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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이 세 살쯤 되었을 때 일이다.
나는 한 조그만 아파트에서 방금 만난 여자와 그 여자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여자를 로스 부인이라고 부르겠다. 나는 박사 논문을 쓰기 위한 자료를 수집하느라 몇 달째 비슷한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로스 부인은 예술가 석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비쩍 마른 마흔 다섯 살의 여성으로, 초등학교 청소부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이 여자를 통해서 보다 세련되고 수준 높은 학업의 경험이 현실세계에서 어떤 가치를 갖는지에 대해 알아보려고 메모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여자가 말을 멈추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는 고개를 들고 우호적인 목소리로 “그래서요?”라고 했다. 보통 그렇게만 해도 인터뷰가 계속된다. 그러나 로스 부인은 보통으로 행동하지 않았다. 로스 부인은 두 발을 바닥에 붙이고 등이 곧은 나무의자에 앉아 두 손을 얌전히 무릎 위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두 팔로 가슴을 안는 듯이 하고 눈을 꼭 감은 채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놀랐다. “괜찮으세요?”라고, 공손하면서도 지나친 호기심이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
로스 부인은 나를 향해 한쪽 손을 저었다. “잘… 이해가… 안돼요”라고 말했다. 나는 그 여자를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 여자는 눈을 더 꼭 감고 숨 가쁜 목소리로 말했다. “보통은 베일의 어느 편에서 오는지 알 수 있는데… 그걸 처음에 알게 되는데… 그런데 이번엔… 모르겠어요.”
“그렇군요.” 나는 조심스레 대꾸를 하고, 문 쪽을 흘낏 바라보며 로스 부인이 혹시 미친 개처럼 갑자기 내게 달려든다면 그 전에 문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마치… 그 사람이 베일의 어느 한편에 있질 않은 것 같아요. … 아마 양쪽 모두에 있나 봐요.” 그 여자는 혼란스러운 듯 고개를 흔들었다. “적어도 남자라는 건 알겠어요.”
“저, 로스 부인.” 나는 얼른 나갈 수 있게 메모한 종이들을 간추리며 말했다.
바로 그때 로스 부인은 눈을 번쩍 뜨고 충혈된 눈으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당신은 알아요!” 그 여자는 비난하는 듯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누군지 당신은 알아요. 그런데 막고 있어요!”
나는 호기심이 생겨서 나도 모르게 “제가 누굴 안다구요?”라고 물었다. “맞아요!” 로스 부인은 몸을 조금 폈다. “보세요, 뭐가 왔는데… 아, 이건 선물이에요.” 그 여자는 자기가 받은 것이 뭔지 자신이 없는 듯이 말을 했다. “선물요?” 내가 되물었다.
그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사람들에게 전하라는 말을 들어요.” 그 여자는 한숨을 쉬고, 몸을 바로 세웠다. “그렇지만 언제부터인가 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걸 그만뒀어요. 사실 그건 아주 당혹스러운 일이거든요.”
“아!” 내가 말했다.
“그리곤 말예요,” 로스 부인이 말을 이었다. “그게 없어지기 시작했어요. 점점 희미해졌어요. 그리고 어떤 때는 영혼들이 나한테 화를 냈어요. 사람들한테 메시지를 전해주지 않는다고 말이죠.”
바로 이때, 하늘에 맹세코 하는 말인데, 커다란 초록색 앵무새가 부엌 쪽에서 거실로 걸어 나왔다. 앵무새는 천천히 카페트 위를 걸어오더니 의심쩍은 듯이 한쪽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고는, 로스 부인의 의자 다리를 타고 올라가 그 여자의 어깨로 올라갔다. 이 사람은 마녀다 ―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진짜 마녀하고 얘기하고 있다. 앵무새는 분명 스스럼없는 존재인 것 같았다. 나는 그것이 그 여자의 남편이라고 확신했다.
로스 부인은 앵무새를 쓰다듬으며 말을 계속했다. “그래서 메시지가 오면 항상 전달을 하게하겠다고 하느님께 약속을 했어요. 그게 뭐든 말이지요.”
