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만은 허구가 아니라 자신이 노부부의 아들인 것 같았다.
상만은 허구 아버지와 함께 목욕도 갔다. 아버지는 허구가 중학생 때부터 함께 목욕을 간 적이 없다고 했다. 아들에 대한 서운함을 내비쳤지만 허구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예전처럼 티 나게 퉁명을 떨지는 않아도 부모님을 대하는 허구의 근본적인 태도는 달라진 게 없었다. 여전히 허구는 태양처럼 군림하고 있었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행성처럼 아들 주위를 맴돌았다.
"다음 일요일에 제가 모시고 갈게요, 아버지."
상만이 말했다.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 여탕에 가야 했던 상만은 아버지와 목욕 가는 아이가 가장 부러웠다. 여덟 살 때 엄마와 여탕에 갔다 반 아이를 만난 적이 있었다. 상만은 엄마에게 버림받을까 봐 말을 잘 듣는 편이었지만 또 여탕에 가자는 말만은 절대 듣지 않았다. 그다음부터 엄마는 상만을 때 미는 값과 함께 혼자 남탕에 들여보냈다. 상만처럼 어린 아이가 혼자 목욕탕에 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상만은 아저씨가 너무 아프게 때를 미는 것도 싫었고, 이것저것 자꾸 묻는 건 더 싫었다. 어린 상만의 눈엔 아빠와 함께 온 아이들만 보였다. 이제 상만의 휴일 일과에는 허구 아버지와 목욕 가는 일이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