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월성1호기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여부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에서 다룬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참사 이후 핵발전에 대한 안전 규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기존 원자력위원회의 원자력 이용과 진흥기능은 원자력진흥위원회가 담당하고 원자력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을 분리하여 원안위가 주관하도록 하였다. 2011년에 처음으로 원안위를 설치할 때는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대통령 직속의 독립적인 중앙행정기관으로 출범하였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원안위를 과거처럼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부처위원회로 위상을 낮추려 하였다. 이에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이 반발하여 「정부조직법」 제2조에 따라 원안위는 국무총리실 산하 독립적인 중앙행정기관이 되었고 위원장은 차관급 지위를 갖게 되었다. 원안위는 위원장을 포함하여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위원장과 사무처장인 위원 1명은 상임위원이며 나머지 7인은 비상임위원으로 회의체 방식으로 운영한다. 위원장은 국무총리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상임위원인 위원을 포함한 4명의 위원은 위원장이 제청하고 나머지 4명의 위원은 국회에서 추천하여 대통령이 임명 또는 위촉한다. 국회는 협의를 통해 제2기 원안위부터는 여당과 야당이 각 2명씩 추천한다. 2011년 발족한 제1기 원안위 위원들이 모두 친원전 인물로 구성되어 비판여론이 비등하자 이러한 여론을 반영하여 야당측에서 여당과 동수로 위원 추천을 요구하게 되었고 그 결과 반핵활동을 해온 위원들이 2명 포함될 수 있었다. 현재 제2기 원안위 위원 9명 중 야당이 추천한 김익중, 김혜정 위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위원들은 대부분 원자력을 지지하는 학계나 업계, 관료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표 10> 참조).
노후원전 수명연장(현 법정 용어로는 계속 운전)은 설계수명 만료일로부터 10년 후까지 가능한지를 안전기준에 따라 평가하여 원안위가 결정한다. 기기검증에 관한 사항 등 주기적 안전성 평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안전성능이 변화하는 기기 등에 대한 수명평가, 계속운전에 따라 발생하는 방사선이 주변 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한 평가 등 총 134개 항목 모두가 심사기준을 만족시켜야 한다. 2013년에는 계속운전심사 이외에 대통령 공약사항이었던 '스트레스 테스트'를 새로 도입하였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극한 상황에서도 원전이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주요 평가 항목은 지진, 해일 및 기타 자연재해, 전력계통 등 안전기능 상실, 중대사고 관리, 비상대응 등이다. 원자력안전법 시행령 제36조 ④항에 따르면 핵반응로의 수명을 연장하려면 발전용원자로운영자인 한수원은 “설계수명기간 만료일(그 후 10년마다 10년이 되는 날을 포함한다)을 평가기준일로 하여 평가기준일이 되기 5년 전부터 2년 전까지의 기간 내에 평가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한수원이 원안위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심사에 착수하고, 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친 심사보고서를 원안위에 상정한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한수원이 원안위에 스트레스 테스트 보고서를 제출하면 전문가검증단이 검증한 후, KINS검증단 4명과 민간검증단 4명으로 구성된 검증총괄기술협의회에서 이에 대한 통합보고서를 작성·공개한다. 이후 전문위원회가 이 통합보고서를 심의한 후 원안위에 상정한다.
제2기 원안위는 월성원전1호기에 대한 수명연장 심사를 진행하여 수명을 10년 연장하도록 허용하였다. 월성1호기는 설계수명이 30년으로 최초 임계일인 1982년 11월 21일로부터 30년이 지난 2012년 11월 20일에 설계수명이 만료되었다. 운영자인 한수원은 2009년 12월 30일에 월성1호기의 계속운전을 신청하였고 2015년 2월 27일 원안위로부터 “계속운전” 허가를 받았다. 원안위의 결정대로 재가동에 들어가게 되면 2022년 11월 20일까지 가동하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에 후쿠시마 핵발전참사로 인해 안전성에 대한 대중의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노후원전의 연장운전 허가를 엄격히 제한하고 고리1호기, 월성 1호기 원전의 폐기도 EU 방식의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를 거쳐 결정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 여부 결정을 위해 정부는 후쿠시마 핵발전 참사를 가져온 지진과 지진해일 같은 대형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경우를 상정하여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기로 하였다. 한수원은 후쿠시마 핵발전사고 이후 EU에서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 평가방법을 기반으로 하여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하였는데, 지진·해일 및 기타 자연재해·전력계통 등 안전기능 상실·중대사고 관리·비상대응 등 5개의 분야를 평가한 테스트 결과를 원안위에 제출하였다. 2013년 8월 지자체와 환경단체 추천으로 경주시에서 11명, 경상북도에서 2명, 환경단체에서 6명을 선발해서 민간검증단이 구성되었다. KINS검증단과 민간검증단은 각기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대한 검증을 실시하고 검증보고서를 원안위에 제출하였다. 원안위는 '월성 1호기 스트레스테스트 전문가검증단'이 제출한 검증보고서를 이날 '원전 스트레스테스트 홈페이지http://voc.kins.re.kr/stresstest/stresstest_3_1.jsp에 공개했다. 2014년 6월, 2014년 12월 2회에 걸쳐 경주 월성에서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 보고회 겸 설명회가 열렸다. 이 행사에서 지역주민들은 노후원전인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에 대해 반대의견을 표명하였다.
