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운영 현황
2020년 12월 31일 기준으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조사한 「2020년 작은도서관 운영실태조사」를 보면 전국지자체에 등록되어 운영 확인이 된 작은도서관은 6,474관으로 공립작은도서관은 1,504개관23.2%, 사립작은도서관은 4,97076.8%개관이 있다.
작은도서관은 설립 및 운영 유형에 따라 공립과 사립으로 나뉜다. 공립작은도서관은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거나 민간 위탁으로 운영하고 있는 도서관이고, 사립작은도서관은 개인 및 단체, 법인, 새마을문고, 종교 시설, 아파트공동 주택에서 운영하고 있는 도서관이다.
사립 작은도서관을 운영 주체별로 보면 아파트 작은도서관이 1,805개관36.3% > 개인 및 민간단체가 설립한 작은도서관 1,383개관27.8% > 종교 시설 작은도서관 1,161개관23.4% > 새마을문고 330개관6.6% > 법인 설립 291개관5.9%순으로 확인되고 있다.
현재는 면적 33㎡이상, 6석 이상의 열람석, 1,000권 이상의 자료가 있으면 작은도서관으로 등록 할 수 있다.
2019년 12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수는 1,134개관으로 작은도서관은 공공도서관에 비해 6배나 더 많다. 아파트 500세대 이상에는 주민공동시설로 작은도서관을 의무적으로 만들게 되어져 있어서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상생하는 작은도서관과
독서동아리
도서관법 2조 4항에서 공공도서관의 범주 중에 작은도서관은 ‘공중의 생활권역에서 지식정보 및 독서문화 서비스의 제공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도서관으로서 제5조에 따른 공립 공공도서관의 시설 및 도서관자료기준에 미달하는 작은도서관 ’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작은도서관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생활밀착형의 공공시설이라 할 수 있다. 공공시설이라고 하지만 안정적인 운영이 되도록 인력이나 운영비를 지원 받는 도서관은 많지 않다. 지원을 받고 있지 않아도 매년 문화체육관광부 또는 각 지자체의 평가를 받고 있다. 그 평가 기준에는 독서동아리를 운영하는지, 몇 개를 운영하고 있는지를 묻는 항목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다. 작은도서관의 기본 사업 안에 독서동아리 운영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작은도서관의 입장에서도 독서동아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작은도서관 운영자들에게 ‘작은도서관에서의 독서동아리란?’ 질문을 해 보았다.
- 동아리원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모임이다.
- 꾸준한 책 읽기를 가능하게 해 주는 힘이다.
- 도서관을 이어가는 힘이다.
- 도서관 이용자가 공간의 주인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성장하게 하는 힘이다.
- 코어의 힘! 운영의 원천!
- 동아리 중에 동아리. VVIP 동아리, 찐빵의 앙꼬
- 도서관의 난로, 도서관 아랫목, 도서관 밥상
- 반드시 있어야할 씨앗
이상과 같은 표현을 하면서 작은도서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요소로 독서동아리를 1순위로 꼽고 있다. 작은도서관 내부에서 만들어진 독서동아리는 이렇게 평가를 받고 있는데 도서관 외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아리는 오히려 작은도서관을 모르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때가 많다.
독서동아리의 필수요소는 회원, 책과 활동, 공간이다. 이 세 가지가 가장 잘 어우러질 수 있는 곳이 작은도서관이다. 사람이 있고 책이 있는 공간이 작은 도서관이다.
작은도서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이다. 특히 사립작은도서관의 경우에는 책이 좋아서 책이 있는 공간을 만들고, 책 이야기를 공유하고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도서관을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운영자 스스로가 함께 읽는 책을 좋아하고, 책을 잘 권한다. 독서동아리를 단순히 실적만을 위해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운영자나 그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미 독서동아리를 위해 준비된 사람들이다. 동아리 회원들이 작은도서관의 사람이 되어줄 수도 있고, 작은도서관 사람들이 동아리 회원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곳이 작은도서관이다.
