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물의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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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잠은 우리에게 있을지도 모르는 제2의 거처와도 같아서……’
여자는 적고 있다. 베껴 온 것인지 여자에게 속한 문장인지 더는 기억나지 않는 문장을 적고 있다. ‘그 잠은 우리에게 있을지도 모르는 제2의 거처와도 같아서……’ 여자의 거처에서 여자는 거처의 없음을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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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속한 물건들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자신에게 더는 속하지 않는 물건들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여자는 한 번도 누구의 것인 적이 없었다. 여자는 자신의 것이었던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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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들이 고요하다는 것이 사물들이 아름답다는 말과 동의어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사물들이 고요하다는 것이 안식이라는 말과 동의어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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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으로 들어가는 타슬린은 이미 절반쯤은 구겨진 듯하다. ‘이미’라는 말은 언제를 지시하나. 그것은 언제 시작된 것인가. 그것은 언제 그렇게 되어버린 것인가. 시간은 그에게 엎질러진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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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으로 난 창문에는 녹색 유리병이 있다. 녹색 유리병에는 물이 담겨 있다. 물은 녹색 유리병의 색을 하고 있다. 식물의 물관을 열어본다면, 식물의 물관을 열어본다면, 녹색 유리병에 담긴 물 같을까. 유선형의 목소리로 잠들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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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수건에 마른 손을 닦는다. 초록 물병 속 물의 정지를 바라본다. 생선의 굽은 몸은 그가 오래도록 누워 있었던 해안선을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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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잠긴 인물들은 차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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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하고 허술한 그의 작은 기적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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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우는 식물이 아무것도 없는 뭍에서는
물에 젖은 두 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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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처럼 순한 마음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가연성
겨울을 들여다보며 여름을 씻고 있었다
여름은
고요해졌다
고요가 장소 같다면
여름은 너무 많은 장소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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