민간검증단과 KINS검증단의 스트레스 테스트에 대한 평가결과는 엇갈렸다. 민간검증단은 계속 운전시 안전성 보장이 어렵다는 부정적 의견을 낸 데 비해 KINS 검증단은 스트레스테스트 가이드라인의 평가기준을 만족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민간검증단은 32건의 안전 개선사항을 도출하고 이들 사항이 이행되어야만 월성 1호기의 안전운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KINS검증단은 19건의 안전 개선사항을 도출해 제안했는데 이는 재가동 결정 전에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기보다 향후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로 제안하였다. 또 민간검증단은 원자력법이 2015년 1월에 개정되면서 신설된 계속운전 신청 전 주민수용성 확보 의무 규정에 주목하였는데 월성 1호기 계속 운전 여부를 결정할 때도 지역주민 수용성과 관련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원안위는 2015년 1월 15일, 2월 12일, 2월 26일에 걸쳐 세 차례 회의를 열었다. 2월 26일 회의를 오전 10시부터 이튿날 오전 1시까지 위원들끼리 격론을 벌이다 새벽 1시가 넘어 표결에 들어갔고 찬성 7명, 기권 2명으로 월성원전1호기 수명연장을 가결하였다. 원안위법상 심의 안건은 위원 9명 중 과반수인 5명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야당 추천 원안위 위원 2인은 민간검증단이 제기한 안전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면서 수명 연장 여부에 대한 결정을 표결로 처리하는 데 반대하였고 위원장이 표결 처리를 선언하자 이들이 항의 표시로 퇴장한 상태에서 표결이 진행되었다. 쟁점이 된 것은 원자로 격납건물에 대한 안전기준(R-7)의 부합 여부였다. R-7은 체르노빌 핵발전사고 이후 캐나다가 1991년에 정한 안전기준인데 이 규정에 따르면 사고가 나서 격납용기 안 압력이 상승했을 때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문을 설치해야 한다. 월성의 핵반응로는 캐나다에서 도입되어 캔두형이라 불리는 가압중수로인데 이 안전기준이 정해진 1991년 이후에 건설된 월성 2~4호기에는 이 규정이 적용됐지만 이전에 설치된 월성 1호기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2015년 1월 개정된 원자력안전법에 신설된 계속운전 신청 전 주민수용성 확보 의무 규정이란 103조의 “발전용원자로 및 관계시설의 설계수명기간이 만료된 후에 그 시설을 계속하여 운전하기 위하여...변경허가를 받으려는 자”는 반드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공람하게 하거나 공청회 등”을 열어 주민의견을 수렴, 방사선영향평가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야당 추천 위원인 김혜정 원자력안전법 취지를 반영해 주민공청회 등 주민의 수용성도 원안위 심의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정부 추천 위원인 조성경 위원은 원안위가 수명연장을 의결한 뒤 한수원이 실제 가동에 들어가기 전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면 된다는 의견으로 맞섰다. 개정된 원자력안전법이 신규 원전 건설뿐 아니라 노후원전의 수명연장 같은 변경 허가 심사에서도 주민의견 수렴을 의무화 한 것인데 원안위 사무처는 월성 1호기는 2009년에 심사신청 서류를 제출했기 때문에 심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정법을 소급적용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1996년 대법원 판례(95누108·77 판결)에 따르면 “허가 등의 행정처분은 원칙적으로 처분시의 법령과 허가기준에 의하여 처리되어야 하고 허가신청 당시의 기준에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며, 비록 허가신청 후 허가기준이 변경되었다 하더라도…변경된 허가기준에 따라서 처분을 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했다면서 원안위가 주민의견 수렴에 대해 내린 해석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또한 정부 추천으로 원안위원이 된 조성경 명지대 교수는 한수원의 신규 원전 부지선정위원회에서 2011년까지 활동하였는데 조 위원이 “최근 3년 이내 원자력이용자가 수행하는 사업에 관여한 사람”에 해당이 되는지도 쟁점이다. 만약 부지선정위원회 활동이 원자력이용자가 수행하는 사업에 해당한다면 이는 원안위원 결격 사유에 해당하며 그런 결격을 가진 가가 참여한 표결은 무효가 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기 때문이다. 1996년 대법원 판례(94다53716 판결)에 따르면 “자격이 없는 위원이 참여하여 한 의결은 무효이고, 이는 자격이 없는 위원을 제외하고 의결정족수가 충족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라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80개 시민사회 환경단체로 구성된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이처럼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결정이 허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내려진 것으로 보고 이를 취소하기 위한 소를 제기하기 위해 국민소송인단을 모집했다. 2015년 5월 10일까지 2167명이 국민소송단에 참여하여 서울행정법원에 소장을 접수한 상태다. 이들이 제기한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취소 근거는 최근 운전경험과 연구 결과를 반영한 기술 기준에 따른 격납용기 안정성 평가 누락, 방사성 환경 영향 평가서 작성 시 주민 의견 수렴 절차 위반, 방사선 환경 영향 평가에서 다수 호기 공통 원인 사고로 인한 누적 환경 영향 평가 결여, 안전성 목적 달성의 불능, 월성1호기를 폐로하더라도 전력 수급에 문제가 없고 수명 연장은 경제적으로도 손실, 신뢰 보호 원칙의 위반 등이다. 이제 공은 사법부로 넘어간 상태다.
