았고, ‘무엇보다도’ 모든 것이 용인되고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 가치의 타락을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