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인공지능이 보여주는
일본 사회의 미래
― 2050년, 일본은 지속 가능한가
인공지능을 미래 예측이나
정책에 활용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AI’이라는 말이 온갖 곳에 등장한다. 미국의 미래학자 레이먼드 커즈와일Raymond Kurzweil이 주창한 ‘기술 특이점Singularity’, ‘2045년 문제’와 같이 최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이 머지않아 인간을 능가하고, 나아가 개조된 인체와 융합해 영원한 의식이 탄생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 AI에 의해 인간의 직업과 고용이 대부분 대체되어 대량 실업이 발생할 거라는 주장도 거듭 제기된다. 하지만 이러한 최근의 논의를 듣고 있자니 AI의 능력이 적잖이 과대평가·신성시된다는 생각이다.
나는 1980년대 말에 2년간 미국 보스턴에서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의 대학원생으로 지냈는데, 당시는 AI의 제2차 붐이라고 불린 시기였다. 지금처럼 AI론이 굉장한 화제로 떠올라 “앞으로는 질병 진단도 모두 AI가 맡게 되므로 의사는 필요 없게 된다”라는 논의가 많이 이뤄졌다. 그러한 붐이 잠시 사그라졌다가 요즈음 다시 재연되는 셈인데, 이 흐름을 고려하면 좀 더 냉정한 시각이 중요할 것이다.
이처럼 AI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나를 대표로 하는 교토대학교 연구원 네 명과, 2016년 6월 같은 학교 내에 창설된 ‘히타치 교토대학교 연구소’의 여럿으로 구성된 우리 연구 그룹은 2017년 9월 AI를 활용한 일본 사회의 지속 가능성과 정책 제언에 관한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2050년을 목표 연도로 삼아 AI를 활용해 약 2만 가지의 미래 시뮬레이션을 실시, 이를 토대로 앞으로 채택할 정책의 방향을 제안하려는 취지였다.
AI를 활용한 사회 구상과 정책 제언은 일본에서 사실상 처음 다루는 것이기도 했다. 각 정부 부처와 관계 기관, 지방자치단체, 민간 기업 등 여러 곳에서 문의가 잇달아 이 주제에 대한 높은 관심과 호응을 느꼈다. 나가노현, 후쿠야마현 마니와시 등과도 AI를 활용해 각 지역의 미래 구상 연구 작업을 추진했다. 이 중 나가노현은 2019년 4월 ‘리니어 신칸센최고 시속이 500킬로미터에 이르는 차세대 자기부상 고속철도 개통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대응’에 중점을 둔 보고서 「AI를 활용한 나가노현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정책 연구에 대해」를 발표했다.
한편 중앙 부처인 문부과학성 고등교육국과는 앞선 연구 성과에 고등교육을 추가한 새로운 시뮬레이션을 함께 만들고, 이를 2018년 11월 중앙교육심의회 대학분과회·장래구상부회 합동 회의에 보고했다. 일본의 중앙 부처가 AI를 활용한 사회 구상과 정책 입안을 처음 시도한 사례다. 이상의 내용은 인터넷상에서 열람할 수 있다.
AI를 활용한 일본 사회의 미래 시뮬레이션은 이 책의 주제인 ‘인구 감소 사회의 디자인’과도 깊이 연관된다. 여기서 그 개요를 소개하면서, 제기된 미래 과제와 전망을 간단히 논의해보고자 한다.
문제 설정
― 2050년, 일본은 지속 가능한가
우리 연구는 현재 일본 사회가 지속 가능성 관점에서 위기에 처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는 많은 사실관계를 통해서도 밝힐 수 있지만, 특히 다음 지점이 중요하고 상징적이다.
재정과 세대 간 계승 측면의 지속 가능성
자주 지적되는 것처럼, 일본 정부의 채무는 1,000조 엔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두 배에 달한다. 국제적으로 보더라도 두드러지게 큰 규모인데, 이는 우리가 미래 세대에게 막대한 빚을 떠넘기고 있다는 뜻이다.
도표 0-1은 국제적으로 채무 잔액 추이를 비교한 것인데, 말 그대로 일본이 크게 다른 양상을 보인다. 나는 1996년부터 2016년까지 20년간 지바대학교에서 사회보장론을 강의했는데, 1990년대 후반 이 강의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일본의 빚은 이미 상당한 규모에 이르렀지만 이탈리아를 넘어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학생들에게 이야기하곤 했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일본은 이탈리아를 가볍게 제쳤고, 이후에도 정부의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만 갔다.