이런 와중에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이후 한수원과 핵발전소가 월성원전이 입지한 동경주 지역(양남면, 양북면, 감포읍) 주민들이 한수원과 월성 1호기 수명 연장에 대한 보상금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총 1,310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60%는 동경주 지역에 나머지는 경주시 전체를 대상으로 사용하기로 잠정합의했다. 동경주대책위는 각 읍·면 발전협의회 총회에서 가합의서 승인 절차를 거치고 있는데 양북면과 감포읍은 한수원의 주민보상안을 수락했다. 하지만 월성 1호기가 입지해 있는 양남면 주민들이 금전적인 보상도 중요하지만 주민안전 장치가 더 중요함에도 이를 위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2015년 5월 28일에 열린 양남면 발전협의회 총회에서 전체 75명 중 39명이 반대해 합의안이 부결됐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수명 연장 결정을 통해 재가동에 들어간 핵반응로로 고리1호기가 있다. 고리 1호기는 1977년에 임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30년 설계수명 종료 후 10년 수명 연장으로 2017년까지 가동될 예정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사고 이전인 2007년에 수명 연장 결정이 내려졌는데 당시에는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한채 지역주민과 환경운동단체 정도가 관심을 가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후쿠시마 핵발전 사고에서 노후화된 핵발전소가 지진해일 이전에 일어났던 지진을 견디지 못해서 이미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로 인해 노후 핵발소의 수명연장은 환경단체나 지역주민은 물론 일반시민들도 이제 주목하게 되었다. 특히 고리 1호기와 현재 월성 1호기가 입지한 지역의 중간에 위치한 울산과 경남지역, 부산 등에서 관심이 높다.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에 대한 인근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인식 변화는 2014년 지방선거 입후보자들의 공약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핵발전과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을 지지하고 있는 새누리당 소속이지만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는 2017년까지 고리 1호기 완전 폐쇄를 지지했다.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와 인접해 있는 울산시의 김기현 시장 후보도 새누리당 소속임에도 핵발전소 수명연장에 반대를 공약했다. 무소속인 부산 오규석 기장 군수 후보와 경북 경주 최양식 시장후보도 각각 자신의 관할 지자체 내에 입지해 있는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의 폐쇄를 주장했다. YWCA의 경우에는 전국에 걸쳐 노후 핵발전소 폐쇄와 신규 핵발전소 건설 반대 서명운동을 벌여 2015년 2월 3일 부산시청에서 ‘노후핵발전소 고리1호기 폐쇄를 촉구하는 YWCA 10만 서명전달식’을 가졌다.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그만큼 큰 것이다.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은 이제 핵발전소 인근지역에서 중요한 정치적 의제가 되었다. 핵발전소 입지 주변지역에서 2014년 지방선거 입후보자들의 공약에 변화가 나타났다. 새누리당은 핵발전과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에 찬성하고 있지만 당시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는 새누리당 소속이었음에도 2017년까지 고리 1호기를 완전히 폐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를 양 옆에 두고 있는 울산시의 김기현 시장 후보도 새누리당 소속이었지만 핵발전소 수명연장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하였다. 부산 오규석 기장 군수 후보와 경북 경주 최양식 시장후보는 무소속이었는데 자신의 관할 지자체 내에 입지해 있는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를 폐쇄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그만큼 해당 지역사회에서 주민들로부터 2020년대가 되면 설계수명이 만료되어 수명연장 여부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할 핵반응로가 10기가 넘는다. 처음으로 수명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핵반응로가 10기에 월성1호기가 재가동되고 고리1호기가 다시 한 번 수명연장에 들어간다해도 수명연장된 것도 종료된다. 수명연장을 원하는 한수원 입장에서는 월성1호기 수명연장이 향후 수명연장 결정에 물꼬를 트는 교두보로 여겨지고 이를 저지하려는 탈핵진영 앞으로를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절차와 결정이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2020년대에 설계수명이 종료되는 핵반응로가 줄지어 있는 상황이기에 이에 대한 철저한 사회적 대비가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월성 1호기 수명연장 결정 과정을 보면 절차적 민주주의 관점에서는 고리1호기 때보다 상당히 진전된 게 사실이다. 안전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다양한 평가보고서에 근거해서 판단을 내리고 민간검증단을 구성하고 이들이 참여하는 전문가 검증단도 운영하여 원전사업자가 제출하는 보고서들을 검증하는 기회를 가진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리고 원자력안전법 개정을 통해 노후 원전 수명연장 시에도 방사능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스트레스 테스트도 실시한다. 게다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경우 다른 여타 위원회들과 달리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 운영에 관한 규칙’ 제13조에 따라 속기록을 공개하고 있다. 자신의 발언이 기록으로 남고 사회적으로 공개되는만큼 위원들의 발언에 책임성이 부여되고 의사결정의 투명성이 향상되었다. 하지만 원안위는 비상임위원 중심의 회의체계로 월 1회 정기회의나 때에 따라 월 2회 정도의 회의로 진행됨으로써 오랜 시간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의안을 다루지 못하는 상태다. 회의 방청은 원안위 회의 공간이 좁다는 이유로 소수에게만 공개하고 자료제공에 제한이 있으며 사진촬영이나 녹음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애초 출발 당시에 대통령 직속의 독립적인 행정위원회가 아니라 국무총리실 소속의 차관급 위원장을 가진 회의체계로 많은 논의를 통해 신중한 결정을 내리기엔 역부족이다. 또한 탈핵을 지향하는, 야당 추천 위원이 2/9에 불과해 민주적 절차를 지킨다고 하더라도 위원 구성이 편향된 상태에서 다수결에 의해 처리되는 한 결과의 생태성이 담보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러한 절차가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대한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고 후쿠시마 핵발전 참사를 통해 핵발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시민들이 늘어났으며 핵발전 문제가 단지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가 발생하면 모두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데 대한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 고리 1호기 관련해서 부산에서는 120개 단체가 참여하는 ‘고리원전 1호기 폐쇄 부산 범시민운동본부’가, 울산에서는 45개 단체가 참여하는 ‘노후 원전 고리1호기·월성1호기 폐쇄 울산범시민운동본부’가 도보순례, 시위나 항의방문 등 직접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압력이 노후 핵반응로의 수명 연장에 대한 의사결정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그것이 핵심적인 문제이다.
