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40’은 밭의 구석에 놓인 채 밤을 샙니다.
지나가는 아저씨가 그 빨간차를 발견했습니다.
그 아저씨가 그 차를 저한테 달라고 해서 가져갑니다.
빨간 차는 큰 도시에 가서 창고에 놓이게 됩니다. 그 그림 아래쪽에 쥐가 한 마리 있는데요, 빨간 차와 밭에서 만난 친구입니다. 아까 그 ‘미스터40’이 밭에 오게 되고 달리지 않게 됐기 때문에 쥐가 그 엔진 소리를 듣고 싶다 말하는 장면도 앞에 나옵니다.
그리고 정비소에서 이렇게 부서집니다.
일본 말로 ‘바라바라’가 ‘토막된다’라는 뜻이거든요. ‘어떤 물건이 토막나다’란 뜻인데, 요새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많기 때문에 그 토막이라는 ‘바라바라’라는 말을 쓰면 조금 그렇겠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 때, 그림책인데도 불구하고 그런 사회성을 갖고 있구나, 어느 하나도 사회성을 갖고 있구나 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미스터40’은 토막나서 새로운 차로 다시 탄생합니다.
쥐는 듣고 싶었던 ‘미스터40’의 엔진 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일을 다시 시작하고, 일을 열심히 하다가 집에 가서 잡니다.
‘미스터40’이 트럭으로 바뀌었는데, 이 트럭도 실제로 있는 차입니다.
이 사진입니다.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이 사진은 남극에 있는 일본 기지에서 버려진 차입니다.
남극에 있는 일본 기지를 소개하는 자료를 전시하는 전시회가 있었는데요, 그 때 이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쓰레기를 일본에까지 가져올 수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놔둘 수밖에 없어요. 힘없이 이렇게 남겨져 있는 차 사진을 보면서 느끼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한 권의 책이 탄생했는데요, 조금 더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처음에 제가 타고 있던 차를 주제로 해서 책 하나를 만들자고 이야기를 했을 때는 오래된 낡은 차를 갖고 있는 집에 새로운 차가 온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하자고 편집자랑 약속을 했습니다. 그리고 오래된 낡은 차가 이제까지 자기가 보았던 풍경이라든가 사물이라든가 이야기라든가 그런 것들을 새로운 차에게 이야기하고 알려주는 내용으로 하자고 얘기가 나왔습니다.
낡은 차와 새로운 차가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행을 하고, 마지막에 실제 그 낡은 차와 새로운 차가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예를 들면 축제가 거기서 있다면 그 축제를 실제로 둘이서 본다는, 그런 방향으로 가자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근데 지금 얘기했던 내용이라면 그건 차가 아니어도 되지 않느냐는 의견이 편집자로부터 나왔습니다. 실제로 그건 차가 아니더라도 인간이라도 괜찮고, 동물이라도 괜찮았을 겁니다. 차가 등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야 되는 상황이 된 거죠.
그 때 생각났던 게 친구인데요, 동남아시아에 중고차들을 수출하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친구가 제가 타고 있던 ‘미스터40’을 버릴 때에 그 차를 자기에게 달라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저쪽에 가서 그 차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달리냐고 물어봤더니 그 친구가 도요타 엔진은 아주 훌륭하기 때문에 그 엔진을 가지고 배 엔진으로 하거나 농업기구 엔진으로 하거나 그렇게 사용을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얘기를 듣고, 오래된 차가 잠을 자다가 깨서 자기는 배 엔진이 되어 있었구나, 아니면 밭에서 물을 얼리는 그러한 펌프의 엔진이 되어 있었다 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편집장이 ‘그거는 차로서는 행복한 일인가요?’ 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일동 잔잔히 웃음)
그렇다면 자기가 타고 있던 차가 마지막에 어떤 모습으로 있는 것이 행복할까 생각했는데요. 그 때, 친구가 타고 있었던 똑같은 종류의 차가 있는데, 그것이 목장을 달리던 모습을 봤습니다. 그래서 ‘아! 그렇게 목장을 달리는 그런 차가 됐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이 책에는 제가 원했던 그런 모습이, 그 차에 대한 마음이 담겨진 거죠.
아주 어릴 때, 존경하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쓴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자기 반경 10m안에 모든 감동이 있다.’ 처음에 아주 어린 아이들은 4m 이내만 인지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어른들도 결국 자기 주변 10m 이내에 감동이라든가 그런 이야깃거리가 있다는 것을 이제야 겨우 알았습니다.
처음에 제가 스토리를 만드는 게 아주 어렵다는 얘기를 했는데요. 좋은 얘기라는 게 자기가 서 있는 그 자리의 이야기인 거 같습니다. 치밀하게 하나하나 세계를 사유하면 훌륭한 책이 나오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정말 자기 발 밑에 있는 것을 봤을 때에 그 이야기라는 게 나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오늘 저녁이 맛있네 그런 마음, 아주 사소한 거, 그런 생활 속에 있는 아주 사소한 이야기의 실, 그 실을 어떻게 확장시켜나가는지가 설정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울면서 밥을 먹었다는 게 일상 속에서 있었다면, 거기서 나오는 이야기는 아주 깊이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세계에 살고 있는 것도 아주 감사하고 있습니다.
책이라는 게 하나의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예를 들면 호리카와 씨가 저에게 책을 주시면 이걸로 선이 되는 겁니다. 책이라는 게 그렇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힘이 있고, 그 연계선이 하나의 원처럼 사람들을 엮어가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책을 쓰는 작업을 하고 있다 보니, 독자들로부터 편지를 받았던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빨간차 미스터 40’을 냈을 때는 많은 편지를 받았습니다. 내용을 보면, 저도 같은 종류의 차를 타고 있었어요 라든가 그런 내용이었는데요, 차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그런 사람들이 많다는 거죠.
그리고 또 하나, 편지 중에는 이 차를 디자인한 팀에 있었다는 대학교수에게도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마지막 강의를 할 때에 이 책을 소개하면서, 교수 자신이 어릴 때 했던 작업이 이런 책까지 연결이 된다, 여러분도 지금 열심히 일하면 이런 연계성,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있을 거란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저는 책이라는 게 시라고 생각합니다. 그 시를 받은 사람은 그 시를 키워줬으면 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다 한 거 같습니다.
(일동 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