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덧에 대한 일반적 인식은 태아를 중심으로 임신을 이해하는 관점을 반영한다. 하지만 사실 입덧 현상은 임신 기간 동안 여성의 몸에서 자라는 또 다른 존재인 태반과 더 긴밀하게 연결된다. 노화 방지용으로 흔히 쓰이는 태반주사의 태반 맞다. 태반은 통상 무게가 약 350~750그램으로 태아 체중의 약 6분의 1에 해당하는데, 입덧이 가장 심한 시기인 임신 3~4개월에 가장 활발하게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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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를 중심으로 임신을 이해하는 관점에서는 태반의 중요성이 간과되기 쉽다. 출산 시 배출되는 태반은 일반적으로 의료 폐기물로 분류되어 곧장 버려지거나 때로는 태반 주사제의 원료로 재활용될 따름이다. 태반에 태아를 키우고 남은 영양분과 성장 인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현실에서 태아의 영양 공급원 또는 임신 과장에서 생기는 부산물 정도로 취급되는 태반이 임신과 태아에 관한 연구에 불러일으킨 영향은 적지 않았다. 1960년대의 입덧 완화제가 일으킨 참사를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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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수많은 여성의 임신을 통해 인류가 유지되었음에도 임신은 여전히 신비로운 영역에 맡겨져 있다. 임신에 따른 몸의 변화는 모성으로 감내하기보다 과학으로 이해되어야 할 영역이다. 그 무엇보다 여성의 건강과 삶의 질을 위해 임신은 더 이상 신비로워서는 안 된다.
― 임소연,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민음사2022, 62~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