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성
대체 뭐가 문제예요?
나는 그에게 말했다.
제 성이 두 개인 게 왜 아빨 당황하게 만든 거죠? 결국에는 아빠의 성을 따랐잖아요. 이거 보세요. 여기 여권에 정말 성공적으로 보즈드비젠스키가 쓰여 있잖아요. 심지어 정중하게 인사까지 하고 있다고요. 네? 멋지고, 알아듣기 쉽고, 슬라브 교회식 성 말이에요….
길 좀 잘 보세요. 나무에 쾅 하고 처박힐 판이에요….
맞아요. 엄마 성은 그렇게 알아듣기 쉽진 않아요. 그렇지만 엄마가 절 길러주셨다는 걸 아시잖아요. 혹시나 궁금하실까 봐 말씀드리는데요, 전 빅토르의 성도 제게 붙이고 싶었어요. 단지 한 줄에 다 들어가지 못할까 봐 걱정돼요. 게다가 세 개의 성을 누가 기억할 리도 없고요. 특히 군대에서요. 어떻게 절 대열에서 불러내거나 영창에 가두겠어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주 적절해요. 크류코프 보즈드비젠스키 말예요.
"샐쭉거리지 마. 좁아서 불편하니? 왜 바보 같아서? 골레니셰프 쿠투조프."
나는 곧바로 그에게 말했다. 레베데프 쿠마치, 보리소프 무사토프, 림스키 코르사코프도 있잖아요? 세묘노프 샨스키나, 무신 푸시킨은요, 네?
나는 그렇게 읊어댔다.
이런 취약점은 있지만, 결점은 아니에요. 사실 그건 장점으로 여겨져요….
물론, 전 변했어요. 우린 삼 년이나 못 봤잖아요. 전 성장하고 있어요, 아빠. 전 앞으로도 원칙적으로 계속 살아갈 거예요….
그리고 아빠가 제 두 개의 성을 걱정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아시다시피 서양에서는 성이 두 개거나 심지어 세 개인 사람들도 있잖아요. 아빤 왜 서양을 무시할까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무시해선 안 돼요, 아빠. 그건 아름답지 못해요. 그랬다간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나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혹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들이받는 거라고요. 불편할 거예요…. 서양을 좋아하냐고요? 물론 좋아하죠. 아빠, 전 서양도, 동양도, 남양도, 북양도 다 좋아요.
전 건방지지 않아요. 나는 그에게 말했다. 전 반론하는 거예요. 게다가 아직 사춘기가 안 끝났다고요. 그러니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아빠, 길 좀 잘 보시라고요. 저 기둥에 부딪힐 뻔했다고요!
묻지 마세요, 벌어진 상처를 들쑤시지 말아달라고요. 겨우 기어서 지나왔는걸요. 대수학은 3점, 물리는 재시험이에요. 엄마는 여름에 제가 아빠랑 공부하길 바라고 있어요. 제 생각엔 이건 아빠한테 갈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인 것 같아요. 아시잖아요. 엄마는 항상 제가 아빠한테 가는 걸 수상쩍어하는걸요.
화학도 3점인데요, 이건 스스로 할 수 있어요….
있죠. 전 누굴 닮아서 멍청한 걸까요? 스스로 놀라곤 해요. 엄마는 디자이너고, 할머니는 박식한 데다가 아빠는 그 어렵다는 상을 받은 발명가잖아요. 특허가 세 개나 되는… 이런 일련의 공식들을 보면, 여기 목 밑이 콱 하고 막혀요. 시선을 숫자에 고정시키고 아무것도 이해하고 싶지 않아요. 온몸이 저항하는 거예요. 왜 이 바보 같은 졸업 증명서를 향해 기어가야 하는 거죠? 대체 왜요?
나는 그에게 말했다. 사실상, 인격 모독이 수년간 벌어지고 있는 거라고요…. 누구의 인격이냐고요? 물론 제 인격이죠! 왜 웃으세요? 이건 정말 심각하다고요. 제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졌다니까요.
문학이랑 역사는 당연히 5점을 받았어요. 아무런 소용이 없나요? 얼마 전에 발표를 했어요. 역사 선생님이 '러시아 화가들의 작품에 반영된 러시아 역사'라는 주제로 부탁했거든요. 네, 뭐라도 하긴 했어요. 표면적으로는…. 물론 매우 일반적이었지만요. 이런 주제를 한 시간 반 만에 다루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빅토르가 복사본을 줬어요. 이건 그의 밥벌이잖아요. 우리집에는 그런 복사본이 수천 권 있어요.