‘정부의 빚’이라 하면 남의 일처럼 느끼는 사람도 많다. 우리는 의료나 연금, 복지 등 사회보장의 급부는 바라지만 그에 필요한 돈세금이나 사회보험료 등은 내려 하지 않는다. 그 결과 미래 세대에 막대한 빚을 떠넘긴 것이다.
이는 지속 가능성 관점에서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사실이다. 세대간의 형평성이나 “자손에게 빚을 남기는 일은 삼가야 한다”라는, 일본인이 본래 가졌던 것이 분명한 윤리 의식에서 보더라도 최우선으로 다룰 과제다.
덧붙여 일본이 빚 늘리기를 계속한 배경에는, 아베노믹스일본 경제의 장기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아베 신조 총리가 추진한 금융 완화, 재정 확대, 신성장 중심의 경기부약책.로 상징되듯 “증세 등을 서두르지 않아도 머지않아 경기가 회복되어 경제가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세수도 자연스레 늘어 빚도 줄어든다”라는 고도경제성장 시대 몸에 밴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혔을 것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이는 과거 ‘일본이 최고Japan is No.1’라고도 불렸던 성공 경험에서 비롯된 “경제성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준다”라는 사고방식이다. 인구 감소 사회의 디자인에서 중요한 것은 이런 확대·성장 위주의 사고, 단기적 손익만 생각해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뒤로 미루는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격차 확대와 인구 측면의 지속 가능성
도표 0-2를 보자. 생활보호를 받는 빈곤층의 비율 변화를 나타낸 것으로 그 추세는 매우 뚜렷하다. 1960년부터 고도성장기를 거쳐 빈곤 가구는 줄어들었다. 1990년대 중반이 일종의 전환기가 되어, 1995년을 기점으로 생활보호를 받는 사람의 비율이 증가로 돌아선 뒤 꾸준하게 늘어났다.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생활보호 대상자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생활이 곤궁하거나 비정규직처럼 고용이 불안정한 계층은 꾸준히 늘었다. 나중에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일본은 젊은이에 대한 사회보장과 그 밖의 지원이 지극히 부족하기 때문에 젊은 세대의 고용과 생활이 특히 불안정하다. 이는 비혼화·만혼화의 원인이 되어 합계출산율 저하로 이어지고 인구 감소를 더욱 가속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인구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어려움과, ‘일억 총중류一億總中流, 1970~1980년대 지속되는 고도 경제성장기의 종신 고용에 기반을 두어 일본인의 90퍼센트 이상이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했던 사회현상’라 불린 기존 구조의 침식이 함께 진행되는 것이다.
커뮤니티와 인간관계 측면의 지속 가능성
도표 0-3은 비교적 잘 알려진 국제 비교 조사이자 미국 미시간대학교가 주도하는 세계 가치관 조사World Values Survey의 일부로, 사회적 고립에 관한 비교를 보여준다. 사회적 고립이란 가족 등의 집단을 넘어선 인간관계나 교류가 얼마나 이뤄지는가를 가리킨다. 유감스럽게도 일본은 선진국 중에서도 사회적 고립도가 가장 높은 사회다.
나는 현재 일본 사회에 나타난 다양한 문제의 근원을 이렇게 생각한다. 제2부에서 자세히 보겠지만, 단적으로 말해 현재 일본 사회는 농촌사회 등 전통적 공동체가 무너지고 그것을 대체할 새로운 커뮤니티가 형성되지 못한 상황이다. 그것이 사회적 고립 현상으로 나타난다.
이는 앞서 지적한 정부 채무의 누적과, 그 원인이자 사회보장의 재원인 세금, 사회보험료에 대한 기피 의식과도 겹쳐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회보장은 간병이나 연금만 봐도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통한 가족 외적 상호부조’인 셈인데, 사회적 고립 정도가 높은 것은 가족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 이외의 타인에 무관심하거나 타인과의 상호부조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결국 정부의 채무 누적으로 이어진다.
이상 세 가지의 논점을 살펴봤는데, 그 사실관계가 보여주듯이 현재의 일본은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상당히 심각한 상황에 놓였다. 그래서 ‘2050년, 일본은 지속 가능한가’라는 물음에 현재와 같은 정책에 대응을 계속한다면 일본은 지속 가능 시나리오보다 파국 시나리오에 이를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생각한다.