3) 신규 핵발전소 건설
신규 핵발전소 건설 추진 역시 심각한 논쟁거리다. 80년대 초에 정부는 강원 삼척 덕산리와 전남 해남군 황산면 외립리, 장흥군 신리, 보성군 득량면 비봉리, 고흥군 도양읍 장계리, 여수시 화양면 이목리, 신안군 압해면 송공리, 경북 울진군 평해읍 직산리, 경북 울진군 근남면 산포리 등 9개 지역을 신규 핵발전소 후보지로 지정・고시하였다. 하지만 86년 체르노빌 핵발전 사고와 이후 진행된 방폐장 반대운동에 영향을 받아 지정・고시된 지역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대함으로써 기존 핵발전소 인근지역인 울진군 근남년 산포리를 조건부 해제하고 나머지 8곳에 대해 1999년 12월에 모두 백지화되었다(한겨레신문, 1999/12/30). 경북 울진군 근남면 산포리의 경우에는 울진군이 나서서 같은 군내에 있는 기존 울진원전 3.4호기 인접 지역에 대체부지를 이듬해인 2000년 1월말까지 확보할 경우 원전후보지에서 해제해 주는 조건을 달았다.10) 이러한 해제가 가능했던 것은 반핵운동과 함께 원전후보지 9군데에 포함되지 않았던 울산광역시 울주군이 1999년 11월 군수명의의 원전유치 건의안을 내면서 유치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었다.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은 신고리로 불리는 지역으로 2015년 5월 현재 신고리 1,2호기가 가동 중에 있고 3,4호기가 건설 중에 있으며 5,6호기가 건설 준비 중에 있다. 애초 정부와 한수원은 이 지역에 신고리 7,8호기까지 입지시킬 예정이었으나 7,8호기 2기는 새로운 부지로 입지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역에 너무나 많은 핵반응로가 들어서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3기의 원자로가 가동 중에 있고 5기가 건설 중에 있으며 6기가 건설 준비 중이다. 1970년대에 5기, 1980년대에 6기, 1990년대에 9기, 2000년 이후에도 6기의 추가 건설에 착수하였다(<표 11> 참조). 1980년대에 8기, 1990년대에는 7기, 2000년대는 4기, 2010년대 들어서도 3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하였으며 2014년 11월 신월성 2호기가 운영허가를 취득해서 올해 2015년 7월경에 상업운전을 시작할 계획이다. 새로운 지역에 핵발전소를 입지시키는 게 어려워지자 동일 지역에 추가적으로 입지시키는 방식을 취했다. 그 결과 한 핵발전소 부지에 최소 6기에서 최대 12기까지 건설됨으로써 앞서 기술했듯이 핵발전단지가 형성되었다(윤순진, 2015). 하지만 이러한 핵발전단지는 위험시설의 집중화를 의미하므로 안전의 관점에서 상당한 문제를 야기한다. 동일한 기후재난에 다수 호기가 동시에 노출됨으로써 어느 한 핵반응로에서 문제가 발생하거나 사고나 날 경우 다른 핵 반응로도 이용하기 어렵게 된다. 이는 전력 공급의 안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2008년에 당시 이명박 정부는 제1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2008~2030)을 통해 핵발전을 설비 기준으로는 2008년 24%에서 2030년 41%로, 발전량 기준으로는 36%에서 59%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 이를 위해서는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이미 확정된 34기 외에 4~6기를 더 건설해야 한다. 더 이상 기존 지역에 핵반응로를 추가 입지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한 한수원은 2012년까지 신규 부지 2곳을 확보하기 위해 2010년 11월 26일부터 신규 원전 부지 선정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였다. 새로 선정된 부지에는 한국형신형원자로APR1400가 4기 이상 건설될 예정이다. 지역 자율 유치 신청 후 한수원이 부지선정위원회를 통해 실시하는 안정성과 주민 수용성, 환경성, 건설 용이성 등을 기초로 2011년 6월까지 후보 부지 2곳을 선정하고 2012년 말까지 “전원개발촉진법”에 따라 전원개발사업예정구역(2곳)으로 지정 고시(부지 확정)할 계획이었다.
