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감독관인 후쿠다는 강둑 위에서 담배를 피울 때면 조선인 일꾼들을 내려다보며 종종 이렇게 말하곤 했다.
“너희는 주먹밥 하나 먹어도 감지덕지하잖아? 우리가 받는 월급의 10분의 1만 받아도 그 돈 가지고 고국 돌아가면 부자 된다며? 좋겠다. 우리가 너희보다 미래가 없는 신세라니까. 정말 부러워.”
그는 진심으로 부럽다는 표정을 짓곤 했다. 할 수만 있다면 자신도 일해서 번 돈으로 가난한 나라에 가서 대부호처럼 떵떵거리며 살고 싶다고도 말했다. 대대로 농사짓던 땅도 버리고 공장에서 일하다 조선으로 건너간 친구가 자신을 부를 때도 진지하게 고민한 후쿠다였다. 평세는 그의 말을 다 알아듣고도 딴청을 부렸다. 굳이 달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없었다.
달출도 그때 평세의 태도를 보고 현장 감독이 좋은 말을 하지 않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의 앉은 자세나 뿜어대는 담배 연기 모양만 봐도 훤했다. 여기서 하는 품새를 보자니 그는 조선이든 어디서든 자신의 사소한 자산이 가치를 상실할 때까지만 살 만한 곳이라 여길 사람이었다.
― 황모과,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래빗홀, 50~5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