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동아리를 위한 책 읽기 8
분야별 추천 도서_ 자연과학
과학에 대한 책은 많지만 과학 책은 드물다. 쉽게 읽히는 책은 쉽게 잊혀진다. 자연과 우주를 보는 안목을 높여 준 이 책들은 항상 곁에 두고 읽고 싶다. 서너 페이지 읽다가 책을 덮고 한참 우두커니 창밖을 보게 하는 귀한 책을 소개하고 싶다.
지난 백 년 동안 소수의 사람들이 철학과 종교와는 다른 방식으로 존재의 본질을 마주하고 새로운 언어로 자연 현상을 기술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분자와 원자의 결합으로 자연을 이해하려 했으며 별과 바람과 생명을 에너지의 변환 과정으로 보았다. 자연 현상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발견하고 앞날을 예측하며 자연을 숫자와 기호로 표현하여 수학과 물리라는 자연언어를 통해 존재의 심연을 비추었다.
자연은 세 가지 단계로 모습을 드러낸다. 시공과 원자와 그리고 세포이다. 시공을 다루는 학문이 상대성이론이다. 상대성이론은 속도가 일정한 세계는 특수상대성이론, 속도가 변화하는 가속도의 세계는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설명한다. 특수상대성이론에 대한 해설서는 수십 권의 번역서가 있다. 그러나 일반상대성이론을 소개한 책은 서너 권뿐이다. 원자의 세계상은 양자역학 분야이다. 과학은 우주와 생명의 본질을 이해하는 학문이다. 너무 지엽적이거나 나열식으로 된 책보다 전체를 관통하는 원리를 설명하는 책이 좋은 과학책이다. 그리고 과학책은 최신 책을 보는 것이 좋다. 생물학 분야는 최근 10년 사이에 놀라운 발전을 했으므로 30년 전에 출판된 과학 책을 보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과학 책 독서는 물리학, 생물학, 지구과학, 그리고 천문학으로 다양한 지식이 축적되어야 상승효과가 있다. 어떤 분야는 대학 교과서을 넘어서서 그 분야의 논문을 공부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다.
과학을 교양서적으로만 습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쉬운 과학 책은 비유로 재미있게 설명하지만 자세한 내용이 부족할 수 있다. 과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쌓여 가면 대학 과정의 과학 교과서 읽기를 시도해 볼 만하다. 과학 교과서 읽기도 3년 정도 집중해서 공부하면 익숙해진다. 과학 공부는 과학 교양서적에서 대학 교과서 그리고 논문으로 점차 정보가 많고 어려운 공부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다. 물리학의 핵심 분야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그리고 소립자이론이면 생물학 분야는 생화학, 세포학, 분자생물학이 중요하다. 각 과학 분야를 잘 설명한 열 권의 책을 추천한다.
『엘러건트 유니버스』, 브라이언 그린
입자물리학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책이다.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에 쉬운 설명과 블랙홀과 초건이론까지 아우르는 설명이 잘 된 책이다.
『조상 이야기』, 리처드 도킨스
도킨스의 책 중에서 최고의 책이다. 단세포에서부터 인간에 이르는 30억 년 생명 진화의 역사를 기술했다. 분자생물학, 진화학, 그리고 비교동물학을 바탕으로 재미있고 깊이 있게 생명의 장대한 진화사를 기술한 역작이다.
『미토콘드리아』, 닉 레인
유성 생식, 다세포 동물의 출현, 그리고 죽음이란 현상의 생물학에는 미토콘드리아가 있다. 숙주세포에 포획된 미토콘드리아라는 박테리아가 생명 현상의 주인공임을 잘 드러낸 책이다. 단세포 생물에서 다세포 동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유전자 교환과 유성 생식을 통한 종의 분화를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생명 현상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통찰을 주는 책이다.
『생명 최초의 30억 년』, 앤드류 H. 놀
지질학자 앤드류 놀의 시아노박테리아와 초기 지구 생태계에 관한 책이다. 시아노박테리아가 물을 분해하는 광합성을 시작하여 대기 중에 산소가 농축되면서 생명 진화가 가속된다. 식물의 엽록체도 시아노박테리아 관련되며 태곳적 이래로 아직도 행성 지구는 시아노박테리아 시대임을 역설한다.
『기억을 찾아서』, 에릭 캔들
기억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에릭 캔들의 연구 과정이 담긴 책이다. 뇌과학의 최근 50년 역사를 알 수 있으며, 분자 수준의 기억 형성 과정을 알아 볼 수 있다. 장기 기억이 반복 자극에 의해 형성됨을 강조한다.
『신경과학과 마음의 세계』, 제럴드 에델만
뇌과학자 에델만의 의식에 관한 책이다. 지각의 범주와 가치범주기억에 의한 동물의 일차의식과 언어 사용으로 시간의식을 갖게 된 인간이 고차의식을 뇌과학을 바탕으로 이론화했다. 동물과 구별되는 고차의식이 가능해진 인간은 의식 과정에 대한 의식이 가능해져 자아와 미래 예측 능력을 갖게 된다.
『지구표층환경의 진화』, 가와하타 호다까
신생대, 중생대, 그리고 고생대의 지구 표면의 환경변천 과정을 지질학과 고생물학 관점에 설명한 책이다. 남극 빙하코어 속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여 신생대 바다 온도를 복원하고, 해양퇴적층의 탄산칼슘에서 산소동위원소를 측정하여 지구적 기후 변화를 추정하는 고기후학과 고생물학의 자료를 해석한다.
『이보디보』, 션 B. 캐럴
이보디보는 발생진화생물학의 약자이다. 동물 몸의 형태를 결정하는 혹스유전자의 발견으로 절지동물부터 인간까지 몸 형태 변화를 진화적으로 설명한 책이다. 초파리 체절과 인간 몸 형태를 결정하는 유전자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서 생명 현상의 동질성을 느끼게 해 준다.
『역사를 바꾼 17가지 화학이야기』, 제이 버레슨 · 페리 르 쿠터
인간의 의식주 생활을 크게 바꾼 17가지 물질에 관한 책이다. 화약, 비료, 고무, 비단을 비롯한 17가지 물질의 발견부터 다양한 용도로 변화하는 과정을 여러 맥락에서 유기적으로 탁월하게 설명한 책이다.
과학 책은 반복해서 정독하는 것이 좋다. 과학 책은 증명된 사실들이 논리적으로 전개되므로 한 구절 한 구절씩 생각하면서 읽어야 하고 속독은 오히려 효과적이지 않다.
어려운 내용을 무리하게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보다 전체적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계속 공부에 도움이 된다. 한 분야의 과학 책을 읽는 것보다 여러 분야로 관심을 넓혀 가는 것이 지속적으로 공부하는 데 중요하다. 예를 들면 블랙홀에 대해서 궁금하다면 천문학 전반을 공부하면서 천체물리학과 일반상대성이론까지 공부 영역을 확장하면 블랙홀을 다양한 측면에서 이해하게 된다. 기억에 대해서 알고 싶을 때 신경해부학과 분자세포생물학을 공부하다 보면 기억이란 현상을 이해하는 과정이 생물학 전반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간단한 질문에 대답하기 어려운 이유는 단순한 질문일수록 관련된 분야가 많기 때문이다. 깊은 우물을 파기 위해서 넓게 터를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