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양자 역학의 핵심, 양자 중첩
양자 역학을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안전하게 말할 수 있다.
─ 리처드 파인만
당신이 어떤 것을 할머니에게 설명해 주지 못한다면, 그것은 진정으로 이해한 것이 아니다.
─ 무명씨
양자 역학을 할머니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미션이다. 하지만 우리는 양자 역학이 없이 하루도 살 수 없다. 불가능해도 시도해 봐야 하는 이유다. 양자 역학 없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우선 이 책을 전자책으로 보는 데 사용하고 있을 컴퓨터나 스마트폰부터 처분하고 시작해야 한다. 종이책으로 보고 있다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실 분들은 형광등을 끄시길. 텔레비전을 포함한 거의 모든 전자 장치를 버릴 차례인데 벌써 포기하시다니. 화학, 생물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원자의 ‘생얼’
양자 역학은 원자를 기술하는 학문이다. 원자가 어디 있는지 궁금하면 그냥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면 된다. 모든 것은 원자로 되어 있으니까. 맛있는 와플도 원자로 되어 있다. 칼로 와플을 둘로 나누고, 그 반을 다시 둘로 나누고, 또 나누고 해서 27번 정도 나누면 원자 하나의 크기에 도달한다. 즉 그 크기가 0.00000001센티미터라는 이야기다.
원자는 크기만 작은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는 우리의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우선 원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살펴보자. 원자는 구형球形의 솜사탕과 비슷하다. 그 한가운데 작은 씨가 들어 있다. 물론 나무 막대는 없다. 솜사탕의 솜은 전자, 씨는 원자핵이라 부른다. 전자는 음전하, 원자핵은 양전하를 띠는데, 양전하와 음전하의 양이 정확히 일치하여 전체적으로 중성의 상태를 형성한다. 음양의 조화랄까? 원자핵은 원자 무게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그 크기가 원자 반지름의 10만분의 1에 불과하다. 무지무지 작다는 뜻이다. 전자가 그 주위를 돌아다니고 있는데, 이 녀석이 어떻게 돌아다니고 있는지를 기술하는 것이 양자 역학이다. 물론 전자가 솜사탕같이 끈적거리는 것은 아니다.
전자는 작은 알갱이다. 전자를 바람개비에 쏘아 주면 바람개비가 돌아간다. 질량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원자가 솜사탕 같다고 했는데, 좀 더 자세히 보면 태양계와 비슷하다. 솜사탕에 대한 비유는 전자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쓴 것이다. 알갱이라면서 어디 있는지 모른다니 이게 무슨 말이냐고 물으신다면, 아직은 설명할 수 없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양자 역학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원자들 중에 가장 작고 단순한 수소를 보면 원자핵과 전자가 각각 1개씩 있을 뿐이다. 지구 주위에 달이 도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 실제 크기에 대해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수소 원자핵이 농구공만하다면 전자는 대략 10킬로미터 밖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서울 같은 대도시 중심에 농구공만한 원자핵이 있고 도시 외곽에 전자 하나가 홀로 외로이 날아다니고 있는 것이 원자의 모습이다.
전자는 크기가 거의 없을 만큼 작기 때문에, 서울시만한 공간 안에 농구공 말고는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다는 말이다. 우리의 몸도 원자로 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 몸은 사실상 텅 비어 있다. 다른 모든 물질도 마찬가지다. 재물에 욕심을 갖지 마시라. 모두 비어 있는 것이다.
色卽是空 空卽是色.
색즉시공 공즉시색.
“물질이 빈 것과 다르지 않고 빈 것이 물질과 다르지 아니하다.” 그렇다면 왜 모든 것이 텅 빈 것으로 보이지 않는 걸까?
본다는 것은 대상에 빛이 부딪혀 반사하여 내 눈에 들어온 것을 말한다. 원자가 텅 비어 있지만 빛이 투과하지 못하고 튕겨 나온다면 적어도 내 눈에는 빛을 튕겨 낸 뭔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원자는 텅 비어 있지만 빛이 투과하지 못하여 꽉 찬 걸로 보인다는 뜻이다. 물론 인간이 볼 수 있는 빛은 가시광선뿐이다. 다른 종류의 빛인 엑스선이나 감마선 같은 것은 몸을 그냥 뚫고 지나간다. 엑스선으로 뼈를 볼 수 있는 이유다. 그럼 왜 가시광선은 튕겨 나오고 엑스선은 투과할까? 이것도 양자 역학이 답을 해 준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어떤가? 손바닥으로 책상을 누를 때, 왜 손이 책상을 뚫고 지나치지 않는 걸까? 보통 이런 질문은 미친 사람이나 하는 것이다. 손과 책상이 무엇인가로 꽉 차 있는데 어떻게 투과한다는 말인가?
여기서 말하는 ‘무엇’이 다름 아닌 원자다. 원자는 꽉 찬 걸로 보이지만, 사실 텅 비어 있다고 했다. 그래도 전자가 있다. 원자와 원자가 가까워지면 우선 전자들끼리 만나게 된다. 전자들끼리는 서로 같은 부호의 전하를 가지고 있어 서로 싫어한다. 전문 용어로 하자면, 척력이 작용하여 밀어낸다. 그래서 손은 책상을 투과할 수 없다.
그래도 기왕 책상을 누르는 김에 강하게 눌러 보자. 힘을 가하면 원자가 작아질 수 없을까? 전자의 궤도 반지름이 10퍼센트로 줄어들 수 있다면 책상도 같은 비율로 작아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크기가 변할 수 있다. 원자가 텅 빈 것이라면 눌렀을 때, 원자가 작아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더구나 작아지는 데도 큰 제약도 없다. 어차피 원자핵은 전자를 좋아한다. 서로 전기적 인력으로 당기고 있다. 하지만 전자는 허용된 최소의 반지름보다 더 작은 궤도를 돌 수 없다. 즉 어느 이하로 줄어들 수 없다는 말이다. 왜 그러냐고? 이것 역시 양자 역학이 답해 준다.
결국 원자를 이해하려면 전자의 운동을 이해해야 한다. 무거운 원자핵은 가만히 있고, 전자가 그 주위를 분주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다시 서울시만한 원자를 생각해 보자. 당신이 부산에서부터 원자를 향해 접근한다면 처음 만나게 되는 것은 전자다. 농구공 크기의 원자핵은 사대문 안까지 들어가야만 볼 수 있다. 전자가 당신을 싫어해서 밀어낸다면 원자핵을 보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실제 원자들끼리 만났을 때에도 먼저 마주치는 것은 언제나 상대방의 전자다. 전자들끼리는 서로 미워한다. 밀어낸다는 말이다. 따라서 원자핵끼리 만나기는 힘들다. 나중에 보겠지만, 전자들이 언제나 서로 미워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 함께하기도 한다. 원자가 결합을 이룰 수 있는 이유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존재할 수 없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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