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베네스’라는 출판사에서 출판된 책인데요, 이 책은 1살 이하, 태어나자마자 아직 인지가 안 되는 아이들한테 주는 책입니다. 유아책이라고 하는 데요. 1살 이하, 아직 인지가 안 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책은 아기 모자처럼 디자인 선이 확립된 그런 책을 만들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이 있어서 출판사분에 상담을 했습니다. 그 책은 ‘엄마엄마엄마’라는 책인데요. 출판사분이 호리카와 씨는 호리카와 씨의 개성이 있기 때문에 그거를 살려주면 되는데, 엄마들이 아이들한테 뭔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런 책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해서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그때 출판사 사람들이랑 많은 얘기를 나누었는데요, 인상적인 얘기가 하나 있습니다.
일본에는 여러 나라 그림책들이 번역되어 출판되고 있습니다. 미국, 러시아, 그리고 한국 책도 많습니다. 그런데 아주 어린 나이에 보는 책은 거의 볼 수가 없습니다.
아주 어린 아이들은 생활 속에서 직경 4m가 자기 세계입니다. 그래서 그 밖에 있는 것들은 자기 것으로 인식하기가 어렵고,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외국 작품들은 들어올 수 없는 그런 상황이 있다.
이건 ‘아사히카와’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아사히카와는 호리카와 씨와 아베 씨의 고향인데요. 그 아사히카와 시가 북스타트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첫 번째로 만들었던 책입니다. 아사히카와에서 사는 사람들이 흔히 보는 것, 일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이가 처음 보는 그림책은 자기가 사는 곳의 일상을 볼 수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해서 만든 것입니다. 아이들한테는 지역성 같은 게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편집자랑 얘기를 하면서 어떻게 한권의 책이 만들어졌는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책은 ‘빨간 자동차 미스터 40’이라는 건데요.
여기 모델로 쓰인 자동차가 있습니다. 이것은 아베 씨가 탔던 자동차인데요, 이거를 아베씨로부터 받았습니다. (일동 웃음)
이 차를 타고 동경에서 온 출판사 사람들이랑 여기저기 다녔습니다. 그 때, 출판사 사람들이 이 차를 주제로 해서 한 권의 책을 만들 수 있으면 재밌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10대 때, 아주 젊었을 때에 자동차를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을 막연하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머리 속에서 여러 가지 애니메이션을 만들었고 설정을 생각해보았는데, 설정만 나오고 스토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 나는 스토리를 못 쓰는 사람, 얘기를 꾸밀 수 없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 책이 출판될 때까지는 이야기를 직접 쓴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만들면서 이야기라는 것이 어디에서 나오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것을 많이 고민했습니다.
어느 날, 아베 히로시 씨하고 아동 문학 평론가 분이신 간자 토시코 씨가 대담할 때 같이 있었습니다. 공개적으로 대담을 하셨는데, 그 때 그것을 듣는 사람들의 질문 중에서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 지나요?’ 라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궁금했습니다.
아베 씨는 그 때 ‘마감이 있어서 만드는 겁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일동 웃음) 그 얘기를 듣고 ‘아! 그렇구나!’ 했습니다. (일동 계속 웃음)
간자 선생님께서는 여성분이신데, 가사 일에 지치고 꼭 의자에 앉았을 때 얘기가 떠오른다고 하셨습니다. 지친 몸으로 의자에 앉으면 몸에 힘이 다 빠지면서 허리 정도에 깊은 숲의 모습이 보인다고 하셨습니다. (일동 웃음) 허리 쯤에 있는 숲속에 들어가서 이야기가 거기서 나온다고 하셨는데요. 그 말을 듣고 아 저는 ‘사람이 다르구나, 이렇게 작품을 만드는 사람은 그런 게 있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도 이야기가 있는 책을 한권 냈기 때문에, 어떻게 그 책이 나왔는지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이들이 있으면 책 내용까지 다 읽어주고 진행하는데, 오늘은 다 어른들 대상이기 때문에 오늘은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것은 책의 첫 번째 페이지입니다. 어떤 농가 집에 ‘미스터40’이라는 차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미스터40’을 소개하는 장면의 페이지입니다. 화면 오른편에 있는 동그라미 그림에 실제 있었던 에피소드를 썼습니다. 사람이 차에다가 철판을 붙이고 고장난 곳을 수리하고 있는데요, 실제 저도 이 차를 그렇게 수리했습니다.
‘미스터40’은 훌륭한 차는 따라가지 못합니다. (일동 웃음)
그리고 그냥 흙길에서는 운전하기가 어렵습니다. (일동 웃음)
그리고 주인이 ‘미스터40’을 버리고 새로운 차로 바꾸려고 하는 사정이 여기 나옵니다. 이건 제 사정이랑 똑같은 사정을 썼습니다. 제가 결혼했을 때 ‘미스터40’은 자리가 2개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혼을 할 때, ‘애가 생기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야기 속에서는 ‘미스터40’을 버려야 하는데, 아기가 생겼기 때문에 이 차를 버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결혼은 했지만 그땐 아이가 없어서 그런 얘기를 쓰면 아내가 조금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거기까지 생각을 했습니다. (일동 잔잔한 웃음) 그런데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 와중에 애가 생겼습니다. (일동 웃음)
책 안에서는 농부는 빨간 차를 버리고 새로운 차로 바꿨는데요. 실제 저는 버리지 않고요, 아이는 앞에 태우고, 아내는 뒤에 짐칸에 실어서 다녔습니다. (일동 웃음) 남편으로서는 이 책 속의 남편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일동 웃음)
그리고 밭에 ‘미스터40’을 놔두게 하였습니다.
아까 이 차를 타고 편집자랑 같이 다녔다고 했는데요, 이 책을 만들 때 편집자가 동경 사람의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렇게 밭의 구석에 차를 놔뒀다는 이야기를 썼더니, 그 편집자가 그거는 쓰레기를 불법적으로 놔두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일동 웃음) 그래서 저는 이건 홋카이도에서는 일상적인 일이라고 증거로 사진까지 보내드렸습니다.
이 사진이 증거자료로 보낸 사진입니다. (일동 웃음)
그리고 또 다른 얘기인데요, 신문 배달을 하는 장면을 그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차로 신문배달을 하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근데 동경에서는 자전거, 오토바이로 신문 배달을 하기 때문에 다시 그려달라는 요청이 왔습니다.
편집자들은 이렇게 여러 가지 주문을 내시는데요, 저는 홋카이도에 살고 있기 때문에 홋카이도의 시선으로 그리게 되는 겁니다. 근데 그림책이라는 게 홋카이도 아이들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아이들이 보는 거라서 그런 점은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출판하는 책은 그런 부분을 좀 신중히 신경을 써야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도 아까 ‘아사히카와’라고 아사히카와 시의 일상 생활을 그리는 책이라든가, 홋카이도의 신문사가 의뢰하는 책 같은 경우에는 그런 지역성을 살릴 수 있어서 마음껏 편하게 작업할 수 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