한수원은 2009년에 신규원전 입지 확보를 위한 정책 수립 용역을 시행한 후 그 결과를 기초로 하여 원전입지 가능 지역 중에서 신규원전 유치에 참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강원 삼척시, 전남 고흥군과 해남군, 경북 영덕군 등 네 곳에 유치 신청을 요청했다. 삼척시는 1999년 근덕면 덕산리 일대가 원전 후보지로, 2005년 원덕읍 이천지구가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 후보지로 각각 선정됐으나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백지화된 경험이 있는 지역이다(연합뉴스, 2010/12/16). 원전 건설부지 유치를 희망할 경우 기초자치단체장은 ‘유치신청서’를 한수원에 제출하되 지방의회 동의서류를 첨부하도록 하였다. 주민투표 대신 시의회 동의를 얻도록 한 것이다. 또 이들 4개 지역 이외 지역에서 추가로 유치를 희망할 경우 부지적합성 평가 후 포함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였다. 2011년 2월 28일까지 유치신청 공모 결과 삼척, 영덕, 울진이 신청서를 제출하였다.11) 삼척 시의회는 신청일 마감에 쫓겨 당시 삼척핵발전소반대 투쟁위원회(상임대표 박홍표 신부)가 요구한 주민투표 실시를 조건으로 달면서 핵발전소 유치 동의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하였다.
하지만 유치신청 후 얼마 있지 않아 후쿠시마에서 핵발전 사고가 일어나면서 핵발전의 위험성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수원은 2011년 12월 23일 삼척과 영덕을 신규 핵발전소 건설 후보지로 선정하였고 정부는 2012년 9월 14일 이 두 지역을 신규 핵발전소 건설 예정지로 지정・고시하였다. 하지만 삼척 주민들은 이러한 지정 고시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지방의회에서 요구한 대로 주민투표를 실시해서 지역사회 여론을 반영할 것을 요구하였다. 또한 전 김대수 삼척시장이 주민 투표 실시 대신 유치 근거로 제출한 96.9% 동의라는 주민 서명이 조작된 사실이 발각되면서 삼척원전백지화범시민연대는 건설예정구역 지정고시를 해제할 것을 촉구했다. 삼척시민들은 주민투표 시행약속을 지키지 않은 김대수 전 시장을 소환한 후 새로운 시장을 통해 핵발전소 입지 찬반 주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해 주민투표를 실시하였다. 하지만 투표율이 25.9%로, 요구되는 1/3에 미달함으로써 주민소환은 실패로 돌아갔다.12) 이런 상황에서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핵발전소 건설반대를 공약한 후보 김양호 후보가 62.4%의 득표율로 시장으로 선출되었다. 취임 후 김양호 현 시장은 건설유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 실시하고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관리업무를 요청하였으나 선관위는 원전 입지는 국가사무로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며 거부했다. 이에 ‘삼척 원전 유치 찬반 주민투표관리위원회’가 민간 주도로 구성되어 2014년 10월 9일 주민투표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명부 등재자의 68%(총 유권자 대비 48%)의 투표 참여, 85%의 반대로 유치 거부 의사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투표 결과를 근거로 김양호 삼척시장은 정부의 예정구역 지정고시 해제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유치 신청이 삼척시의 적법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며 삼척시 주민투표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맞섰다. 하지만 이후 정부는 삼척의 주민 투표 결과를 수용한다는 공식적인 발표는 하지 않았으며 (일단) 울진과 영덕에 핵발전소를 입지할 계획임을 밝혔다.
삼척 주민 투표 결과는 영덕에 영향을 미쳤다. 영덕에는 울주군에 건설 예정이었던 신고리 7,8호기 2기 분량을 포함해서 핵반응로 4기가 건설될 예정인데 영덕군이 2010년 유치 신청 이후 공청회나 설명회 등 단 한 차례의 주민 의견수렴 과정이 없이 사업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남으로써 지역 주민 반발이 높아지고 있다. 영덕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를 중심으로 영덕 주민들은 핵발전소 유치 여부를 주민투표로 결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4) 밀양 송전탑 건설
밀양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사회갈등이 최근 몇 해동안 우리 사회를 달구었다. 이 사건은 2000년대 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1월, 정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제5차 장기 전력수급계획을 확정 발표한 후 2001년 5월 한전은 울산 울주군, 부산 기장군, 경남 양산·밀양시와 창녕군 등 5개 시·군에 걸쳐 총 90.5km의 거리에 송전탑 161기를 건설하는 756㎸ 신고리 원전-북경남 송전선로 사업의 경과지를 선정하고 이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용역에 착수하였다. 2005년 8월, 한전은 환경영향평가를 완료하고 송전선로 건설 사업에 대해 밀양에서 주민 설명회를 개최하였다. 2006년 초에 이르러 밀양에서는 반대 여론이 확산되었고 송전탑 건설이 예정된 밀양시 부북·상동·산외·단장면에서 송전탑 반대투쟁대책위가 설립되었다. 2007년 7월에는 밀양시의회가 송전선로 사업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같은 해 11월 정부는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승인하였다. 지역주민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수원은 2008년 8월에 송전선로·송전탑 건설사업에 착공하였다. 이후에도 대책위를 중심으로 지역주민들은 반대 의사를 꾸준히 표명하고 단식투쟁과 상경시위를 포함해서 다양한 시위에 나섰지만 2010년 8월에는 한전이 직무유기 혐의로 기초단체장 밀양지청 고소하였고 2011년 11월에는 밀양 송전선로 시행업체가 주민 90여 명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20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밀양주민들 또한 폭력·성추행 등의 혐의로 시행사를 고소(6건)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런 공방에도 불구하고 공사가 강행되는 데 항의해서 2012년 1월에 주민 이치우씨가 분신해서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국적인 여론화가 이루어지지 못했던 밀양 송전탑 건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2012년 2월에 전국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이 연대한 분신대책위원회가 출범했고 전국적 의제로 부상하였다. 2012년 9월에는 국회가 밀양 송전탑 공사 중지를 요청하여 공사가 중지되었지만 2013년 5월 한전은 송전탑 공사 재개 방침을 공식화하하고 공사 재개를 시도하여 대치 중이던 주민들과 몸싸움이 일어나는 등 상황이 심각하게 전개되었다. 급기야 5월29일에 한전과 밀양 주민 사이에 공사 일시 중단과 전문가협의체를 통한 대안 연구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 6월 5일에 한전과 주민이 각각 3인씩 추천하여 구성된 전문가협의체가 출범하였고 7월 8일에 위원들 간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원장 독단으로 송전탑 건설 외에 대안이 없다는 취지의 전문가협의체 보고서가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여당의 반발로 채택되지 않았다. 이후에도 밀양 주민들의 강력한 저항이 있었지만 2014년 6월 11일 정부는 행정대집행을 통해 밀양시 송전선로 건설 반대 농성장을 철거하였고 한전은 밀양 송전탑 69곳 전체에 대한 공사에 착수하여 9월 말에 공사를 완료하고 12월28일부터 시운전을 시작하였다.
