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 도서관문화비평가, 전 서울도서관 관장
세상은 빠르게 디지털 방식을 기반으로 해서 재편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가장 중요한 점은 광대하고 깊이 있는 수준의 정보 유통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일부 지배계층이나 학자층에 독점되어 활용됨으로써 지배와 피지배라는 계급적 상황을 만드는 데 기여했던 지식이나 정보를 이제는 누구나 원한다면 필요로 하는 다양한 그러면서도 의미와 가치가 있는 정보를 입수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지식이나 정보가 민주화나 평등이 이루어졌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누구나 원할 때 필요한 지식이나 정보를 입수해서 활용함으로써 스스로 개인이나 사회의 주인이 되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의 바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이념은 실제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 현실에서는 교육이나 소득수준, 성별, 지역 등의 차이로 인해서 지식이나 정보에 접근하고 활용하는데 차별이 발생하고, 그에 따라 경제 사회적으로 불균형 현상, 즉 정보격차Digital Divide가 나타난다. 즉 디지털 시대에는 지식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핵심 매개체인 초고속 인터넷이나 이의 활용에 필요한 매체나 기기 사용에 있어 직업이나 연령, 소득수준, 지역 등에 근거해서 큰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격차를 적극적이고 정확하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결국 시민들의 삶의 격차로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시민들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는 정보격차 현상을 방치하지 않는 것이 이 시대 우리 사회의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한다. 정보격차 해소는 개인들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요즘에는 지역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최근 정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정보격차 해소가 중요한 정책 과제가 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정보불평등 현상에 따른 정보격차가 더욱 심화되기 전에 이의 완화, 나아가 온전한 극복을 위해서는 사회 전반에서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 특히 도서관과 같은 문화 부문 서비스 강화를 통해 시민 ‘누구나’ 제때, 제대로 필요한 지식이나 정보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보격차 극복에 필요한 공공 서비스 기관공공도서관이나 공립학교나 대학 등들도 이미 정보가 상품화되어 사적 재화로의 성격이 강해지는 현상 앞에서 오히려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럴수록 공공도서관은 시민 누구나 이 시대를 잘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지적 자본이나 문화 자본을 확보하고 활용하는데 적극적으로 정보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앞장 서야 한다. 공공도서관은 일반 시민들이 스스로 입수하고 활용하기 어려운 각종 지식과 정보 자원을 잘 확보해서 이를 원하는 누구에게나 제공해야 한다. 최근 미국이나 북유럽에서 공공도서관 안에 메이커 공간을 도입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새로운 미래 시대에 직면한 공공도서관이 만들어 내고 있는 자신의 새로운 미래 트렌드다. 이런 메이커 공간이 도서관 안으로 들어오는 이유는 미국에서는 다중문해력 강화나 창의융합교육의 가치를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고, 북유럽 경우에는 주로 자원 민주화와 시민적 참여에 더 강한 방점이 찍히고 있다.* 문해력 강화와 창의융합교육 이유든 자원 민주화와 시민적 참여 강화 이유든 궁극적으로 이러한 메이커 운동은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이 21세기를 준비하고 극복하는 데도 충분히 참고할 만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더해서 도서관은 이용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 활용 방법을 익히고 정보 문해력 강화를 도와 언제나 자발적으로 정보나 지식을 충분히 잘 활용함으로써 스스로 정보불평등 현상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정보불평등 문제를 생각하면서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에는 우선 시민들이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 싶은 책 5권을 골랐다.
* 김은하, “메이커 운동은 어떻게 도서관을 리메이크하고 있나” 『기획회의』 428호(2016.11.20.)
현재 공공도서관들이 오랫동안 자신의 존립 근거로 삼아 온 민주주의와 시민교육, 공익에 기여하는 공공기관이라는 가치가 최근 들어 자본주의와 소비자, 사적 이익 추구를 우선하는 사회 변화에 의해 받고 있는 실질적 위협을 함께 생각해 보도록 하는 책. 공공도서관이 직면한 이러한 위협은 사실 민주주의가 직면한 위기와 맥을 같이 한다. 따라서 공공도서관의 문제는 사실상 도서관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감당해야 할 위기이고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공공도서관이 본연의 임무와 목적을 단단하게 구현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굳건하게 새기고, 개개인이 평등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근본적인 힘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들은 공공도서관이 마치 사람들이 슈퍼마켓 드나들 듯 빈번하게 드나들면서 지식과 정보를 잘 활용하는 곳, 그리고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면서 자유롭게 뛰어놀 수도 있는 곳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가지고, 영국과 네덜란드 사례를 근거로 공공도서관이 현대 지식사회에서 어떤 가치와 역할을 가지고 실천해야 하는지를 다각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앞으로 도서관이 시대와 사람들의 바람을 잘 구현하기 위해서는 커뮤니티에 근거한 특화 또는 개인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의 접근성, 즉응성, 다양성, 특징성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강조한다. 이러한 공공도서관들의 노력이 현실에서 시민들의 도서관 이용을 확대하고 정보불평등 현상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공공도서관이지만 공립이 아니라 사립이기에 어쩌면 자유롭게 꿈을 꾸고 실현해 왔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설립 주체에 따라 공공도서관을 구분하는 것이 적절한 것일까 의문이다. 오히려 공립 공공도서관이야말로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자유롭게 미래를 상상해야 한다. 이 책은 십 년도 넘게 ‘더 나은 삶,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공간’으로 지역에서 자리매김해 온 느티나무도서관 관장이 자신들이 꿈꾸고 있는 도서관을 향해 어떤 시도와 모험을 해 왔는지, 그리고 ‘공공성’과 ‘지적 자유’를 구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를 말하고 있다. 도서관이 지역주민들과 함께 대화하고 스스로를 열어 다른 사람들과 연결하고, 궁극적으로 도서관을 통한 개개인의 삶의 질과 행복 만족도를 높여온 지난한 이야기들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지역사회 안에서 주민들과 함께 하는 도서관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구체적인 사례를 만날 수 있다.
일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동네도서관’의 성공 스토리를 묶은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가져온 도서관에 대한 개념을 바꿀 것을 주장한다. 이전까지의 공공도서관은 책을 빌려주는 곳이었지만 이제는 책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소개된 사례 도서관들 규모가 작지만, 오히려 그것이 이용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신뢰공동체를 만들어 갈 것을 권한다. 현재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에는 사적 점유 공간인 일반열람실이 아직도 도서관 부분을 점유하고 있지만, 저자는 당장 독서 공간 위주로 재편해서 친밀공동체 공간으로 도서관이 동네 안에서 잘 활용되고, 나아가 미래지향적인 공공도서관으로서의 자리매김과 활동력 강화에 나설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이 도서관이 정보불평등을 극복하는 공공기관으로 변모하는 첫걸음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