작은도서관에는 이미 책을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가 있다. 작은도서관은 공공도서관에 비해 장서도 공간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하지만 작은도서관의 운영자들은 적은 장서이지만 꼭 갖추고 싶은 책을 매우 신중하게 고른다. 그리고 도서관 형편과 상황에 맞게 특화된 도서관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잘 선정된 책을 독서동아리가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독서동아리에서 구입해서 읽은 책을 작은 도서관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독서동아리에 미리 지원해준 책을 작은도서관의 장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사업설계를 하는 지자체의 동아리지원 사업도 이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작은도서관과 독서동아리는 여러모로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
작은도서관과 독서동아리의
활동 사례
작은도서관은 이미 모두의 책읽기를 위해 여러 활동들을 하고 있다. 작은도서관의 활동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고자 한다.
경기도 구리시에 있는 애기똥풀 도서관에서는 「구리좋은희곡낭독동아리」가 있다. 2011부터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으며, 월2회 정도 모여서 낭독을 한다. 그리고 낭독이 무르익으면 공연도 하고 있다.
제주 설문대어린이도서관에서는 「제주어르신그림책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사라지는 제주어와 제주 고유의 문화를 다음 세대에게 유산으로 책을 남기고 싶어서 시작했다. 현재 6기까지 활동하고 있으며 98세의 어르신이 최고령자로 활동하고 계신다.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것을 가르치지는 않지만 여러 작업과 놀이로 어르신들의 기억을 끌어올리는 일을 하고, 그 기억을 자유롭게 그리거나 표현 하도록 하여 책으로 엮어내는 작업을 한다. 지금은 동아리를 단체로 등록하여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안남 배바우도서관에서는 학교를 다니는 것이 소원인 백발의 소녀들을 위한 그림책 학교를 열었다. 그림책에 나오는 단어로 글을 배우고, 책을 읽고, 색칠도 하고, 만들기도 하는 지극히 도서관다운 학교를 할머니들과 함께 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의 작은도서관 웃는책에는 여러 동아리들이 있지만 코로나시절에 안전한 책읽기를 위하여 「책번개」 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으로 벽돌책 깨기를 하였다.
일정기간 동안 읽으면서 댓글로 좋았던 구절이나 의견을 달고, 읽기가 끝나면 낭독회를 열어 낭독이나 토의를 하는 과정으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헨리 죠지의 『진보와 빈곤』, 카렌 암스트롱의 『축의 시대』 등을 얼마 전까지 함께 읽었다.
울산 양정작은도서관에서는 「아베 마호랑 책을 읽어라」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인 아베 마호씨가 한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서관에서 매일 3시부터 4시까지 함께 소리 내어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진다. 책을 통해 글도 익히고, 우리 문화도 쉽게 전달하면서 삶의 뿌리가 잘 내릴 수 있도록 함께 하고 있다.
이렇게 작은도서관에서는 책을 통하여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개인적인 독서를 넘어 사회적인 독서까지 이르도록 하는 힘이 작은도서관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독서동아리도 그 중 하나이다.
2020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쳤을 때 모두가 암담했지만 작은도서관들은 더 어렵고 외로웠다. 방역의 지원도 없었고, 소독약 하나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운 도서관이 한 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립의 작은도서관들이 더 안전한 공간이 되고 있다. 코로나가 확대되어 공공기관들이 다 폐쇄되어도 민간사립은 어느 정도 자율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철저하게 방역이 이루어진 소규모 시설이 더 안전을 담보하게 되었고, 이용자들도 잘 알고 지내는 지역 주민들로 더 안전이 용이해졌다. 이런 공간을 독서동아리들도 잘 활용하면 좋겠다.
독서동아리를 유지하는 것은 많은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 작은도서관을 유지하는 것도 그렇다. 독서동아리도 작은도서관도 우리나라의 독서문화에 실핏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멈추지 않고 잘 흘러갈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도서관이야말로 모두에게 열려진 보편적 복지라 할 수 있겠다. 그 중에서도 우리 생활과 가장 밀접 하게 접해있는 작은도서관은 더 쉽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읽기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작은도서관과 독서동아리가 함께 어우러져 서로의 상생을 응원하고 지지한다면 우리나라의 보편적 책 읽기는 더욱 성장할 것이다.
★ 이 글은 2021년 11월 24일에 열린 〈2021 사회적 독서 콘퍼런스〉의 발제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