이 송전선로 건설은 신고리 3호기에서 생산된 전력을 소비지로 보내기 위해서인데 특히 아랍에미리트에서 수준 받은 원자로 건설과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 졌다. 신고리 3호기는 한국이 자체 개발한 가압경수로형 ‘APR1400’ 방식을 처음으로 상용화한 모델이다. 지난 2009년 UAE와의 계약에서 2015년 9월까지 같은 모델인 신고리 3호기를 상업운전해 안전성을 입증할 것이며 신고리 3호기가 준공 시점을 넘겨 가동되지 않을 경우 지연된 기간만큼 매달 공사비의 0.25%에 해당하는 지체보상금을 부담한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했다. 그리고 바로 이런 내용 때문에 신고리 3호기가 건설되면 거기서 생산되는 전력을 송전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주민과 합의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밀양 송전탑 건설 공사를 강행한 것이었다. 그러나 핵발전소 부품의 시험성적서 위조, 케이블 교체, 근로자 사망사고 등으로 신고리 3호기 공사가 지체되어 버렸다. 현재 완성되어 시험 중인 신고리 원전-북경남 송전선로로 신고리 3,4호기가 아닌 1,2호기에서 생산된 전력을 보내고 있다.
결국 밀양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사회갈등은 지역주민으로부터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채 강행한 데 따른 것일 뿐만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는 중앙집중적인 전력체제 하에서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가 일치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한다. 이러한 전력체제의 구조적인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밀양 송전탑 투쟁은 전국 어디서건 반복될 수 있다. 밀양의 경우 전문가협의체 구성과 이들의 활동을 통해 합의지점을 찾아나갈 수 있는 여지가 없지 않았지만 이 또한 파행적으로 운영됨으로써 문제 해결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 송전선로 건설을 포함해서 에너지와 전력 관련 여러 계획 수립이나 신규 원전 건설, 노후원전 수명연장과 폐로 해체 등은 여전히 시민사회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 정도로 열려 있지 않다. 법적인 절차가 제한적이며 수립된 절차도 민주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으며 참여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구성되지 못함으로써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는 기능을 하고 있지도 못하다.
Ⅳ. 생태민주주의 관점에서 본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전 참여정부도 다양한 국토개발사업으로 다양한 환경문제를 야기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하다. 하지만 그 시기에는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존재했고 다양한 부처간 정책과 계획, 사업들을 조율하였으며 범사회단체들의 거버넌스 참여로 시민사회 의견이 투입될 수 있는 통로가 존재했다. 그래서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갈등이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결정자들의 노력이 그나마 이루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그에 비례해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결정이 이루어져야 할 사안들에 대한 일방통행식 또는 밀어붙이기식 접근이 심화되면서 인권 침해는 물론 환경생태문제 또한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자유민주주의가 본질적인 경제성장 지향적 속성과 개인주의적 자유주의, 소수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다수결 원리의 한계가 내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담화적 합리성에 기초한 대화와 타협, 민주적 절차의 운용 등으로 그러한 한계를 조금씩 해결하면서 생태민주주의로 진행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는 (생태적 결과를 확신할 수 없더라도) 자유민주주의라면 지켜져야 할 민주적 절차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음으로써 더욱 환경 생태문제가 더욱 심화되었다. 이명박 정부가 22.2조 원이 넘는 예산을 퍼부어 국가운용에 막대한 재정 손실을 야기하면서 국토의 근간이 되는 4대강을 심각하게 훼손했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는 그러한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 감사원 감사와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 운영을 통해 한 편으로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다루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5대강 친수구역 개발 계획을 진행해 왔으며 4대강 관련해서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4대강 사업을 추진했던 전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 이를 지지했던 국회의원들, 제대로 된 감시와 비판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던 언론, 과학적 사실을 왜곡하면서 곡학아세했던 전문가들...그들 중 누구도 지금의 상황에 책임을 통감하며 반성의 빛을 보이거나 정치적으로나 법적인 책임을 진 이는 아무도 없다.
핵발전확대정책은 비단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 국한된 문제라기보다 핵발전을 시작한 이래 모든 정권에서 유지되어 왔던 정책이다. 하지만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핵발전 참사를 경험한 이후의 정권이란 점에서, 그 결과 핵발전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변회되었다는 점에서 그 이전 정권들에 비해 정책환경이 달라졌다. 그렇다면 정책 내용 또한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오히려 핵발전확대정책은 더욱 강화되었다. 이것은 바로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현재의 의사결정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그래서 미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음을 드러낸다.
