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표범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설산의 정령
신화 속 별자리 동물들과
구름 위의 왕국 고원지대에
전설처럼 살아남아
밤의 파란 눈을 뜬다
사람들은 신화를 믿지 않는다
본 적이 없으니까
신화가 아무리 표상이 반영된 신성이라 해도
보이지 않으니까
원래 정령이란 것이 그렇기도 하다
산 그대로를 덮으며 흰 눈으로 왔다가
그대로를 남기고 흰 구름으로 사라지는
살아 있는 신화
눈표범
북극곰
바다로 된 북극에서만 사는 북극곰은
눈과 얼음뿐인 흰색의 지구에 벌러덩 누워
빨강·파랑·노랑·연두·분홍으로 물결치는
신神들의 황혼, 극광을 본다
요정들이 침실 커튼을 젖히며 양팔의 기지개를 켠다 해도
그다지 놀랍고 새로울 것 같지 않은 북극
육지로 된 남극에서만 사는 황제펭귄은 알 수 없는
멸법滅法의, 귀족들이 헤아리기 어려운
걸림 없는, 다리 꼬고 누리는 오만방자함과
구태여 꼿꼿이 앉을 것 없는 무위의 안락
극광을 본다, 태양풍 휘장을 치고
아침에도 해 뜨지 않는 밤을
밤도 없는 아침을
완전한 겨울의 어둠을 등 기대어 보는
이 또한 한겨울 밤의 꿈으로 너울지다 사라질
북극의 북극곰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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