“농담 아니시죠.”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그만큼 나는 변했다. 4년 전이었으면 나는 로스 부인이나 그 여자의 ‘선물’이나 당장에 무시해버렸을 것이다. 그때 나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정확히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는 나는 나의 지력과 이성의 우월함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충분한 시간 동안 훈련만 받으면 내가 자신의 운명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건 아담이 생기기 전이다. 그러나 이제 4년이 지났고, 아담은 아기 보는 사람과 같이 집에 있다. 그리고 나는 배워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가만히 앉아서 로스 부인이 말을 계속하기를 기다렸다.
“메시지는 보통 베일 저쪽에서 옵니다 ― 영혼의 세계 말이에요. 때로는 멀리 있는 사람에게서 당장 전해야 될 말이 오기도 해요. 그렇지만 그건 처음에 알 수 있어요, 메시지가 어느 쪽에서 오는지.” 그 여자는 이마를 찡그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모르겠어요.”
이제 나는 정말 궁금해졌다. 내게 온 메시지를 알고 싶었다.
“긴장을 푸세요.” 내가 도움이 될까 하고 말했다.
로스 부인은 철판이라도 뚫을 만큼 날카로운 시선을 내게 던졌다. 주제넘게 굴지 말라는 시선이었다.
“기도를 해야 돼요.” 로스 부인이 속삭였다.
“아, 좋아요. 좋아요.” 내가 대답했다. 달리 어떻게 하겠는가.
그래서 로스 부인과 나는 고개를 숙였다. 나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나서 아주 잠깐 긴장을 풀었다. 그때 그 여자가 고개를 번쩍 들고 말했다. “됐어요. 당신이 막고 있던 걸 풀었군요. 당신 아들이에요.”
“제 아들요?” 이미 그렇게 많은 일들이 일어났는데도 나는 이 말을 듣고 놀랐다. 나는 그 메시지가 내 수호천사에게서나 내 경력에 관심이 있는 어느 조상님에게서 온 것이기를 바라고 있었다.
“당신에겐 이 세상과 저 세상에 걸쳐 있는 아들이 있어요.” 로스 부인이 말했다. 나는 팔에 소름이 돋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많은 증거가 있더라도 우리는 ‘정상적’이 아닌 경험은 시간이 지나면 지워버리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누군들 갑자기 베일이니 영혼이니 하는 말을 지껄여대는 사람이 되고 싶겠는가. 그런 말을 하다 보면 사람들에게서 따돌림을 받고, 결국 초등학교에서 걸레질이나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글쎄, 그런… 아들이… 있다고 할 수 있어요.” 내가 말했다.
그 여자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있어요. 그리고 그 아들이 당신에게 말을 전하라고 해요.” 그 여자는 단정적으로 말했다. 앵무새는 부리로 다정하게 그 여자의 귀를 건드리고 있었다.
이제 내 온몸에 이상한 전기가 통한 듯이 솜털들이 일어서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느낌은 지난 몇 년 동안에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번번이 놀라게 된다. 적어도 이번에는 나는 입은 다물고 있었다.
로스 부인은 다시 눈을 감았다. 이번에는 부드럽게 말을 했다. “베일의 양쪽에서 당신을 아주 자세히 지켜보고 있었다고 하는군요.”
또다시 베일 얘기였다.
“당신은 그렇게 걱정할 것 없다고 합니다. 마음을 열면 마음을 닫고 있을 때만큼 그렇게 많이 상처를 받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합니다.” 그녀는 눈을 뜨고 앵무새의 머리를 긁어주고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전혀 마녀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거예요?” 내가 말했다.
로스 부인은 미소를 띠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따라서 미소를 짓지 않았다.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저야 모르죠.”
“아니, 그러지 말고, 뭔가 더 있을 거예요. 물어보세요.” 내가 졸랐다. 이것은 하버드에서 내가 배운 처신방법이 아니다.
“저는 질문을 하지 않아요.” 그녀가 말했다. “메시지를 전하기만 해요. 전보회사처럼요. 메시지가 무슨 뜻인지는 제가 관여할 일이 아니에요.”
그것이 그가 한 말의 전부였다.
인터뷰를 계속하는 척하려고 애를 쓰다가 포기하고, 나는 아담을 직접 보려고 집으로 달려갔다. 그는 아기침대 안에서 자고 있었다. 그는 정상적인 세 살짜리의 반 정도 체격이었고 겨우 걸음마를 시작했다. 그리고 아직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손을 뻗어 아이의 배를 만지자 아이는 늘 하는 것처럼 기분 좋은 미소를 띠고 깨어났다.