구도완은 2011년과 2012년의 글들을 통해 그간의 생태민주주의 관련 논의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생태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질문을 중심으로 평가해 볼 수 있다고 제안한다:
①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권리가 보호되는가?② 미래세대의 권리가 보호되는가? 미래세대에게 위험이 전가되는가?③ 비인간존재의 권리가 보호되는가? 비인간존재에게 위험이 전가되는가?④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정책과정에 참여하는가?⑤ 미래세대 혹은 미래세대의 대리인이 정책과정에 참여하는가?⑥ 비인간존재의 대리인이 정책과정에 참여하는가?
제대로 된 민주주의사회라면, 생태위기적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는 민주주의사회라면, 그로 인해 가장 고통 받고 피해를 볼 수 있는 대상들을 고려하고 배려해야 한다. 현 세대의 사회경제적 약자들에 대한 권리의 보장과 보호는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뿐 아니라 현세대와 인간 종의 범위를 넘어 미래세대와 다른 비인간 생물종들의 권리, 즉 지구상에서 존속하고 위험에 처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 우리 사회 생태위기의 절박성을 대표하는 4대강 사업과 핵발전 확대정책은 이 여섯 가지 지표로 평가해 본다면 모두 부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다. 4대강 사업의 계획이나 진행과정에서는 제대로 된 공개적이고 투명한 정책결정과정이 존재하지 못했고 실정법까지 위반하면서 자연파괴와 재정 낭비가 이루어졌다. 4대강 사업이 종료되었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이후 정부가 박근혜 정부로 바뀌어 객관적인 평가 절차를 거치는 모양새를 취하였음에도 4대강 사업 평가조사위원회의 편향된 위원 구성과 불투명하게 진행된 섬진강 유역을 포함한 치수구역 확대계획은 4대강 사업의 파괴적 결과를 해결할 의지가 부재함을 드러낸다. 이런 상황에서 생태민주주의를 논하는 것 자체가 사치스러울 지경이다. 핵발전 확대정책은 다양한 절차적 장치들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참여자들의 편향된 구성, 충분한 숙의의 부족, 단기적 경제성장의 최우선 추구 등으로 인해 앞서 제기한 여섯 가지 항목들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갈수록 다양한 쟁점들이 법원에서 다뤄지는 경향을 보인다. 1987년 이후 민주화의 과정을 통해 다양한 정책결정과정에 대한 민주적인 절차를 마련해 두었으므로 이를 위반하지 않을 것이란 사회적 기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의 관점에서 명백한 법률 절차 위반 사항이라 판단되어 그 사안을 법원으로 가져간다. 하지만 이제까지 대부분의 판결은 정권이 원하는 결론으로 판결이 내려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4대강 사업이 지금에 와서 심각한 결함이 있었음이 드러나지만 1심에서 모두 패했고 2심에서는 부산 고등법원에서 제한된 법위반 판결이 있었지만 이 또한 사정판결에 불과했다. 이제 다시 노후 원전인 월성1호기 수명연장 결정과정의 위법성을 문제삼아 서울행정법원에 국민소송단 이름으로 소를 제기해 놓았다. 하지만 법원이 정말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정보에 입각해서 공정한 판결을 내릴지는 사실 의심스럽다. 대화와 타협, 나아가 합의를 이루기 위한 과정은 늘 열려 있어야 하고 그 과정에 사회경제적 약자나 미래세대, 다른 생물종에 대한 배려가 가능하도록 이들을 대변할 수 있는 대리인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정책결정과정과 의사소통체계는 충분히 열려 있지 않다.
Ⅴ. 나가며
이명박 정부 시기동안 우리 사회는 “녹색”이란 단어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각 부처에서 수립하는 거의 모든 정책과 계획, 사업엔 “녹색” 또는 “녹색성장”이란 용어가 거의 필수처럼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녹색이란 이름으로 진행된 대표적인 사업과 정책은 바로 ‘4대강 사업’과 ‘핵발전 확대정책’이었다. “그린 뉴딜,” “저탄소 녹색성장의 힘”이 바로 각각의 별칭이었다. 녹색을 전면화함으로써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측면이 없지 않지만, 그리고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용어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 구축에 일정한 힘이 실렸던 측면도 없지 않지만 진정성이 없는 정부의 녹색 차용과 오남용은 녹색의 왜곡과 변색을 가져와 정권 종료 이후 “녹색”이란 단어 자체의 실종을 가져왔다. 물론 이전 정부와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가 “녹색경제”나 “녹색성장”이란 용어 대신 “창조경제”란 용어를 선택했기에 부처들에서 “녹색”이란 용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경향도 있지만 녹색은 이제 제도적으로 오염된 상황이라 더 이상 사용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녹색성장위원회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존재의 의미가 불분명하고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4대강 사업은 완료되었고 이명박 정권은 종료되었지만 그 사업은 우리 사회에 재정적으로 큰 부담을 남겼을 뿐 아니라 환경의 오염과 파괴가 야기할 영향은 이제부터가 시작일 뿐이다. 녹색성장의 힘으로, 새로운 수출 효자종목으로 환대했던 핵발전은 이제 더 이상 부정하기 어려운 위험기술로 사회적 수용성도 낮아진 상태다. 갈수록 노후 핵반응로가 늘어나면서 사고발생에 대한 우려가 높아져 가고 있다. 보다 엄정한 안전 규제가 필요하지만 새로운 안전규제기관인 원안위의 설치와 속기록 공개, 회의 공개에도 불구하고 엄정한 규제는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보인다. 이 글에서 지면의 부족으로 다루지 못했던 사용후 핵연료 문제를 다루기 위한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가 2013년 10월부터 운영되고 있지만 애초 주어졌던 활동시간을 5개월 이상 넘긴 지금까지 균형 잡힌 정보의 제공, 투명한 논의과정의 공개, 의미 있는 사회적 합의는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형식적 절차를 갖춘 듯 보이지만 민주적 운영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고 당장의 경제성이란 가치를 넘어 사회적 약자와 미래세대, 다른 생물종에 대한 배려는 보이지 않는다. 국경 너머 다른 사회에 대한 고려와 배려도 찾기 어렵다. 생태민주주의의 필요성이 높아가고 있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는 요원한 상태다.