이 주제로 구 학년 세 개 반을 한데 모아 발표를 했는데요. 역사 선생님은 맨 뒷줄에 앉아 조용히 기뻐하고 있었어요. 이건 보충 수업으로 계산되거든요. 그런데요 아빠, 이 모든 것은 허튼소리예요. 나는 그에게 말했다.
절대로, 말도 안 돼요! 이걸 직업으로 하라고요? 빅토르처럼 예술학자나 문학자가 되라고요?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아빠. 아빠는 절 존중하지 않는군요. 말재주가 좀 있고, 그림을 잘 안다는 이유만으로 평생을 예술과 함께하라고요? 오, 아녜요. 괜찮아요. 예술에 온전히 몰두한다는 건 뭔가 자신만의 것을 만들 때만 가능한 거라고요. 이해력이라는 건 나쁘지 않은 머리에 불과해요. 예술에 대한 이해라는 게 직업이 될 수 있나요? 게다가 예술학자라는 말을 들을 때면 웃음이 나온다고요. 예술을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마치 열쇠 꾸러미를 한아름 들고 있는 관리자들 같다고요. 절대로 안 돼요!
그리고 재능이요. 제겐 진짜 재능도 없어요, 아….
전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아요…. 아뇨, 진짜로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아요. 아빠는 진지하게 묻는 거잖아요. 저도 진지하게 대답하는 거예요.
아뇨, 아빤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어요. 빈둥거린다는 의미가 아니라고요. 평생을 직장이나 특정한 주소의 아파트, 제 호적에 이름이 함께 올려진 어떤 여자 등 무언가에 속박되어 살고 싶지 않다는 뜻이에요. 이건 사실 노예나 다름없어요….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이렇게요. 나는 그에게 말했다. 저는 자유로운 사람이고, 제가 원할 때 원하는 곳으로 움직이고, 빵과 감자 그리고 책을 살 수 있는 최소한의 돈만 버는 거예요. 열차에서 화물을 내리든지, 아니면 채소밭에서 일손을 거들든지, 되는대로 말예요…. 그런 사람은 '부랑자'라 하고 법에 어긋나지만, 프랑스 같은 곳에서는 예를 들면 한 시즌 동안 네덜란드에 튤립을 심는 일을 하러 가는 게 정말 보편적이래요.
뭘 하는 거예요, 아빠. '서양을 보라고요!' 전 서양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주위를 모두 둘러본다고요. 전 제 주위를 둘러봐요. 지시된 방향만 보는 게 아니에요. 비록 어렸을 때부터 그래야만 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모두가 제게 방향을 지시하려고 노력했지만 말이에요. 더군다나 부모님은 되는 대로 이쪽 저쪽으로요…. 나는 그에게 말했다.
이렇게 목덜미를 붙잡고 열차에 넣어버리곤 모두를 같은 방향으로 보내버리는 거예요. 처음엔 10월 배지(피오네르 소년단이 달고 있는 10월의 소년 배지)로, 그다음에는 화목한 교실로, 또 그다음에는 대학교, 전 연방 레닌 공산주의 청년동맹으로…. 그렇게 삶의 끝까지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죠. 엄마야. 놀라게 해버렸나요? 이기주의자 같았죠! 그러길 바라요. 전 제가 이기주의자였으면 좋겠어요. 예술과 과학에서의 성과는 모두 이기주의자들이 거둔 거니까요.
알겠어요. 나는 그에게 말했다. 놀라지 마세요, 아빠. 낙담한 표정이잖아요. 제가 적들의 수중에 들어갔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제가 떠들어대는 것으로는 부족한가요. 그럴 때잖아요, 사춘기잖아요. 그리고 우린 삼 년이나 보지 못했잖아요. 아빠가 여름 내내 절 거울에 광을 내는 것처럼 반질반질하고 윤이 나게 닦아주실 거잖아요. 길 조심하시라고요…. 새로운 낚싯대 사셨어요? 망치요…. 골루보예 호수에서 본, 아빠 회사에 다니는 키릴 사니치를 닮았던 왜가리를 기억하세요? 아, 웃겨라! 아빠, 제 목소리가 완전한 베이스가 되어버렸나요? 왜 바리톤이에요? 베이스요, 베이스. 나는 그에게 말했다. 저와 빅토르는 왜 그런지 통화할 때 헷갈려요. 목소리가 비슷해서 그렇다고 하는데요. 제 생각에는 전혀 비슷하지 않아요….
