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교신
하루에도 수백의 나비들 벌들 활주로 뜨고 내리느라 꽃의 관제탑은 쉴 틈이 없지만, 종일 밝게 펴놓은 교신들로 오늘도 단 한 건의 항공사고가 없었다.
페트병
기억의 내장內臟이 없다.
제 속 채웠던 수사修辭들
비워진 채
더 버려져 있다.
내외의 반영도 없이,
제대로, 투명하면, 시가 남아날까?
없는 안의 고집의 여지없어,
누가 북처럼 두드리기도 한다.
그러면 빈 내부에서 소리의 흥이 나온다.
그렇게, 노는 생의 장단이 맞추어지기도 하지만
결국, 다 버려진다.
어디로 가든
제 자신으로부터도 놓아지는
산문성의 저,
색즉시공色卽是空
버려진 채로
나와 함께 남아 있을 것이라는
비극성이 있다.
갈대
허공의 수납장.
바람리里 주민들이 사는 비탈로만 쏠린다.
서로 지탱하며,
서로 가까이 밀어내며, 민감하게
함께 눕거나, 먼저 일어서는 동네 아래에
수달리도 있다.
산책길에 갈대리 주민 신청을 한 나는
비로소 갈대숲 밑바닥 훑는 물소리로
무성한 수달의 길을 복사한다.
부치지 못한 편지처럼 구겨진 게 많은
파동 신천 변 사람리의 바람 색깔은
한통속으로 스캐닝되지 않는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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