나는 아이의 눈꼬리가 올라간 조그만 눈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아담, 나한테 말해줘. 너 로스 부인을 통해서 나한테 메시지를 보냈니?” 그의 미소가 커졌다. 그뿐이었다. 그리고 그후에도 그 일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도대체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하다. 로스 부인이 정말로 내 세 살짜리 아들의 메시지를 전한 것인지, 그의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궁금하다. 나는 아담이 온 이래로 궁금한 것이 많다. 나는 그 아이와 함께 내 삶 속에 들어온 모든 이상하고 아름답고 끔찍한 일이 다 궁금하다. 남편 존도 이것을 알고 있다. 아담이 생기자 그의 삶도 역시 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존에게 얘기를 하지 않았을 때에는, 나는 그것을 모두 혼자 지니고 있었다. 나는 남들이 나를 믿지 않을까 봐 내 삶에 일어난 기적 같은 일들을 무시하고, 그런 일이 없는 척하고 거짓말을 할 줄 알게 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나는 자신을 닫고 지냈다.
이것은 쉽지 않았다. 인터뷰를 한 사람 하나가 영매라는 걸 알았을 때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하지 않기는 어렵다. 그 이상함, 호기심, 궁금증이 계속 밖으로 나오려고 한다. 사람들에게 말을 하라고 조르며. 나는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을 내가 실제로 믿는다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아담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이미 두 번 소설로도 썼다. 그 내용은 이랬다. “이것은 임신 중인 아들이 저능아일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두 하버드 대학원생의 이야기이다. 그들 자신도 놀랐고 대학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경악한 일이지만, 그들은 임신중절의 수단과 동기와 기회를 모두 무시했다. 그들은 아기를 낳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들은 기적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하버드의 교수들은 바보이고 저능아인 아기들이 훌륭한 스승이 되는 새로운 세상에, 그들 자신이 갓난아이로서 ‘새롭게 태어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그것을 소설이라고 부름으로써, 나는 회의주의자, 과학자, 지식인들로부터 공격을 받지 않고 그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허구예요! 만들어낸 이야기라고요. 사실은 하나도 들어 있지 않아요”라고 말하면, 그들은 모두 나를 그냥 두고 가버릴 것이다. 그리고 혹시 그중 한두 명이 나를 믿겠다고 하면 그제야 나는 안전하게 그들에게만 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런 식으로 되지는 않았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편집자나 대리인이나 작가는 항상 내 ‘소설’을 읽은 후에 똑같은 질문을 했다. “실례지만, 이 중에 얼마만큼이 허구인가요?” 그러면 나는 잠시 헛기침을 하고는 존과 나 자신을 실제보다 훨씬 더 보기 좋게 그린 것 말고는 허구는 하나도 없다고 인정했다. “모두 사실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런 뒤 의자 속에 푹 꺼져 앉아서 그들이 경비원을 부르기를 기다렸다.
지금까지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로스 부인이 그의 앵무새에 의지해서 아담의 메시지를 전한 후에 5년이 지났고, 그동안 내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아담의 충고를 되풀이했다. “마음을 열어요”라고 그들은 말했다. “닫은 채 있는 것보다 기분이 좋을 거예요.”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 대단히 확신이 있는 건 아니다. 나는 임신중절이니 유전공학, 의료윤리 등의 논란에 휩싸일까 봐 두렵기도 하다. 나는 내가 세도나의 구름에서 천사를 봤다고 주장하는 뉴에이지 점쟁이는 말할 것도 없고, 낙태 반대론자들과 한 무리로 치부될 것도 걱정이 된다. 나는 이성주의자로서의 신용을 잃어버리고 싶지도 않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는 물러나지 않고 나에게 그것을 세상을 향해 말하라고 계속 요구할 것이다. 나는 아주 오랜 기간 동안 버티어왔다. 그것이 포기하고 사라지기를 바라면서.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그러니, 로스 부인,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내 아들의 말을 전해주어 고마워요. 몇 년이나 지난 지금에야 나는 그 말을 듣기로 결심했어요.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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