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성희
네, 오늘의 교훈입니다. 동생 때리지 맙시다. (학생들: 웃음)
여러분, 작가님들 얼굴 보시면 누가 제일 공부 잘 하게 생겼어요? 서민 교수님이요? 학창시절에 한번쯤 담배를 피거나 가출을 하거나 하신 경험은 다들 있으실 텐데요. 일탈의 경험이 있으신지 한 번 질문 드려볼까요? 이번엔 오항녕 교수님부터 가겠습니다.
오항녕 선생님
담배를 피우는 것 정도를 일탈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사회 이성희: 네 죄송합니다.) (학생들: 웃음) 평범한 게 아닌가요? (학생들: 오) 담배 안 피워요? (학생들: 웃음) 담배는 배우지 마세요. 제가 다른 건 다 권해도 담배는 권하지 않습니다. (학생들: 술은요?) 많이 마시진 말고. (학생들: 웃음)
저는 고등학교 때 공부를 사실 좀 안 했습니다. 중간고사였는데 시험 보러 가기가 싫어가지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잖아요? 103번 버스가 왔어요. 한 대가 지나가고, 두 대가 지나가고, 세 대가 지나가고 무수히 많은 103번이 지나가고 주위에 함께 서 있던 학생들은 하나, 둘 모두 그 버스를 타고 사라졌습니다. 어느덧 9시, 10시가 되어 정류장에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저 뿐이었는데 저는 그렇게 12시까지 서 있었습니다. 시험 보러 가기 싫었어요. 가봐야 뻔하니까. 그리고 점심 먹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엄마한테만 얘기했습니다. 저녁때 엄마가 결석계를 써줘야 하지 않냐 아버지께 말씀 드렸는데 아버지께서 “결석계 쓸 이유가 없는데?” 하셔서 다음날 그냥 학교 갔습니다. (학생들: 애도) 내가 얘기하면 코드가 왜 이렇게 가지? (학생들: 웃음)
학교에 갔다 안 갔다 나중에는 선생님이 신경도 안 썼어요. 돌아가신 어머니가 졸업할 때 (학생들: 애도) 그러지 말고! 내 나이 되면 어머니 아버지 돌아가신 분 많아요! (학생들: 웃음) 이런 분위기가 아니야! (학생들: 애도) 그만해! 안 웃겨! (학생들: 웃음) 어머니가 저 졸업할 때 제 손을 꼭 잡으시고 “졸업해 줘서 고맙다.” 하셨습니다.
사회 이성희
네, 시험 때의 일탈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서민 교수님?
서민 선생님
저는 오항녕 교수님에 비하면 너무 귀여운 일탈이고요. 저는 진짜 모범적으로 살아서 학창시절에는 별로 일탈이 없었어요. 유일한 일탈이 고3 때 학교에 입고 갈 바지가 없어가지고 어머니한테 바지 사달라고 했는데 안 사주셔서, 한 달 동안 그 중요한 시기에 공부 안하고 테레비만 보고…(학생들: 웃음) 그게 제 일탈의 전부예요.
그렇게 살다가 나중에 30대를 들개처럼 살았어요. (학생들: 웃음) 술 마시고 막 길바닥에서 자고 그랬어요. 아, 요즘은 안 그래요. (학생들: 웃음) 지금도 이제 노숙자분들 주무시는 거 보면 남의 일 같지 않아요. 잠은 집에 가서 잡시다 여러분. (학생들: 웃음)
김선형 선생님
글쎄요, 저는 정말 평범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 (학생들: 웃음) 그런데 대학교 1학년 막 들어갔는데 죄송한 얘기지만 교수님도 싫고, 수업 방식도 싫고, 친구들도 싫고 다 싫더라고요. 그리고 뭘 해야 될 지 몰라서 대학교 1학년 때 공부를 정말 안 했어요. 시험지 제일 먼저 내고 나가고 그렇게 1년을 살았더니 학점이 정말 엉망이더라고요. 1학년 때 열심히 해야 교수님도 잘 알아보고 하는데. 대학교 들어가면 1학년 때 방황하는 학생들 많을 거예요. 특히 남학생들은 군대 가기 전에 방황하는 학생들 정말 많아요. 지금 제 일생에서 가끔 지우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그 1학년 때예요.