그렇다면 변화의 돌파구는 어디에서 올 수 있고 와야 하는 것일까? 너무나 교과서적이지만 너무나 분명하게 시민사회의 성장과 적극적 참여가 답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4대강 사업의 경우 시민사회의 문제제기와 저항, 이포보 고공농성, 국민 소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민운동이 진행되었지만 함안보의 저수 높이를 낮추게 하는 등 문제제기의 일부가 수용되었을 뿐 사업 추진을 막지도 규모를 줄이지도 못했다. 정권의 일방적 밀어붙이기를 제어하기에는 시민사회의 저항이 덜 치열했던 것일까?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이 명백히 드러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박근혜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고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를 때 실패한 것임에 분명한 이 사업에 대해 그 누구에게도 법적 도의적 책임을 지우지 않는 이 현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핵발전 확대의 위험성을 우려하면서 핵발전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국민 비중은 늘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핵발전을 현재의 규모 정도로 유지하거나 늘려야 한다는 시민이 더 많은 상태이긴 하다. 하지만 최소한 노후 핵반응로의 수명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아야 한다는 여론이 더 높고 설계수명 종료 핵반응로 주변 지역이나 인접 시에서의 반대 또한 높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와 저항은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 못하다.
최근에는 일정한 의사결정 절차를 이미 마련해둔 상태였기에 그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거나 의사결정에 필요한 요건들을 제대로 채우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이에 대한 법적 판단을 구하기 위해 많은 사안들이 소송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제도가 일정하게 구축된 사회에서는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법정은 4대강 사업의 국민소송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기보다 정치적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 오히려 잘못된 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역설이 일어난다.
6・10 항쟁 28주년을 맞았다. 제대로 된 민주적 절차나 그런 절차에 따른 의사결정조차 기대하기 어려웠던 당시에 비해 우리 사회는 더 많이 제도화되었고 민주사회의 형식과 꼴은 갖추어진 상태다. 하지만 민주적이고 참여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거버넌스가 활발히 일어났던 시기를 넘어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우리 사회는 “잃어버린 10년”을 보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후퇴는 전 사회적 환경위험을 막거나 해결하는 데 무능력하거나 무관심하다. 이런 상황을 전환할 수 있는 건 다시 한 번 1987년에 우리 사회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왔던 시민의 힘, 바로 그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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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이후 울주군은 울진원전 3,4호기가 입지해 있던 북면 부구리에 대체부지를 확보하는 데 대해 군민들 의견을 물어 다수의 찬성을 이끌어냈다. 사실 군민 전체가 아닌 군민 2백여 명이 모인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어 근남면 산포리 원전후보지를 해제하는 조건으로 북면 부구리 기존 원전 3.4호기 인접지역에 대체부지를 확보하는 것에 대해 86%의 찬성의견을 이끌어냈고 이를 정부에 보고했다. 이러한 조지체 대해 기존 울진원전 3.4호기인접 지역인 북면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였지만 결국 울진군 북면 부구리로 신규원전이 들어서게 되었다. 현재는 신한울 원전 1,2호기가 인접부지인 북면 덕천리에서 건설 중에 있으며 신한울 원전 3,4호기는 건설 준비 중에 있다.
11) 1999년 울진 군민들은 신울진 1~4호기를 짓기 전에 14개 선결안을 요구하여 산업자원부 장관 명의로 동의를 얻어냈는데 ‘원전 종식 보장’을 첫 번째로 요구하였다. 울진은 과거에 반핵운동이 상당했던 지역으로 2005년 핵폐기장 유치사업 공모 당시 거센 주민 반대로 의회의 동의안 투표건 자체가 부결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신규 원전 유치 신청 당시 찬성 쪽이 우세하게 나타났는데(주민여론조사에서 92.9%), 핵단지화 위험성에 불구하고 지역 경기가 너무 어려운데다 이미 총 10기가 들어설 예정이라 추가 입지가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거란 자포자기가 배경이 되었다고 한다(한겨레 21, 2011/04/11). 2011년 2월 9일 울진군의회 제181회 임시회를 열어 '신규원전 건설부지 유치 동의안'을 상정했는데 참석의원 7명 중 6명의 찬성으로 통과되었고 '울진 신규 원전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하였다(경북일보, 2011/02/11).
12) 주민소환 투표 당시 삼척시가 투표 방해 작업을 함으로써 투표율이 낮게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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