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들은 이제 돔 바깥의 더스트를 제거하는 대신, 돔 시티를 유지하는 연구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지수는 정말로 종말이 코앞이라는 것을 알았다. 돔 안의 사람들은 세계를 되돌릴 의지가 없었다. 아무도 미래를 기대하지 않았다. 오직 자신들의 비참한 삶을 연장하는 것만이 그들의 유일한 관심사였다.
돔 시티가 하나둘 무너져가며 마을을 침입해오는 사람들이 늘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모스바나가 새롭게 만들어낸 내부의 갈등이었다. 모스바나의 증식이 지나친 탓에 작물들이 모두 죽어버렸다. 레이첼이 경고한 대로였다. 지수는 마을이 무너지거나 온실이 작동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나오미에게 분해제를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
(중략)
지수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프림 빌리지도 똑같은 길을 밟고 있다는 것을. 지수가 그동안 숱하게 보아왔던 대안 공동체들의 결말이 보였다. 마을의 형성, 짧게 지속되는 평화의 순간, 그리고 곧 이어지는 갈등과 배신, 공동체의 파국, 죽음과 종말.
이제는 정말 레이첼을 설득해야 한다고 지수는 생각했다.
― 김초엽, 『지구 끝의 온실』, 자이언트북스2021, 328~3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