강수돌 선생님
학창시절의 일탈이라 그랬죠. 저는 고등학교 1학년 때 10월로 기억을 해요. 1977년 10월 1, 2, 3일이 연휴였던가 그래요. 마산에서 친구 두 명과 세 명이서 굉장히 멀리 가출을 했어요. 어디까지 갔겠어요? (학생들: 서울.) 부산! (학생들: 웃음) 해운대도 가고, 국립묘지도 가고. (사회 이성희: 가출해서 국립묘지에 가요?) (학생들: 웃음) 태종대가 멋있죠. 여러분들 나중에 꼭 가보세요. 잠은 어디서 잤나? 독서실에서. 독서실 가지 마세요. 앞의 서민 교수님 비슷한 생활을 며칠간 하고 나니 ‘야, 아무래도 제일 좋은 곳은 누가 뭐래도 우리집이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이것을 절실히 깨달았죠. 일탈은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학생들: 웃음)
사회 이성희
오늘 여러분들 질문을 해주셨죠. 질문이 뽑힌 친구들은 선물이 있습니다. 뭘까요? (학생: 책!) (학생들: 웃음) 여러분 오늘 저녁하고 내일 아침을 먹죠. 뽑힌 사람에게는 그때 선생님들과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권한을 드리겠습니다. (학생들: 우와) 선생님들 괜찮으시겠죠?
좋습니다. 여기 작가 선생님들이 뽑은 질문이 있는데요. 이 친구 보겠습니다. 이 친구 누군가요? 강수돌 교수님에게 질문한 친구입니다. “작가님 사랑해요!” 누구신가요? (학생들: 웃음) 손 들어 보세요! 일어나보세요!
학생
잘생기셨어요. (학생들: 웃음)
강수돌 선생님
뜻밖이에요. 하하하. (학생들: 웃음) 감사합니다.
사회 이성희
또 다른 친구가 있는데요. “제목이 굉장히 창의적이셨는데요. 본인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나요?” 어느 학교 누구신가요? 답변 부탁 드리겠습니다.
강수돌 선생님
아, 팔꿈치 사회라는 제목은 1982년에 독일에서 올해의 단어로 선정되었던 단어였어요. 그래서 제가 만든 것은 아니고 다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너무 깊고, 넓고, 우리사회가 토론해 봐야겠다 는 생각이 들어서 ‘경쟁은 어떻게 내면화되는가’라는 책을 증보ㆍ보완하면서 경쟁사회에 대한 경고와 함께 이런 식으로 우리가 살아가서는 희망이 없다는 경고를 하기 위해 아예 제목을 팔꿈치사회라고 썼습니다. 고마워요.
사회 이성희
“헤르만 헤세가 오셨으면…” 어느 친군가요? 왜 이런 질문을 쓰셨나요? 그냥? 여기에 대한 답변을 교수님께서 해주시겠습니다. 방법이 없을까요 교수님? 접신을 한다거나…… (학생들: 웃음)
김선형 선생님
아…글쎄요. 저는 답이 안 나오네요.
사회 이성희
충분한 답이 되셨나요? (학생들: 웃음)
다음 서민 교수님이십니다. 이 질문을 하신 분 정말 궁금합니다. 왜 이런 질문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치킨 좋아하세요?” (학생들: 웃음) 누구셔요? 왜 이런 질문을 하셨나요?
학생
약간 궁금해서요. (학생들: 웃음)
서민 선생님
사실 여름철 맥주 안주로 치킨이 제일이죠. 치맥이라고 쓰죠? 저도 치맥 참 좋아하는데요. (학생들: 웃음)
사회 이성희
교수님 치맥을 좋아하십니다. 이 년 뒤에 찾아오시기 바랍니다.
