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규 시집
김광규, 『그저께 보낸 메일』
2023-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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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광규
194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및 동대학원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헨에서 수학했다. 1975년 계간 『문학과지성』을 통해 등단한 이후 1979년 첫 시집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으로 녹원문학상을, 1983년 두번째 시집 『아니다 그렇지 않다』로 김수영문학상을, 1990년 다섯번째 시집 『아니리』로 편운문학상을, 2003년 여덟번째 시집 『처음 만나던 때』로 대산문학상을, 2007년 아홉번째 시집 『시간의 부드러운 손』으로 이산문학상을, 2011년 열번째 시집 『하루 또 하루』로 시와시학 작품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 시집 『크낙산의 마음』『좀팽이처럼』『물길』『가진 것 하나도 없지만』, 시선집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누군가를 위하여』, 산문집 『육성과 가성』『천천히 올라가는 계단』, 학술 연구서 『권터 아이히 연구』 등을 펴냈다. 그리고 베르톨트 브레히트 시선 『살아남은 자의 슬픔』, 하인리히 하이네 시선 『로렐라이』 등을 번역 소개하는 한편, 영역 시집 Faint Shadows of Love(런던, 1991), The Depths of A Clam(버팔로, 2005), 독역 시집 Die Tiefe der Muschel(빌레펠트, 1999), Botschaften vom grunen Planeten(괴팅엔, 2010), 불역 시집 La douce main du temps(파리, 2013), 중역 시집 『模糊的旧愛之影』(북경, 2009) 등을 간행했다. 독일 예술원의 프리드리히 군돌프 상(2006)과 한독협회의 이미륵 상(2008)을 수상했으며 2016년 현재 한양대 명예교수(독문학)이다.
김광규 지음ㅣ 문학과지성사 , 2023-02-10
부끄러움 없는 날
우리의 선인들 가운데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노래한 시인이 있었고
소설을 써서 부끄러움 가르쳐준
작가도 있었다
하루 또 하루 마음속으로
이리저리 헤아려보면서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스스로 되물어본 적도 많았다
우리의 바탕이 바로 거기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믿어온 지도 오래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모른다
부끄러운 데 가리고 이 세상으로
쫓겨난 그때부터 왜 곳곳에서
“부끄럽지도 않으냐”라는 말
욕설로 쓰이게 되었는지
그렇다면 바로 부끄러움 없는 날
우리는 가장 부끄럽지 않은가
*윤동주, 「서시」, 1941.
모래내 언덕길
무악재 넘어 북쪽으로
통일로 한 구간 내려가다가
홍제동 삼거리에서 좌회전
급경사 비탈길 올라가면
옛날에 화장터 넘어가던 길
후사경 힐끗 바라보면
언제 올라탔나 뒷좌석에
하얀 상복 입은 여자 앉아 있었지
깜짝 놀라 갑자기 브레이크 밟으며
당황하던 비탈길
학교와 도서관 아파트와 쇼핑몰 들어서며
이제는 소란스럽게 행인들 붐비는 곳
모래내 언덕길
태어나지 못한
깊은 땅속 뿌리로부터
수액을 타고 힘겹게 올라와
갑갑해 몸부림치다가 꽃망울 터뜨리고
장맛비 내리기 전에 서둘러 열매 맺었을까
골짜기 흘러내리는 시냇물처럼 먼 길 돌아서
바다에 이르러 태풍이 되었을까
하늘 높이 날아올라가 두루미 되었을까
안타까워라 별별 뉘우침도 쓸모없이
세상에 태어나지 못한 귀여운 아이들
아깝게 버려진 슬픈 목숨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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