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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찾다
우간다 캄팔라에서 스위스까지는 비유로 말하든 문자 그대로 말하든 길이 멀다. 여러분이 2018년 여름에 나더러 기후 활동가가 되어 18개월 뒤에 다보스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면, 나는 여러분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을 것이다. 이렇게 물었을지도 모른다. 다보스가 어디죠? 기후 활동가가 뭐예요? 그러니 여러분이 나에 관해 먼저 알아둘 점은 나도 여러분만큼이나 이 여정이 놀랍다는 것이다.
나는 스물두 살이고 캄팔라에 있는 마케레경영대학교Makerere University Business School, MUBS에서 경영학 과정을 끝내 가는 중이었다. 마케레경영대학교는 1997년에 개교했으며 우간다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가장 크고 명망 높은 마케레대학교의 분교다. 졸업하면 무엇을 할지 고민하기 시작한 때였다. 상식적인 길을 갔더라면 차터드 마케팅 협회Chartered Institute of Marketing에서 전문교육을 받은 다음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어쩌면 마케팅 박사 학위까지 따려고 했을 것이다. 학위를 딸 때마다 나는 경쟁이 치열한 취업 시장에서 유리해졌을 것이다.
우간다에서는 대학 과정을 마치고 졸업식을 하기까지 몇 개월 공백이 있다. 나는 그 기간에 어떤 식으로든 다른 사람을 돕는 자원봉사 활동을 하며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할지 확신이 안 서는 참이었다.
둘러보니 정답은 눈앞에 있었다.
2018년 봄부터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지부티와 소말리아부터 부룬디와 르완다까지 길게 이어지는 동아프리카 전역이 큰 홍수에 쑥대밭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지역 뉴스와 내 소셜미디어 피드를 가득 채웠다. 집들이 쓸려나간 사진을 보고, 수백 명이 죽어 간다는 글을 읽고,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삶의 터전을 잃었으며 보금자리와 음식과 약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가슴이 미어질 듯했다. 수천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농작물이 죽었다. 우간다 동쪽으로 국경을 맞댄 케냐에서는 염소, 양, 소 수천 마리가 죽었다. 주변 산비탈에서 흙이 쓸려 내려 적갈색으로 변해 버린 흙탕물을 아이들이 힘겹게 걸어가는 장면도 보였다. 유엔은 소말리아에서 50만 명에게 피해를 준 홍수를 두고 이 지역에서 발생한 최악의 홍수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재난을 피하지는 못했다.
지난 5월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호수인 빅토리아 호숫가에 있고, 적도에서 북쪽으로 70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는 캄팔라의 비공식 정착촌 두 곳, 캘러웨Kalerwe와 브웨이스Bwaise에 홍수가 났다. 10월에는 3일 동안 폭우가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우간다 동쪽 부두다Bududa에 있는 산간 지방, 부칼라시Bukalasi와 부왈리Buwali에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했다. 51명이 사망하고 만 2천 명이 생활 터전을 잃었다. 많은 도로와 다리 네 개가 떠내려갔다. 안타깝게도 말루두Maludu 마을에서는 산사태로 초등학교가 진흙에 파묻히면서 많은 아이가 생명을 잃었다.
한편 케냐 북부와 남수단 국경지대에 있는 북동쪽 먼 카라모자Karamoja 지역에서는 2년 연속 비가 내리지 않았다. 그 결과 우간다의 재정, 기획, 경제 개발부 장관은 2018년에 일어난 가뭄, 불규칙한 강우, 재앙을 초래하는 홍수가 “농업, 수력발전, 수자원, 거주지, 사회 기반 시설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며, “장기간 빈곤이 계속되고 식량 불안정이 증가할 것이라 예상된다”고 했다.
우간다는 시원한 산악 지역을 제외하고는 따뜻한 열대성 기후이다. 우기는 3월에서 5월, 9월부터 11월까지 두 번 있다. 우간다는 북쪽 나일강으로 흘러가는 빅토리아호Lake Victoria뿐 아니라 쿄가호Lake Kyoga나 콩고민주공화국과 함께 쓰는 앨버트호Lake Albert와 에드워드호Lake Edward 같은 물줄기가 많이 있다. 국립공원이 열 곳이며 줄어들기는 해도 국토의 10퍼센트가 숲으로 뒤덮여 있다.
내가 알기로 우리나라 중 일부 지역은 홍수에 취약하고, 수십 년 동안 산림을 파괴한 결과 산사태가 더 잘 일어났다. 하지만 2018년에 맞은 극단적인 사태들은 뭔가 달랐다. 더 자주 일어나고, 전국에 걸쳐 일어나고, 더 오래가고, 더 흉포한 모습을 보였다. 우기와 건기가 더 강력해졌으며, 비가 더 많이 내리고 가뭄이 더 길어졌고, 폭우와 가뭄이 오락가락했다.
나는 중고등학교 때 지리 과목에서 지구온난화에 관해 배웠다. 하지만 수업에서 이 주제를 다루었던 유일한 시간에, 선생님은 기후변화를 두고 우리가 미래에 다루어야 할 문제이며,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의 문제인 것처럼 설명했다. 기후변화는 미래에 다른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지금 여기, 아프리카, 우간다, 캄팔라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수도에 있는 부모님 집에 살면서 뉴스로 듣는 침수, 이상 기온, 수확 실패, 결식아동, 질병 창궐, 절망한 난민 같은 사건들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새로운 일상이 되는 건 아닐까? 수확량은 얼마나 더 줄어들까?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난민이 될까?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까?
그 무렵, 나는 기후변화에 세계가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2015년 파리에서 197개국이 210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목표를 세웠다는 사실도 몰랐다. 지구의 전반적인 대기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 수준과 비교해 2도보다 ‘훨씬 덜’ 상승하도록 말이다. 파리에 모인 여러 나라는 더 야심 찬 목표를 달성하여 연구자들이 예측하는 가장 심각한 혼란을 피하고자 노력하는 데도 합의했다. 지구 기온을 섭씨 1.5도보다 높이지 않기로.
하지만 2015년에 했던 약속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들지 않았으며 지구 온도는 이미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섭씨 1.2도 올랐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 이들 약속은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United Nations’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의 연구에서 꼭 필요하다고 보여 준 정도보다 훨씬 덜 본격적이다. 내가 읽은 바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기온이 1.5도 이상 오르는 것을 돌이킬 수 없게 되기 전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10년이라고 했다. 그뿐 아니라 세계기상협회World Meteorological Association는 지구 온도가 2024년까지 1.5도 오를 확률이 20퍼센트라고 계산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우리 행성이 2050년까지 3도, 2100년까지 7도 오를지도 모르는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다. 문명이 끝나는 시나리오다.
나는 아연했다. 걱정, 슬픔, 두려움, 화, 어리둥절함, 좌절, 역겨움. 이는 〈당신의 기분은?Is This How You Feel?〉이라는 웹사이트에서 과학자들이 기후 위기에 관해 표현하는 감정들이다. 동영상을 보고, 팟캐스트를 듣고, 블로그와 소셜미디어와 신문 기사를 읽는 동안 내 안에서도 이런 감정들이, 아니 그 이상이 치솟았다.
그리고 수많은 질문이 떠올랐다! 왜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기후변화를 더 폭넓게 가르치지 않았을까? 왜 우리는 과학자들이 하는 말을 안 들었을까? 왜 우리 정부는 행동하지 않았을까? 왜 국제사회는 더 협력하지 않았을까? 우리 지도자는 다들 무슨 일을 했을까? 우리는 왜 이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을 기만했을까?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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