굳이 파국 시나리오라는 강한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지적한 사항과 재정 파탄, 젊은 세대의 빈곤과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낳을 걸로 기대하는 평균 출생아 수. 출산력 수준을 나타내는 대표 지표. 저하에 따른 인구 감소 가속화, 빈부 격차 확대, AI의 고용 대체와 실업률 상승, 지역 도시 공동화空洞化 및 빈 점포 증가, 쇼핑 난민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지역 상점이 문을 닫자 멀리 떨어진 상점까지 거동이 불편하거나 교통수단이 부족하여 생활용품을 사러 가기 힘든 쇼핑 약자가 늘었다. 쇼핑 난민은 그중 특히 고령자를 가리킨다. 확대, 농업 공동화 등 일련의 일들이 복합적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경우 이러한 일들이 발생할 개연성은 상당히 높다. 실제로 이를 주제로 과제를 낸 적이 있는데 일본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비판적으로 전망한 학생이 예상외로 많았다.
이러한 관심을 바탕으로 AI 기술을 활용하고 행복도라는 주관적 요소를 추가해 미래 시뮬레이션 작업을 진행했다. 또 앞으로 일본 사회의 미래 분기 구조가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대응할지를 밝힌다.
(중략)
AI가 보여주는 일본의 미래 시나리오
― ‘도시 집중형’인가, ‘지역 분산형’인가가 최대의 갈림길
시뮬레이션 결과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밝혀졌다.
2050년을 향한 미래 시나리오에는 주로 도시 집중형과 지역 분산형 그룹이 있다.
도시 집중형 시나리오
주로 도시의 기업이 주도하는 기술혁신으로 도시로 인구가 집중되고 지역은 쇠퇴한다. 출산율 저하와 격차 확대가 더욱 심해지고, 개인의 건강 수명이나 행복감은 낮아지는 한편, 정부 지출이 도시로 집중돼 정부 재정은 오히려 회복된다.
지역 분산형 시나리오
지역으로 인구가 분산되고 출산율이 회복되어 격차가 줄고 개인의 건강 수명과 행복감도 늘어난다. 그러나 지역 분산 시나리오는 정부 재정과 환경탄소 배출량 등을 악화할 가능성을 내포하기 때문에, 이 시나리오를 진정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향후 8~10년 사이에 도시 집중형인가, 지역 분산형인가를 선택해 그에 따른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8~10년 정도 뒤에는 사회구조가 도시 집중형인가, 지역 분산형인가가 판가름 날 것이고, 그 이후에는 양 시나리오가 다시 교차되는 일 없이 고착할 수 있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관점에서 좀 더 바람직한 지역 분산형 시나리오를 실현하려면 노동생산성에서 자원생산성으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환경 과세, 지역 경제순환을 촉진하는 재생에너지의 활성화, 마을 만들기를 뒷받침하는 지역 공공 교통기관의 내실화, 지역 커뮤니티를 뒷받침하는 문화와 윤리 전승, 주민·지역사회의 자산 형성을 촉진하는 사회보장 등 유효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지역 분산형 시나리오를 실현하려면 약 17~20년 동안 지속적으로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지역 분산형 시나리오는 도시 집중형 시나리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속 가능성이 뛰어나지만, 지역 내외 경제가 충분히 순환하지 않으면 재정과 환경이 극도로 악화되어, 얼마 지나지 않아 지속 불가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상태는 그 후 약 17~20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예방하고 지속 가능 시나리오로 유도하려면 지역 세수, 지역 내 에너지 자급률, 지역 고용 등 경제순환을 높이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실행할 필요가 있다.
이상이 시뮬레이션 결과의 개요인데, 이렇게 미래의 일본 사회가 갈라지는 시나리오를 나타낸 것이 도표 0-4이다. 왼쪽 아래 그룹이 도시 집중형 시나리오이며 그 이외의 것이 지역 분산형 시나리오인데, 양쪽이 서로 떨어져서 갈라지는 모습을 보인다. 2042년의 이미지다. 또 시뮬레이션 결과 도출된 여섯 개의 대표 그룹을 간결하게 정리한 것이 도표 0-5이며 그중 가장 아랫줄이 도시 집중형 시나리오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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