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뼈
네가 길바닥에 웅크려 앉아
네 몸보다 작은 것들을 돌볼 때
가만히 솟아오르는 비밀이 있지
태어나 한번도 미끄러진 적 없는
생경한 언덕 위처럼
녹은 밀탑을 뚝뚝 흘리며
부러진 발로 걸어가는 그곳
인간의 등 뒤에 숨겨두고
데려가지 않은 새들의 무덤처럼
묵시
내가
창가에 앉아 있는 날씨의 하얀 털을
한 손으로만 쓰다듬는 사람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다섯 개의 손톱을 똑같은 모양으로 자르고
다시
다섯 개의 손톱을 똑같은 모양으로 자르고
왼손과 오른손을 똑같이 사랑합니다
밥 먹는 법을 배운 건 오른손이 전부였으나
밥을 먹는 동안 조용히
무릎을 감싸고 있는 왼손에게도
식전의 기도는 중요합니다
사교적인 사람들과 식사 자리에 둘러앉아
뙤약볕 같은 외로움을 견디는 것도
침묵의 몫입니다
혼자가 되어야 외롭지 않은 혼자가 있습니다
밥을 먹다가
왜 그렇게 말이 없냐고
말을 걸어오면
말이 없는 이유를 생각해보다
말이 없어집니다
다섯 개의 손톱이 웃는 모양이라서
다섯 개의 손톱도 웃는 모양이라서
나는 그저 가지런히 열을 세며 있고 싶습니다
말을 아끼기에는
나는 말이 너무 없어서
사랑받는 말을 배우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식탁 위에는 햇볕이 한줌 엎질러져 있어
커튼을 쳐서 닦아내려다
두 손을 컵처럼 만들어 햇볕을 담아봅니다
이건 사랑받는 말일까요
하지만 투명한 장갑이라도 낀 것처럼
따스해지기만 할 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침묵을 오랫동안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당신 곁에 찾아와
조용히 앉아만 있다
조용히 사라지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가 나의 왼손입니다
휴일
월요일입니까
창문으로 들어온 빛이 흰 벽에
다시 창문을 내네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의
어렴풋한 그림자가 보입니다
이 창문으로 보이는 형상은 또렷하지 않아 좋습니다
흐릿하게 비치는 내 모습이
유화 그리는 화가처럼 평온해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그림은 배워본 적 없지만요
풍경이 되어본 적은 많아도
풍경을 그려본 적은 없지만요
나는 미술관에 온 사람처럼 오래도록
네모난 빛을 바라봅니다
월요일이면 미술관들은 문을 닫거든요
깜빡임 한번 없이 정면을 응시하던 초상화들도 시간도
오늘은 내내 눈을 감거든요
바깥은 모두 깨어 움직이는데
혼자서만 잠들어
먼지가 쌓이는 기분은 어떠냐고
네모난 빛 속에서 나의 오늘은 말라갑니다
혼자서만 휴일을 맞는 내가
가여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외로움이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언젠가는 월요일이 올까요
나는 창세를 기다리는 풍경화입니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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