"빅토르와 무슨 상관이니? 집은 어떠니?"
별일 없어요….
"엄마는?"
아시잖아요. 나는 그에게 말했다. 엄만 항상 편찮으셔요….
* * *
대체 왜 난 아들의 두 개의 성에 대해 집착하게 된 걸까? 그저 이 애가 말 그대로 빳빳한, 새로운 성이 쓰인 새 여권을 자랑스러워하며 보여주었을 때, 머리를 갑자기 망치로 맞은 것처럼 그 애가 모든 걸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맙소사, 내가 얼마나 아들을 기다렸는지! 어떻게 내가 전화로, 편지로 그리고 전보로 이번 여름에 이 애를 그곳에서 빼냈는지. 푯값에만 모든 상금을 다 써버렸지, 사실 오 분의 일로도 충분했는데 말이야. 어제까지만 해도 그 사람들이 이 아이를 보내줄 거라곤 확신하지 못했는데…. 그 사람들은 삼 년 동안이나 새로운 이유를 발명해냈으니 말이야.
괜찮아, 괜찮아. 그저 너무 예민하게 군 것뿐이야. 모든 게 다 괜찮아, 전부 다 정말 괜찮아. 한 가지 애석한 실패는 이틀 밤을 자지 못했고, 아침부터 과일을 사러 시장에 뛰어간 거 하며, 곰 소굴 같은 집을 박박 청소하며 줄곧 그가 다 컸다고, 커버렸다고 생각한 것이지. 우린 삼 년이나 보지 못했는걸. 아이는 강아지처럼 자랑스럽게 나에게 두 개의 성이 쓰여 있는 여권을 보여주었지, 젠장. 그 순간 나는 바보같이 그 애에게 빠져버렸어. 멍청이, 불쌍하고 늙은 멍청이 같으니라고!
좋아, 난 당황했어. 두 개의 성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돈 냄새가 난단 말이지. 몇 년간 난 머릿속에서 빅토르를 동정했지. 그래, 스스로를 가엾게 여길 생각은 들지도 않았던 거야. 난 '불쌍한 빅토르'라고 생각했다고. 내가 그렇게 생각했어. 그런데 빅토르를 불쌍하게 여겨야 하는 바로 지금, 난 놀랐어. 난 차가운 땀을 흘리는 것을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어.
그 애가 진실을 알지 못한 채 평생을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순진한 발상이었지. 이건 그 애에게 공평하지 못한 처사야. 언젠간 모든 걸 이야기해주고, 우리 모두를 각자의 자리에 돌려놓아야 해. 이 이상한 상황을 설명해주고, 그 애의 안정을 위해 세워진 거짓말이라는 요새의 돌을 하나하나 해체할 때가 올 거야. 그때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내게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난 그 애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이 녀석아, 알고 있니? 나는 그때 모든 게 바뀌었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네 엄마는 갑자기 내게 정말 부드럽게 대하기 시작했다. 평상시 네 엄마의 예민함은 우리가 함께 널 기다리며 녹아버렸단다. 난 스스로에게 말했지. 그러니까 여성이 이 기간 동안 더 부드러워지고, 걱정이 더 많아진다는 건 사실이라고 말이야. 넌 이미 다 컸지, 이 녀석아.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여성의 갑작스런 부드러움을 조심하라고…. 이건 먹잇감을 찾아 기어가는 보아뱀의 부드러움이라고. 네 엄마를 증오하지 않는다, 이 녀석아. 네 엄마와 난 서로 셈이 달랐을 뿐이고, 네 상식으로 이건 이해할 수 없을 거야.
그래, 난 절대로 잊지 않았고, 그녀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았다는 건 사실이지만…. 이건 배신이 아니야. 아들아, 우리 모두는 연약한 인간이고, 인간에게는 모든 일이 벌어질 수 있단다. 난 네 엄마의 이 꾸며낸 부드러움을 용서하지 않은 거야. 그리고 그 후로도 내가 걸어온 길에서 만난 모든 여성에게 이를 용서한 적이 없단다. 그래서 내가 혼자인 거야, 이 녀석아.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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