다음 또 다른 질문이 있는데요. 이런 질문이 많이 있더라고요. “성함이 참 많이 검소하시네요. 성함의 뜻을 알고 싶습니다.” 하셨습니다. (학생들: 웃음)
서민 선생님
제가 방송에서도 몇 번 한 얘기인데 사실 제 이름을 막 지은 것 같잖아요. 하지만 그 당시 아버지들이 이름을 막 짓던 시절에 저는 있는 집에서 살았고요. (학생들: 웃음) 유명한 작명가가 지어주셨어요. 그런데 그 작명가가 제 이름 짓고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왜 이런 이름을 지으셨는지는 모르겠어요.
사회 이성희
그렇다면 선생님 이름이 그 작명가의 유작이 된 건가요?
서민 선생님
그렇지요. (학생들: 웃음)
사회 이성희
무슨 민자 쓰세요?
서민 선생님
백성 민자요. (학생들: 웃음) 근데 그 작명가의 의도가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이름처럼 되는 게 저는 그 다음부터 어떤 옷을 입어도 없어 보여요. (학생들: 웃음)
사회 이성희
혹시 시카고 컵스 팬이신가요?
서민 선생님
아뇨. 전 보스턴 레드삭스 팬입니다.
사회 이성희
그런데 시카고 모자를 쓰고 계시네요.
서민 선생님
아, 저 모자가 집에 100개 넘게 있는데 그냥 매일 옷에 맞춰서 입고 나오는 거예요.
사회 이성희
옷에도 신경을 쓰신 건가요?
서민 선생님
이거 다 메이커예요. (학생들: 웃음)
사회 이성희
잘 안 보이시죠? 가까이서 보시면 메이컵니다. (학생들: 웃음)
다음 오항녕 교수님이신데요. “다른 분들과 다른 역사 해석을 하시는데 그로 인해서 다른 분들과 싸우시진 않으시나요? 충돌 이후 어떻게 하시는 지 궁금합니다.” (학생들: 웃음) 아니 질문이 진지한 질문 밖에 없더라고요. (학생들: 웃음)
오항녕 선생님
네. 뒤에 있는 질문도 다 그렇더라고요. 진지한 건 중요한 겁니다. (학생들: 웃음)
싸우는 건 아니고 충돌도 아니고. 아니에요. 제 인생은 굉장히 즐겁습니다. (학생들: 웃음)
역사라는 게 이럴 때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어느 날 피라미드를 막 짓기 시작해요. 짓다가 ‘아니다, 이제는 우리가 한 번 한강 다리를 지어보자.’ 이렇게 되면 피라미드를 짓던 자료의 일부만 한강 다리에 필요합니다. 그렇겠죠? 어렵구나? (학생들: 웃음) 못 알아듣는 것 같아요. 아무튼 역사는 사실의 학문입니다. 저마다 사실을 다르게들 가져오는데 비판은 어떻게 이루어지냐면 사실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종종 어떤 사람이 관점의 차이라고 말을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그건 철학의 문제고, 인문학의 문제지만 역사학은 틀림없는 사실을 가지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우리 생각이 서로 다르다고 하면 거기서 역사학이 끝나는 게 아니라 출발하는 겁니다. ‘아, 너랑 나랑 이 사실을 다르게 보는구나? 그럼 실제 사실이 어떤가 볼까?’ 뒤져보는 겁니다. 그래서 서로의 생각이 다르게 나타나더라도 왜 다르게 생각하는지 이해하게 되는 겁니다. 아까 전 질문에서 충돌한다고 말씀하셨던 것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꾸면, 바로 그 충돌하고 있는 그 지점부터 역사학이 시작된다는 겁니다. 좀 알아들은 것 같은데? (학생들: 웃음)
사회 이성희
뒷이야기는 저녁 때 하기로 하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